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10대들은 못 보는 10대들의 성(姓)장기, 넷플릭스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기타]

글 입력 2019.02.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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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관하여

8부작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영문 원제는 <Sex Education>, 즉 성교육이다. 이 도발적인 제목의 드라마는 그 내용 또한 도발적이다. 1화의 첫 장면은 두 10대가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다. 그러니 부디 공공장소에서는 이 드라마를 보지 마시길.

이 드라마는 첫 예고편이 나왔을 때부터 재미있는 배경과 신선한 설정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집에서 성 상담(Sex Therapy)을 하는 어머니를 둔 오티스는 필사적으로 ‘평범한’ 학생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어떠한 계기로 그것을 들키게 되고, 돈이 필요한 날라리 ‘메이브’와 손을 잡고 학교 친구들의 성 상담을 하게 된다. 드라마는 시트콤처럼 오티스와 메이브가 등장하는 중심 서사가 있고, 그들의 상담 케이스라는 부차적인 서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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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청자가 사랑하는 남자배우들의 전형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최근 인기가 많았던 넷플릭스 드라마, 영화의 남자 캐릭터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요약하면, 넷플릭스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남자 주인공의 전형이었던 ‘미식축구부 쿼터백’이 아닌, 다소 모자라고 여린 성격에, 흰 피부의 영국인 너드(Nerd)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넷플릭스 서비스의 특성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물론 넷플릭스도 돈을 내기는 하지만, 컨텐츠를 소비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영화에서는 좀더 ‘적극적인’ 주인공을 찾게 되고, 집에서 편히 앉아 보는 넷플릭스 드라마 주인공으로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줄 어딘가 부족하지만 다정한 영국 소년들을 찾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이 기사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가 바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주인공 오티스이기 때문이다. 오티스는 여자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여자를 괴롭힌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다정하고 섬세하게 여자가 원하는 것을 캐치해낸다. 예민한 주제를 다루는 이 드라마의 태도를 이 캐릭터가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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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성



드라마 처음에는 모두 고민 없이 다들 알아서 사랑을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학생들은 사실 성 문제가 많지만 물어볼 곳이 없어 고민만 하고 있는 학생들로 다시금 비춰진다. 다시 말해 분명 현실 속의 10대도 이런 고민들을 안고 있을 법하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이 드라마는 청소년 관람불가 이다.

다소 선정적인 장면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자극적일 수 있는 주제를 인물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오히려 기존의 청소년 드라마보다 더 교육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모든 에피소드의 결론은 다소 교과서적이다. 혼전순결을 강조하거나 2차 성징에 대해 배우는 데 그치는 대한민국의 성교육 실태를 고려하면, 이 드라마는 분명 실제 청소년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좋은 성교육 자료로 쓰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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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연출과 따뜻한 시선



이들이 10대들의 고민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2018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성소수자 문제, 페미니즘 이슈 또한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낙태 클리닉에 가는 메이브를 담담하게 위로하는 오티스, 누군가의 성기 사진이 유출되자 한 마음으로 친구를 돕는 학생들, 자신의 고민(1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애덤까지. 한국에서 같은 주제로 드라마를 만들었다면 결코 볼 수 없을 장면들이다.

아무리 사소한 배역이라도 모두 각자의 서사와 고민이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여느 하이틴 드라마가 그렇듯 학교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그런 주인공들과는 거리가 먼 학생들의 이야기다. 또는 학교의 인기 스타들에게도 그들 나름 고충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시청자는 이들의 고민에 성장에 더욱 공감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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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포인트

오티스의 집은 성 상담사의 집 답게 다양한 소품들로 가득차 있는데, 이들 하나하나를 보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 드라마의 초반에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들도 흥미롭다.

오티스의 게이 친구인 에릭의 화려한 옷차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그의 정체성을 표현하듯, 무지개 색의 운동화를 신거나, 쨍한 오렌지 색의 바지를 입는데 다소 난해한 의상임에도 배우가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만,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뽑으라면 역시 성 상담사라는 특이한 직업을 가진 오티스의 어머니인 진 밀번을 고를 것이다. 우아한 영국식 발음과 대조되는 개방적인 발언들이 웃음을 자아내고, 당연하게도 오티스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인물이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가 인물들을 바라보는 시선 그 자체가 이 드라마를 보는 이유가 된다. 처음에는 우스운 장면 때문에 깔깔 웃다가도, 어느 순간 인물들이 보여주는 따뜻함에 감동하게 될 것이다. 마약과 각종 범죄를 다루는 넷플릭스 드라마에 지쳤다면, 이 드라마를 더욱 강력하게 추천한다. 잠시 잊고 있었던 10대를 떠올리며 힐링할 수 있을 것이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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