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세계의 끝에서 시작되는 것 _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

글 입력 2019.03.02 00: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Overview


 

sekainoowari-tree-1024x1016.jpg
 


언젠가 언니가 내게 말해주었다. 가장 최후에 잊히는 기억이 음악이라고 말이다. 언니의 말에 무척 동의했다. 잊고 있었던 기억이었는데 그때 그 노래로 그날의 분위기, 향, 옆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들까지 생각나기 때문이다. 음악과 관련된 기억들을 곰곰이 생각하니 수만 개가 넘는 것 같았다. 그중 가장 따뜻하게 저장된 음악과 기억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밴드 ‘세카이노 오와리’였다.



 

현실 속 판타지, 세카이노오와리


 

세카.jpg
 


세카이노 오와리(世界の終わり).


‘세계의 끝’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밴드는 보컬인 후카세 사토시가 세상의 끝에 내몰린 순간 음악으로 시작되었다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후카세는 병으로 굉장히 힘들어했다. '아, 여기까지 떨어졌으면 뭐든 할 수 있겠지'하고 시작한 밴드라고 한다.

 

세카이노 오와리는 일반 밴드와 구성이 다르다. 보컬, 피아노, 기타, DJ. 생소한 구성의 ‘세카이노오와리’의 노래 또한 처음 듣는 내게 신선했다.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 위의 경쾌함, 그리고 판타지 요소가 듬뿍 담긴 가사. 거기에 밴드가 결성하게 된 계기, 보컬인 후카세와 멤버 간의 관계 등 밴드에 대한 스토리는 세카이노 오와리만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만들어 나를 ‘덕후’로 만들었다.



 

끝나가는 여름이 기억나는, <불사조>





‘우리들의 하늘을 불꽃이 장식해.

그리고 여름이 끝나’



<불사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세카이노 오와리의 곡으로 여름을 가장 잘 나타내는 곡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죽지 않는 로봇으로 설정한 곡으로 컨셉이 굉장히 독특하다. 결국 죽음으로 끝은 (인간인 ‘나’에게) 오겠지만 그래도 끝이 주는 지금을 연인과 사랑하고 싶어 한다.

 

<불사조>의 시간적 배경은 여름이기에 그 계절과 관련된 것이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다. 각자 다른 여름의 기억이 담겨있다. 심야 영화가 끝난 뒤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들으면서 걸었던 기억, 평범하게 집으로 돌아가던 여름 저녁의 기억, 한강을 바라보며 혼자 맥주를 마셨던 기억. 모두 다른 매력을 가진 기억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여름밤이라는 것이다. 기억은 제각각이지만 여름밤 특유의 풀벌레 소리, 시원한 바람이 항상 담겨 있다. 비슷한 온도의 여러 기억을 가진<불사조>. 그렇다면 이 곡에 담길 또 다른 여름들은어떤 모습일까?



 

과거에 대한 허무함 그리고 지금, <죽음의 마법>


 

대학교 1학년, 세카이노 오와리를 처음 접했고 가장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세카이노 오와리의 곡을 들으면 갑자기 변해버린 환경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많이 떠오른다. 아직 고등학생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모든 것에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 되어야만 할 것 같았다. 이전의 과거는 모두 사라지고 새로움이라는 환경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에 멍하기만 했다. 그런 때에 가장 힘이 되어주었던 가사의 곡은 바로 <죽음의 마법>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지금까지 만들어온 것들,

어째서 없어져 버리는 거야?

모처럼 찾아내었는데 어째서 죽어버리는 거야?.’

 


<죽음의 마법>은 죽음이 가져오는 끝에 대한 슬픔, 허무함과 희망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대학 1학년, 한순간에 많은 것이 바뀌었고 많은 것이 사라진 기분이었기에 가사에 크게 공감했다. 갑작스러운 변화로 그동안 쌓아 놓은 것들이 모두 없어지는 것만 같았고 허무했다.


 

‘시작하는 것은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어.

지금을 살아간다는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는 것’

 


그런데 이 곡을 들으면서 끝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노래에서 말하듯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고, 끝이 있기에 새로운 시작이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모두 인정하고 지금을 더 소중히 하자는 가사가 힘이 되었다. 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이 노래를 안지 몇 년이 지난 현재에도 ‘지금’을 사랑하는 것이 어렵다. 매번 과거를 후회하고 그리워한다. 그럴 때마다 이 노래를 듣는다. 다시 끝이 주는 의미를 되뇌기 위해서 말이다. 죽음은 슬프다. 그러나 죽음이 있기에 제한된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금을 더욱 돌아보게 하는 것은 정말로 죽음이 주는 마법이었다.



 

마무리하며


 



세카이노 오와리는 무척 동화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마법, 별, 달 등 판타지와 관련된 단어가 많이 섞이고 가사들 모두 SF영화 속의 일상을 걷는 듯하다. 현실과 먼 세카이노 오와리의 노래를 들으면 계속 공상 속에 잠긴다.

 

언니가 말해준 것처럼 음악과 관련된 기억은 정말 신기하다. 모든 예술 중 음악은 가장 직관적으로 기억된다. 음악은 추상적인 예술이다. 그렇지만 이 추상성 때문에 개념을 담은 언어를 뛰어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까지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 이후 나에게 소중한 기억을 선사할 곡은 무엇일까?





[연승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E-Mail : artinsight@naver.com    |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Copyright ⓒ 2013-2019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