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죽음 위에 건설된 유토피아, 하거도

연극 하거도 Preview
글 입력 2019.02.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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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모티브로 인간의 추악한 역사에 대해 조명한 박지리 작가의 소설이자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이다.


선하고 순수한 주인공이 악을 대물림받으며 타락해 가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선한 것이 아니라 강한 것을 선택하며 발전해 온 인간의 역사에 의문을 품는다. 지난가을, 나는 악의 대물림과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다윈 영’의 날카로운 주제의식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때로는 비관적인 시선이 희망적인 시선보다 큰 힘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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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하거도’는 모두가 유토피아라 믿었던 공업도시 ‘하거도’의 추악한 이면을 그려낸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목포에서 6시간 반 정도 떨어진 섬 하거도에 발전소라는 명목으로 거대한 수용소가 세워진다.


하거도의 관리자들은 범죄자들을 강제 노역에 참여시켜 그 이익을 가로채고, 종국에는 이익에 눈이 멀어 일반 시민까지 강제 노역에 동원하기에 이른다. 관리 조직은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더욱 잔인한 수감방식으로 노역자들을 통제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친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의 비명과 죽음으로 건설된 하거도는, 훗날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기를 꿈꾸는 지상 위의 유토피아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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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것들을 희생하여 강하고 튼튼한 유토피아를 건설하고, 이 과정을 철저하게 숨기고 미화하며 위선을 행하는 모습을 그려냈다는 이 연극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과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떠올랐다.


가까운 미래를 그리고 있는 ‘다윈 영의 악의 기원’과 과거 산업화 시대를 그리고 있는 한국 소설 ‘난쏘공’ 속 인간들은 모두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한다. ‘다윈 영’의 주제의식처럼 인간의 역사는 어쩌면 모두 그런 방식으로 발전해 온 것일지도 모른다.


약하고 선한 가치를 희생하여 더 강하고 튼튼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간은 발전 앞에 잔인했고 생존 앞에 나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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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이 미래를, ‘난쏘공’이 과거를 통해 잔인하고 나약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냈다면 연극 ‘하거도’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통해 추악한 진실을 조망한다. 약한 자들의 희생으로 건설된 유토피아 하거도에서는 과연 어떤 진실을 마주할 수 있을까. 미래의 ‘다윈 영’, 그리고 과거의 ‘난쏘공’이 인간의 역사에 주는 비관적이면서도 힘있는 시선을 현재의 연극 ‘하거도’에서도 볼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으로 건설된 아름답고 눈부신 섬에 얽힌 이야기, 연극 ‘하거도’는 오는 3월 8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



공연 정보


공연명_ 하거도

공연일시_ 2019.03.07-03.17

공연시간_ 평일 20시 / 토 15시, 19시 / 일15시

공연장소_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관람연령_ 만 16세 이상

티켓가격_ R석 4만원 / S석 3만원

제작_ 극단 작은신화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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