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 읽다] 타카노 후미코 - 책과 사랑에 빠진 적이 있나요?

책을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노란 책』
글 입력 2019.02.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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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 이 만화책은 왜 여기에 껴놓았나요?


책방 주인 : 문학이니 거기 끼워놨겠지 않는가.


난 개인적으로 이 일본 작가가 그리는 일상의 세심함과 따뜻함을 좋아한다네. 몇 번씩 되 읽을수록 깊음이 느껴지지. 특히 그녀의 책 중 이 『노란 책』을 가장 아껴 가져다 놨네. 모두가 봤으면 해. 책을 좋아하고 싶은 사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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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주인 : <노란 책>의 주인공 소녀는 학생이야.


다섯 권에 달하는 『티보 가의 사람들』이라는 책에 푹 빠져있지. 하교하는 버스 안에서 고개를 처박고 책을 읽고, 집에서는 가느다란 불빛에 의존해 한 글자라도 읽으려 안달을 내지. 한마디로 물불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거야. 마치 책과 사랑에 빠진 듯이. 그게 소녀의 일상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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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코
그 책 살래? 주문하면 되잖아. 다섯 권 다 살 테니까 가져다 놓으라고.


됐어요. 거의 다 읽었는걸요.


마음에 드는 책은
평생 갖고 있는 것도 괜찮다고
아빠는 생각한단다.


-


미치코.
책은 도움이 많이 된단다. 책을 많이 읽으렴.



책방 주인 : 이 책의 맨 앞부분인 <노란 책> 단편을 읽고, 난 책을 읽던 내 모습이 생각났네. 간식으로 감자를 먹으며 책을 읽던 어린 시절, 책 한 권을 사겠다고 용돈을 모으던 어린 나.


내 어머니는 내가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지. 그래서 그 없는 살림에도 트럭 책장수에게 세계문학 전집을 사와 내 방에 두었네. 그때를 아직도 잊을 수 없어. 그 책을 다 읽었네. 때론 밤을 새우고 때론 짬짬이. 난 그 속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 그때처럼 많은 사람의 인생에 들어갔던 적이 없어.


그런 기쁨이 있었다네. 나에게 책이란 그랬어. 참 재밌는 것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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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의 사람 어딜가려고?


일하러... 취직을 해야 하거든요.


그거 축하할 일이군.


의복과 관련된 일을 할 거에요.
앞으로 새롭고 활동적인.


흠, 그건 중요하지.

……. 맞아. 혁명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마음은 계속 간직할 거에요.


성공을 비네. 젊은이!



책방 주인 : 요즘은 대하 장편을 읽을 엄두가 안 나. 쉬엄쉬엄 쉬면서 근 1년을 읽겠다는 마음조차 잘 서지 않지. 세태가 바뀌기도 했고.


손님 : 저도 그렇습니다. 학생 때보다 읽을 시간이 없어요. 정말 읽을 시간이 없다기보단 있어도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죠. 손에는 책보다 가까운 핸드폰이 쥐어져 있고, 조금만 검색해도 빠른 이슈들에 눈이 넘어가니까요. 그러다 보면 하루가 갑니다. 책은 우리가 크면서 부수적 요소에서도 물러나는 걸까요?


책방 주인 : 그럴지도 모르지.

미오코가 책을 반납하는 시기가 졸업을 하고, 직장인이 되는 때인 것처럼. 예전같이 미오코가 책을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네. 혁명과 저항을 하자며 함께 어울리던 인터내셔널리스트들의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눈앞에 닥친 현실을 살아가겠지.


그러고 보면 우리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우리는 너무도 치열한 세상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지 않나. 그런데도 세상은 더 치열해지길 바라고, 우리에게 사색과 여유와 천천히 걷는 걸 미루게 하지. 그런데 그렇게 잊히는 사색들이 우리의 인생에 질문을 던지게도 하고, 그 질문의 답을 내놓기도 하고, 형성시키기도 하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책의 마지막이 암담한 건 아니야. 그저 내가 사랑해 빠졌던 것들에 대한 작별을 고하지. 떠날 소녀에게 동지들이 소녀의 미래를 응원하는 것처럼. 소녀가 머리와 가슴에 등장인물들을 간직하겠다는 것처럼.


무엇을 하든 시대가 달라지고 내가 달라질지라도 마음만 그대로이면 된다고 말해주는 듯해. 미오코도 또 다른 세상을 만나며 또다시 읽어나갈 거야. 자크를 잊지 않고. 우리도 그러면 되겠지. 끝이 아닌 연장과 넘어섬일 뿐이라고.


이 책이 그래서 좋았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야. 잊고 있었거든. 나 또한 책이 좋아 빠져있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곳으로 가보고 나를 채웠다는 걸. 다시 생각이 나서 기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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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코 언니.
불을 켜면 어둡네.


응?
불을 켜면 밝아지지.


불을 켜면 밤이 되는걸.


그래.
밤이 되었네.
밖은.



책방 주인 : 그리고 삶이 느껴져서 좋았어.


삶을 아주 담백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놓지. ‘불을 끄면 밖은 어두워진다.’는 그런 사소하지만 잊고 있었던 사실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부여잡고 천천히 흐르게 하듯. 빠르게 지나갔으면 보지 못했을 법한 일상에 대한 말이야.


이것 좀 보게! 동그란 눈과 길게 찢어진 눈이 대충 그린 것 같지 않나? 그런데 이 단순한 눈에 많은 감정을 보이게 한다는 것이 정말 신기해.


넓적넓적한 여백이 있는 그림과 짧게 뚝뚝 던지듯이 끊기는 대화들이 이상하도록 여유를 주네. 대화를 읽고 한번 생각해볼 텀을 주지. 그러다 그 대사들을 곱씹었을 때 난 한방 얻어맞고 말지.


타카노 후미코의 매력이란, 아무 말이 들어가지 않는 컷이라도, 그림만으로 일상을 담백이 그려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네. 실제로 이 책엔 구구절절 많은 대화가 이어지진 않아. 오히려 자잘하게 무심한 듯 그림으로 그려내지. 그게 여운을 줄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보며 알았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있는 작가일걸세.



*


노란 책 - 자크 티보라는 이름의 친구
CLOUDY WEDNESDAY
마요네즈
2-2-6



책방 주인 : <노란 책> 외에도 책에 들어있는 이 세 편의 단편들도 읽어보게. 어떤 걸 읽든 특유의 감성이 느껴질 걸세.


손님 : 그래 볼게요. 오늘은 이 책을 가져가야겠군요.


(문득 서점주인은 남자를 쳐다본다.)


책방 주인 : 자네는 책을 왜 보나?


손님 : (웃으며) 저는 책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어요.


책방 주인 : 그럼 왜 이렇게 찾아와 읽는 건가?


손님 : 좋아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자꾸 좋아져서요. 이젠 없으면 허전하게 됐네요. 그래서 계속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책방 주인 : 그렇군. 자주 오게. 자크가 미치코에게 “매종 라피트에 언제든 들러 달라”고 했듯 자네도 언제든 들러주게.




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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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노 후미코는 1957년 니가타에서 태어났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1979년 단편 절대안전면도칼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주로 단편 위주로 활동하며 37년 동안 단 7편의 작품집을 발표한 과작 만화가로 알려져 있다. 독특한 스타일과 세계관으로 '만화가들의 만화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만화가협회상 우수상, 테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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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노란 책

타카노 후미코 사진 출처 : 위키 백과사전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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