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적벽대전을 아시나요 [공연]

판소리 뮤지컬, <적벽>: 색다른 조합들의 향연
글 입력 2019.03.1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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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을 아시는가. 아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보다는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더욱 익숙한 대한민국의 평범한 20대 중반 여성, 나에게 적벽대전은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한 개념이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적벽대전 스토리. 두둥.



적벽대전이란


때는 바야흐로 위, 촉, 오로 이루어진 중국의 삼국시대.

북방 지역을 싸그리 통일하고 야망에 찬 조조는 남쪽 지방까지 세력을 넓히기 위해 100만 대군을 이끌고 내려온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아랫동네의 손권과 유비는 고사리 같은 손을 맞잡아 연합군을 꾸려 보지만 그 손이 해도 해도 너무 고사리였던 지라 고작 10만 대군밖에 모아지지 않은 슬픈 현실을 마주한다. 덩치가 안 되면 머리로라도 이겨보자는 심리로 유비는 그 유명한 삼고초려 권법을 시전하며 똑똑이 제갈량을 섭외하고.

그렇게 마주한 100만 대군과 10만 대군+제갈량은 눈치게임을 시작한다. (눈치게임 1!)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조의 군사들은 남쪽의 습한 날씨와 뱃멀미에 시름시름 앓아가고. 해결책을 고민하던 조조는 수많은 배들을 한 데 엮고 그 위에 나무 판자를 덧대어 완벽한 승차감을 자랑하는 거대한 판때기 섬을 만들어 버린다. (섬을 창제하는 중국의 클라쓰)

한편 저 배도 아닌 섬도 아닌 것 위에서 랄랄대며 뛰어다니는 조조네 군사들을 바라보며 괜찮아, 마그네슘 부족이라며 입가 경련을 애써 숨기던 10만대군+제갈량은 ‘나무=불에 약하다!’ 공식을 생각해내고! 
그래, 그렇다면 불화살을 쏴서 저놈의 판때기 섬을 태워 버리자며 박수를 치다가 생각해보니 지금은 겨울이다. 그리고 겨울에는 북동풍이 분다. 즉, 불화살을 날리면 그 불화살이 자연스럽게 나에게 다시 돌아오는 매직이 발생하는 것이다.

IC, 갑자기 분위기 겨울.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하던 시점에 등장한 이가 바로 똑똑이 제갈량! “Don’t worry. 남동풍 is coming”

쿨한 미소 한 방 날려주며 돌아서니 진짜로 불어오는 남동풍. 이때다, 하고 발사한 연합군의 불화살과, 적진을 향해 무소의 뿔처럼 돌진하는 불붙은 배들의 향연으로 조조의 100만 대군은 불바다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조조의 야망은 무너지고. 유비와 손권은 10만으로 100만을 이겨낸 진기한 인물들로 역사에 남는다.

* 적벽대전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여러 기록들이 남아 있습니다. 위 서술된 내용 역시 그 중 일부를 근거로 하기에 완벽한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 위 내용은 재미를 위해 상상 속에 재창작되었습니다.



판소리 뮤지컬, <적벽>


2018_정동극장_적벽_공연사진 (1).JPG
 

3월 22일부터 5월 12일까지 정동극장에서 공연하는 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적벽대전을 소재로 삼는다. 적벽대전은 100만과 10만의 대결에서 10만이 승리했다는 특유의 드라마틱한 요소 때문에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중국 오우삼 감독의 2부작 영화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동극장의 <적벽>이 독특한 점은 20명 배우들의 판소리 합창, 그리고 군무로 그 역동적인 전장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판소리라고 하면 생소하고, 어쩌면 고리타분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적벽>은 뮤지컬, 즉 여러 명이 화음을 맞춰 내는 웅장한 사운드를 가졌다. 잘 맞아 떨어지는 웅장한 화음 때문에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으니 판소리 ‘뮤지컬’이라는 점이 판소리를 향한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개인적으로도 화음을 맞춘 판소리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조합이기에 호기심이 많이 인다.

또한 눈여겨보고 싶은 점은 안무이다. <적벽>은 현대무용과 힙합, 스트릿 댄스의 동작을 활용해 전장의 일사분란한 상황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낸다. 삼국지와 판소리라는, 다소 낯선 것들의 조합을 현대무용, 힙합, 스트릿 댄스 등을 활용해 보다 트렌디하게 만들어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런 식으로 소위 요즘의 색을 입혀 과거의 것을 계속해서 곱씹게 만드는 콘텐츠가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이 뮤지컬의 화려한 스케일이 기대된다. 얼마 전 멜론뮤직어워드 인트로에서 방탄소년단이 선보인 부채춤 퍼포먼스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민의 춤 역시 대단하지만, 그의 주변을 유려하게 수놓는 부채들의 나열에도 제법 눈길이 간다. 얼핏 봤을 때는 화려하지만, 자세히 보면 많은 이들의 한 마음 한 뜻을 필요로 하기에 섬세한 ‘부채 퍼포먼스’는 한국만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에 제격이다.

판소리 뮤지컬 <적벽>에서는 부채가 중요한 도구로서 등장한다. 부채를 활용해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을 확장시키고 긴박한 분위기를 표현하며, 부채의 군무로 창과 방패와 동남풍과 타오르는 불길을 만들어낸다. 단 한번도 부채춤을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지민의 부채춤을 보며 무대 위에서 펼쳐질 세밀하면서도 웅장할 한국스러운 군무를 상상해본다.


2018_정동극장_적벽_공연사진 (2).JPG
 

옛날의 것을 오늘 날의 것으로, 중국의 것을 한국의 것으로 바꿔낸 판소리 뮤지컬 <적벽>. 온갖 색다른 조합에, 심지어 나에게는 ‘적벽대전’이라는 소재조차 낯설었지만 그 낯섦 때문에 더욱 실체가 궁금해진다.





2019_적벽_Poster_525x750_1차최종.jpg
 

적벽
-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


일자 : 2019.03.22 ~ 05.12

시간
수-토 8시
일 3시
월/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8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박민재.jpg
 

[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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