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CA #242 New star [도서]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의 디자인 매거진 독서법
글 입력 2019.01.30 00:0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KakaoTalk_20190129_222125934_01.jpg
 


이제 막 사회로의 진입을 꾀하는 사람들, 자신만의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낸 사람들,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하는 사람들, 그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 ‘반짝이는 샛별들’

 



New star



새로운 한 해가 밝았고, 디자인 매거진 <CA>도 새로운 호의 탄생을 알렸다.

 

'디자인'보다는 '매거진'을 좋아하는 나는 디자인적 요소 그 자체보다도, 그런 독창적인 디자인을 한 작가들의 가치관을 알아가는 시간이 즐거워 CA를 읽곤 했다. 특히나 이번 호는 나를 자꾸만 멍-해지게 만들었다. 그만큼 뼈때리는 문장들과의 만남이 잦았다는 뜻이다.

 


"삶 자체가 유토피아죠.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모르고, 어디로 당신을 데리고 갈지 모르니까요. 인생은 빈 노트를 채워가는 여정이에요. 결말이 무엇일지, 심지어 몇 페이지가 남았는지도 모르지만, 한 줄 한 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채워야 합니다. 운명이니 미리 정해진 것이니 하는 것은 없어요. 우리는 그저 각자 펜을 들고 써 내려가면 되는 겁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파비오 노벰브레의 인터뷰다. 그의 말처럼 정말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사람 인생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인생의 일부분에 있어서 어떤 선택을 해도 일단 후회부터 하는 게 바로 나다. 노벰브레의 생각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운명의 존재를 믿는다. 사소한 것에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나의 성격상 내 선택을 후회하기 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행동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결정을 내릴 당시에는 나름대로 심도 깊은 고민을 거친 결과물이었으니 후회보다는 인정하는 것.  이 마인드가 오늘도 나의 펜을 들고 인생을 써 내려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애착 없음과 관심 없음의 차이



11년 동안 기업 홍보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30대 중반에 예술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유코 시미즈의 인터뷰도 눈길을 끌었다.



"사실 전 이렇게 짧은 게 좋아요. 너무 애착을 갖게 되거나 쓸데없는자부심 같은 게 안 생기니까요. 하지만, 애착 없음과 관심없음은 전혀 다른 것이죠. 전 여전히 관심은 가져요."



'너무 애착을 갖게 되거나' 이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흠칫했던 것 같다. 굳이 그렇게 애정을 갖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 내 마음을 투자했던 일이 참 많았다. 그렇기에 뭐 하나를 털어내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경험상 그렇게 애착을 갖고 애지중지할 때보다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그게 특정한 일이던, 사람과의 관계던 말이다. 그래서인지 관심은 갖되 애착은 갖지 않는다는 그녀의 태도가 더욱 멋있게 느껴졌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는 언제든 생길 수 있고, 특히 전혀 예상치 못할 때 그런 경우가 많죠. 우리는 해답을 구하지만, 인생에 늘 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끊임없이 궁금하게 만들죠. 동시에 답을 알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도 있어요. 그래서 인생은 흥미로워요."



디자이너의 필수 역량이 '쿨함'이었던가. 노벰브레도 그렇고, 유코 시미즈도 그렇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본질적으로 비슷하다고 느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정말 삶의 변화는 꼼꼼히 계획했을 때보다 전혀 예상치 못 했을 때 생기는 경우가 정말 많다는 것. 그럴 때마다 답을 알려줄 매뉴얼이 있을리 만무하니까 나도 저렇게 생각하련다. 인생은 정말 흥미롭다.




트렌드를 아는 것과 따르는 것



"현재 트렌드에 잘 맞는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은 대단히 잘 팔린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트렌드를 지배하는 스타일은 잘 변한다. 그러니 유행에 잘 맞는 사람으로 자신을 가꾸는 함정에 걸려들지 말라. 상업 일러스트레이션에서는 제안받는 스타일에 따라 다재다능한 것이 최고다."


이번에는 영국 CA 에디터 에밀리 고슬링의 인터뷰다. 트렌드를 인식하는 것과 무작정 따르는 것은 다르다. 항상 트렌드의 흐름을 꿰뚫고 있되, 트렌드에만 의존하느라 자신의 색을 잃어서는 안 될터. 너무 당연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주변 시선이 최우선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트렌드와 무관하게 자신의 개성을 추구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꽤 흔하다. 트렌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신할 줄 아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는 것. 비단 디자이너 뿐만 아니라 모든 현대인들이 자각해야 할 생각이라고 느껴졌다.


 


인상 깊었던 디자인들



디자인 매거진 답게, 개성으로 무장한 다양한 디자인들도 눈길을 끌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KakaoTalk_20190129_222125934_07.jpg
홍익대학교 시각 디자인 전공 - 박종표


일반적인 픽토그램은 성별이 나누어져 있다. 화장실 표시, 임산부 표시처럼 나눠질 필요성이 있는 아이콘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경우가 그렇다. 이 픽토그램은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의해 만들어졌다.



KakaoTalk_20190129_222125934_08.jpg


'평등'의 의미를 강조한 작품답게, 지속적인 이슈로 떠오르는 성범죄 문제에 관련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을 따로 구분짓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인상깊었다. 침묵이 긍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짧고 강력한 메세지와 함께 말이다.

 
KakaoTalk_20190129_222125934_10.jpg
 

이 픽토그램은 그냥 귀여워서 눈길이 갔다. 외국인들의 한국 여행기를 담은 프로그램을 보니까, 정말로 우리나라의 편의점 문화를 저렇게 부르더라. 작은 파라솔 아래 나란히 앉아서 맥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저렇게 작고 단순한 아이콘이 명쾌한 의미를 담아내고 있을까. 이게 바로 픽토그램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KakaoTalk_20190129_222125934_14.jpg
 


유코 시미즈의 이 작품 또한 매우 인상 깊다. 약간은 징그러울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눈들, 한 여인이 도구까지 동원해가며 이 눈들을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눈들은 여성을 향해 달라붙는 옳지 못한 시선들을 담고 있다. 여성이기에 참고 견뎠던 시선들이 계속해서 쌓이다 보니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아져서 떼어내고, 떼어내도 계속해서 나타난다.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듯한 작품.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의 디자인 매거진 '독서'


재밌었다. 나는 잘 모르는 디자인이라는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디자이너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은 어떤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디자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다. 보는 사람의 관심사에 따라 읽는 눈도 다 달랐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독서'하는 것과, 디자인에 빠삭한 사람이 이 책을 통해 디자인을 바라보는 것은 분명 와닿는 부분도, 인상 깊은 작품 하나하나도 천지차이였겠지. 한 가지 분명한 건, 뇌에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다는 것이다.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도, 만들어내는 작품도 말랑말랑한 사람들, 디자이너들의 이야기.


[유다원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