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반가워, 디자인 잡지는 처음이지? [도서]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CA 디자인 매거진
글 입력 2019.01.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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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매거진. 작년 12월 방문했던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부터 눈에 띄었던 책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큼지막한 글자와 복고적인 느낌의 표지. 디자인 전공이 아니더라도 잡지 내부를 들춰보고 싶게 만든다. 디자인 잡지를 제대로 읽어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2019년 첫 시작을 여는 #242호는 귀여운 황금돼지와 함께한다. 잡지를 펼쳐보니 흥미로운 시각적 자료와 궁금한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우리 삶 곳곳에 존재하며 조용하지만 깊게 스며들어 있는 디자인. 평소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이 사실 수많은 디자인계 종사자의 시간과 노고의 결실임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시대가 요구하는 디자인을 고민하며, 새로움과 참신함 사이에서 이상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 전 세계 많은 디자이너들은 오늘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로고는 변화한다, 단순하고 심플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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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달라졌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잠드는 순간까지도 줄곧 함께한다. 온갖 정보와 시각적 자료는 모두 손바닥만 한 화면 안에서 선보여진다. 멈춰있던 시각적 매체는 이제 움직여야만 하고, 소리를 내고, 형태를 바꿔야만 한다. 크기가 작아도 한눈에 띄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 로고 또한 마찬가지다. 3D, 4D, 모션 그래픽 등 다양한 온라인 환경에서 잘 적용되려면 단순하고 심플해야 한다.

스타벅스가 기존 로고 안 <STARBUCKS COFFEE> 글씨를 지우고 새롭게 리뉴얼을 한 것도, 애플의 무지개색 로고가 단순한 검은색으로 바뀐 것 모두 다 이런 이유에서다. 브랜드의 핵심만 남겨두고, 어느 분야에서든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단순하고 명료하게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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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영국의 빅토리아 앨버튼 박물관의 로고 V&A는 이 모든 걸 만족하는 아주 이상적인 디자인이다. 1990년 앨런 플레처가 디자인한 이 로고는 오늘날까지도 사용될 정도로 그 빛을 발한다. 기능적이며, 유행을 타지 않고, 기억하기 쉬운 디자인.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MMCA)의 새로운 로고도 마찬가지다. 세련되게 배치된 알파벳과 현대적인 디자인은 현대미술관의 정체성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4가지의 다채로운 색은 국립현대미술관의 4가지 관(서울관, 과천관, 덕수군관, 청주관)을 상징하기도 한다.


샤넬, 버버리, 나이키, 아우디 등의 유명 브랜드를 떠올려보자. 우리는 이미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로고를 떠올리고 있다. 잘 만들어진 로고는 브랜드의 전부이자 확고한 정체성이다. 이렇게 훌륭한 로고 디자인은 단순함을 넘어 브랜드의 본질을 핵심적으로 담고 있다. 로고는 브랜드의 첫인상이자 모든 걸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다.




공연장 이름이 '모텔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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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moteloom'에서 9주간 진행되었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



얼마 전, 개성 넘치는 사운드를 지닌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는 자신들의 마지막 앨범 발매 전, 9주간 소규모로 공연을 진행했다. 공연이 진행되는 공간의 이름은 다름 아닌 '모텔 룸'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모텔에서 공연을 하는 건지 의아해했었다. 낯설고도 신선했던 그 이름. 공연 이후 올라온 SNS 게시물. 사진 속 멤버들은 4개의 알록달록한 간판이 달린 방을 배경으로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 발매된 이들의 5집. 간판에 사용되던 빨강, 노록, 초록, 파랑, 총 4가지 색은 이들의 앨범 커버에도 똑같이 사용되고 있었다.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진행되는 공연이라는 콘텐츠는 아주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느슨한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이 적절하게 섞여 있고, 머무르는 사람들과 데면데면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일이 벌어지는 그런 오래된 모텔 룸. 그 공간의 의미를 가져와 만든 이름이다."


-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



이들의 작업 소개를 들으니 기존에 갖고 있던 모든 궁금증이 싹 풀렸다. 즉 모텔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숙박 공간이 아닌, 지친 여행자들이 잠시 쉬다 가는 미국 서부의 'Drive In Motel'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이는 밴드 혁오가 제시한 아이디어라고 한다. 본래 모텔룸은 다양한 이벤트나 공연 및 전시를 진행하는 공간으로 계획되었었다. 그러던 중 마침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 발매 공연을 모텔룸에서 진행하기로 했기에, 디자이너는 이들의 앨범과 공연 장소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렇게 공간과 앨범은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신선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 공간은 이후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되며 새롭게 정체성을 변주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눈길을 사로잡는 다채로운 콘텐츠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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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잡지 속엔 수많은 흥미로운 얘기들로 가득하다. 애니메이션, 음악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 LICO의 톡톡 튀는 브랜딩 프로젝트, 젊고 감각적인 아이디어로 가득한 미대 학생들의 졸업전시 제출 작품, 동료들과 모여 수많은 아이디어와 영감을 공유하는 어느 디자이너의 공간, 에어비앤비의 혁신적인 디자인 시스템, 디자인 업계 종사자들도 예외 없이 겪고 있는 정신적 스트레스 문제 등. 평소 좋아하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아침,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앨범 자켓을 담당했던 김기조 디자이너의 최근 작업물도 실려 있었다.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주제를 다루면 더 집중하여 읽게 되었고, 잘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무엇인지 유심히 살피며 읽었고, 새로 알게 된 정보나 작가는 적어두기도 했다. 내가 알고 있던 작은 디자인의 세계가 훨씬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디자인이 이렇게 폭넓고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알게 되고, 어떻게 이런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는지 감탄하기도 했다.


당장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디자인 세계. 디자인 전공이 아닌 사람에겐 디자인과 좀 더 친해지게 만들어줄 흥미로운 소개서, 디자인 전공자에겐 디자인의 흐름과 추세를 파악하고 좋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디자인. 디자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가까이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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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 디자인 매거진 DESIGN MAGAZINE

#242 (2019 1, 2월 호)


CA BOOKS, Since 1998.


우리의 관심은 딱 한 가지. 한 사람의 좋은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것을 돕고, 지켜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넘어 잡지와 단행본과 컨퍼런스를 퍼블리싱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어디서 무엇을 하든 그 모든 일이 창조적인 작업(Creative Artworks)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우리 삶의 외연을 넓히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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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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