[Opinion] 사람을 사고 파는 사람들 [기타]

최소한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글 입력 2019.03.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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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버닝썬 게이트, 정준영 몰카, 故 장자연 사건 등등 연예계에서의 성폭력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처음에 나는 연예인 이름이 실시간으로 오르내리던 것에 그다지 관심을 가지진 않았다. 오히려 연예인 누가 그랬다느니 연루된 아이돌도 있다느니 하는 말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다. 나에겐 시시콜콜하고  와닿지 않은 사건이었고, 연예인이라서 더 주목받는 것이지 일반 사람이면 금방 묻힐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장기간 동안이나 뉴스를 가득 채운 이 성폭력 사건들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dooil님이 말했듯이 연예인만이 주목할 대상은 아니다. 진짜 주범은 따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주범은 어둠 속에서 꿈틀꿈틀 대는, 어쩌면 우리에게 익숙한 광경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화려한 클럽에 여자들을 들여서 마약 투입 후 성폭행을 하고, 단체 톡 방에서 여자들을 성 노예취급 하는 말들을 일삼고, 그런 행위를 막으려는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는 집단이 있다. 신인 여배우를 수십 차례 술자리에 불러들여 성폭행하고 협박한 집단도 있다. 이러한 집단은 대부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공인이나 대기업 종사자 등등 여러 관계자들이 속해 있다. 그리고 그 규모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나다.


외국 사례도 마찬가지이다. 특이하게도, 미국에서 매춘업은 기본적으로 불법이지만, 합법화 된 몇몇 지역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 다룰 <트릭: 더 다큐멘터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미국 매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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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매춘에 관련된 사람들의 거리낌 없는 인터뷰다. 합법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매춘업에 종사하는 '포주'라는 직급을 가진 이들과 매춘업을 애용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얼굴을 공개한 채로 인터뷰를 한다. 또한 수많은 피해자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는데, 여러 상황들을 보다 보니 마냥 분노하기보단 이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어떻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렸는지 알고 싶었다.




흠이 간 물건들을 누가 사고 싶겠어요?



매춘부들에겐 매춘업을 알선해주는 '포주'라는 사람이 있다. 차를 태워다 주고 예쁘게 치장해주며, 가끔 건강 검진센터에 데려다주는 등 최대의 관리를 해준다. 그리고 포주는 그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토할 때까지 일해라."



쇼핑하러 가서 옷 구경을 하는데

옷이 구멍이 났거나,

실밥이 빠져나와 있으면 어떻겠어요?


가치가 뚝 떨어지거든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죠.

그러니깐 상품 관리를 잘 해야해요.


- 실제 포주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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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는 작은 도시지만 돈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 성매매가 성행하는 곳이기도 하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일어난 일은 라스베이거스에 묻어둔다"라는 슬로건이 있을 정도이다.


이곳에서는 약장사보다 매춘업이 더 안전하다. 경찰이 습격하거나 누군가 총을 겨누는 일도 없다. 특히 여성들은 도시의 화려환 분위기에 휩쓸려 부지불식간 범죄에 말려든다. 포주나 매춘 등 성매매 업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돈이다.




성매매란 주제와 문화, 그리고 폭력.



여성들이 성매매에 휘말리는 경우는 다양하다. 모델 일을 권유받는다던지 크리스마스 파티 초대받거나, 인터넷에서 만난 친구를 따라가기도 하고, 사랑에 목말라 잘못된 곳에 발을 들이기도 한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한 날에는, 어두운 곳으로 끌고 가서 두들겨 맞고 말하면 마약 복용 사실을 알리거나 가족을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받았다. 피해자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없다. 매일 밤낮으로 수십 명의 남자들을 상대해야 했고, 결국 몸도 마음도 망가져버렸다.


하지만 현실에선 포주나 고객이 체포되는 경우는 적으며, 피해 여성들이 수시로 경찰서를 드나든다. 실명으로 6번이나 전과자로 찍히고, 가명이 아닌 채로 체포된 건 50번 이상이라고 한 피해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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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가족들>
 


모든 범죄가 그렇듯이 피해자 협력 없이는 할 수 있는 건 적다. 그리고 해결의 열쇠를 쥔 사람들이 범죄 행위에 연루됐다면, 사건은 더 복잡해진다.



성매매 피해자들의 증언은

설득력이 약한 게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매춘에 관련됐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사람들은 이 아이들이
매춘을 자발적으로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매춘을 요구했을 때,

바로 도망치지 않았다면 이렇게 생각하기 쉽죠.

본인이 원해서 그렇게 됐다고요.



사람들은 성매매에 대해 생각보다 무지하다. 지방검사는 피해자가 매춘부라 배심원들이 호응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이미 증거와 진실을 확보했는데도 말이다.




현대판 노예제도



나이 든 남성은 돈을 주고 여자를 사는 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라고 말했다. 돈 주고 여자를 사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매춘부들은 먹고살려고 몸을 파는 거니깐. 단지 그것은 '사회 진화'의 일종이라고.


그렇다면 과거와 다를 건 전혀 없다. 여전히 부에 따른 계급 차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노예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예 일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원해서 그러는 것.' 이라고 합리화 하면서 말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그가 말하는 인간의 정의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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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편으론 그 말이 조금은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세계 각지에서 인신매매 사건은 끊이지 않고, 그 근본은 민족에 상관없이 매우 유사하다. 우리나라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주객전도 돼버린 가해자와 피해자, 기술발전에 의한 새로운 범죄 유형들, 돈으로 살 수 있는 죽음 등등..


결과적으로 인간은 그러한 존재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사건들은 끊임없이 터져 나올 것이다. 우주에 인간이 2명 이상 있으면 우위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이고, 강자와 약자는 늘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중립을 지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직접 사건에 관련될 순 없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중립의 사람들은 강자와 약자의 경계를 잘 구분하는 것이다. 정확한 가해자를 찾아 벌주고 약자 편에 서는 일. 그것이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를 지키는 일이 아닐까.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면, 다음 타깃은 내 가족, 친구, 그리고 내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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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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