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작은별, 아니고 큰 별 [공연]

뮤지컬 <6시 퇴근>, 혜화 드림아트센터
글 입력 2019.02.03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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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주 재밌는 뮤지컬을 봤다. 현재 혜화에서 공연 중인 소극장 뮤지컬, <6시 퇴근>이다.

언젠가 퇴근 시간의 한강대교를 지나며 도로 가득 빽빽하게 들어찬 차들을 본 적이 있다. 이토록 꽉 막힌 퇴근길과 더 꽉 막힌 출근길, 그리고 더더더 꽉 막혔을 회사에서의 시간을 견뎌낸 후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나열을 보며, 저들은 진짜 어른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각자가 원치 않게 짊어지게 된 삶의 무게를 서서히 받아들여가면서 사람들은 서서히 어른이 되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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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6시 퇴근>은 ‘나’를 잊고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꿈을 담은 뮤지컬이다.

회사에서 잊혀진 브랜드인 ‘가을달빵’의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팀을 해체시킨다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고뇌에 빠진 홍보 2팀. 회의 끝에 직장인 밴드를 만들어 직접 홍보에 나서면서 가슴 속 깊이 담아두었던 꿈을 하나 둘 꺼내어본다.


뮤지컬 <6시 퇴근>의 캐릭터들 역시 하나같이 무거운 삶을 짊어진 이들이다. 기러기아빠, 꿈을 묻어두고 살아가는 이들, 현실에 치이기 바쁜 이들, 그리고 사회생활이 아직 어려운 누군가까지. <6시 퇴근>은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주변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이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다고 해도 마냥 어둡고 우울하진 않았다. 도리어 공감을 뿌리로 삼은 귀여운 유쾌함을 이 뮤지컬은 가지고 있었다. 넘버 역시 중독성 강하고 흥겹다. 몇몇 노래들이 돌아오는 길에 계속해서 입가에 맴돌 정도로 말이다. 특히나 놀랐던 것은 배우들의 악기연주 실력이었다. MR이겠거니, 했는데 자세히 보니 실제 연주였다. 보컬은 기본이고 드럼도, 베이스도, 모두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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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이 좋게 기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이다. 그렇다. 웃기다. 근래 들어 어떤 콘텐츠를 보고 이토록 포복절도 해본 기억이 많지 않다. 곳곳에 심어진 개그코드들이 나와 잘 맞았고, 그 코드를 배우들이 찰떡같이 잘 살렸다. 소극장 공연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이렇게 몰입해서 웃어본 적은 꽤 오랜만이었기에 극장을 나설 때 기분이 좋았다.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서 헷갈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각 캐릭터들의 특성이 뚜렷해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큰 어려움도 없었다. 무엇보다 ‘인턴 고은호!’는 유독 사람 이름을 잘 못 외우는 나마저도 공연 관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이 날 만큼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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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보기 위해 온 가족이 다 함께 출동했었다. 2시간여 남짓의 공연동안 가장 좋았던 점은, 스탠딩 커튼콜 때 아빠의 댄스를 봤다는 것이다. 배 나오고 팔다리 짧동한 아저씨(!)가 살랑거리고 있으니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빠는 젊을 때 생각이 났다고 하셨다. 아빠 역시 젊을 때 사내 밴드를 하셨다고 한다. 의외였다. ‘아빠가? 뭐였어? 보컬? 드럼?’ 물었더니 아빠는 조직만 해놓고 공연 때는 박수담당이었단다. 내가 왜 프로 박수러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빠는 조지 마틴(비틀즈의 프로듀서)이라고,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작품에서는 힘겹게, 하지만 묵묵히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이 미생들을 ‘작은 별’이라고 표현했다. 참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작을지라도 변함없이 빛나는 별, 작은 별. 그들을 둘러싸는 어둠을 필사적으로 밀어내며 살아가고 있는 작은 별. 해보다 작고 지구보다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반짝이는 그들이 아름다운 것은 사실이기에, 작은 별은 분명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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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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