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처음 만나는 예술, 연극 <보이첵> [공연]

글 입력 2019.02.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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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사다리움직임연구소 20주년 기념공연
연극 <보이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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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첵'


프레드리히 요한 프란츠 보이첵. 육군 일등병 제 2연대 2대대 4중대 소총수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 '마리'가 있었다. 보이첵은 군대에서는 상사의 면도를 해주며, 의사의 명령에 따라 매일 완두콩만 먹고, 소변량이나 감정의 상태를 점검 당한다.

가난하기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는, 시키는 대로 밖에 할 수 없는, 삶의 희망도 가질 수 없는 나약한 인간 보이첵.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정신착란증세를 보인다.

의사들과 중대장은 나약하기만 한 보이첵을 향해 인간으로서 가치 없음을 놀리기만 한다. 돈 때문에 약대장과 놀아날 수밖에 없는 '마리'.

결국 보이첵은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여인 '마리'를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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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보이첵>의  '의자'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11명의 배우들이 11개의 의자로만 무대를 구성하는 <보이첵>에서 의자는 다양한 기능을 한다. 가끔은 군인의 침대로, 때론 보이첵을 검사하는 병원의 검사대로 사용되는 연극 속 의자는 그 무엇보다 의자의 본래 역할에 가장 충실하게 활용된 듯 했다.

의자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 걸터앉는 데 쓰는 기구.'(국어사전)이다. 이런 의미를 본다면 의자는 각각 개인의 위치, 자리라고도 생각해볼 수 있다. <보이첵>에도 11명의 배우와 11명의 의자가 등장한다.

11명과 11개의 의자. 꼭 맞게 의자가 배분된 것 처럼 보이지만 연극에서 보이첵은 자꾸 의자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연극의 첫 장면부터 보이첵은 혼란스러워한다. 사방에서 자신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빈 의자를 찾아 자리를 잡으려 하지만 의자는 자꾸 멀어지기만 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보이첵의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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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보이첵에게 의자는 때론 속박이 되기도 한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점검 당하는 장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딱딱한 나무의자를 받침으로 삼아 모로 누운 보이첵의 모습은 몹시 불편해보였다. 심지어 보이첵은 속옷만 걸친 차림으로 의자 위에 누워있어 불편함 뿐만 아니라 고통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이 의자 위에서 보이첵의 신체는 머리, 배, 다리로 분할되어 진단받는다. 이 부분에서 보이첵은 사람이 아니라 마치 실험당하는 어느 실험체 같았다.



연극 <보이첵>의 '코러스'


<보이첵> 속 11명의 배우들 중 4명의 역할은 '코러스'이다. 연극에서 조금 낯선 코러스의 등장이긴 했지만 연극을 보다보니 코러스의 등장은 매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리스 비극에 등장하는 코러스들처럼 <보이첵>의 코러스들은 인물의 말을 여러번 반복해 다시 말하거나 대사의 어조, 높낮이를 변주하면서 대사에 깊이를 담았다.

특히 보이첵의 복잡한 정신을 표현하는데 코러스가 적합하게 작용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내 '마리'를 보며 고뇌하는 모습이나 헛것을 보며 말하는 부분에서 코러스들의 등장은 보이첵의 정신착란증세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관객까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 같았다.



연극 <보이첵>을 보고 나오며


연극이 끝난 뒤 공연장의 불이 켜지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약간의 난감함이었다. 그동안 봤던 연극과 전혀 다른 형식으로 이루어진 극은 보는 내내 의문을 갖게했기 때문이다. 연극이 말하려 했던 것에 비해 내가 너무 조금만 이해하지는 않았나 싶어 답답하기도 했다.

부족한 이해였지만 그 중 가장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기존의 그 어떤 연극보다 새롭고 참신하다는 점이다. 피지컬 씨어터를 처음 접해본 나에게 연극 <보이첵>은 놀람과 새로움, 그리고 충격이었다. 딱딱한 나무의자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목소리와 표정 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열연을 펼친 극단 사다리움직임연구소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기존 연극의 틀을 깨는 참신한 연극을 경험하고 싶다면 <보이첵>은 절대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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