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K-POP 음악 방송의 추락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1.2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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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이트, 유튜브, 각종 SNS…. 스마트폰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플랫폼으로 신보를 빠르게 접하며 취향대로 간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된 요즘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디지털 음원을 듣는 것은 아직 전 연령층에 통하는 익숙하고 보편적인 방법은 아니다. 텔레비전만큼 광범위하게 송출되어 폭넓은 시청자 집단을 대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매체는 없는 듯하다.

여기서 음악 플랫폼으로서의 방송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매일 지상파와 케이블 채널을 막론하고 방송되는 K-POP 음악 방송은 주요 시간대에 기세등등하게 자리 잡아 전 국민에게 최신음악을 송출한다. 그러나 1%를 웃돌거나 소수점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 시청률은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음악 방송 자체가 당면한 문제라기엔, 시청자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심야 시간에 방송되는 토크 콘서트 형식의 음악 방송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시청률이 이와 비슷하거나 더 높고, 성인 등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가요무대>나 <열린 음악회>는 월등하게 높다. 최신 음악을 소개하는 주된 플랫폼으로서 음악 방송은 아티스트나 그들을 접하는 대중들에게도 소중한 기회가 된다. 그러나 음악 방송은 수치로 보나 보이지 않는 영향력으로 보나 대중의 외면을 받으며 추락만을 거듭하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탐색해 보았다.

 

1. 아이돌 편중으로 인한 다양성의 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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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돌 가수로만 채워져 있는 출연자 구성은 아이돌 가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물론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 획일성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진다. 전체적인 음악 산업에 대한 수요가 아이돌 가수에 집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당장 음원 순위만 봐도 아이돌이 아닌 가수들도 많은 음악적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음악 방송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그들의 의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왜 그들이 음악 방송을 피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음악이라는 예술을 다루는 매체치고 제한을 지나치게 많이 두며 그 틀을 쉽사리 벗어나려 하지 않는 보수성을 갖는다. 이후에 언급할 물리적 제약으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아이돌 가수를 출연진의 표준으로 삼는 방송국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과거 ‘SBS 인기가요’에서 인디 가수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하여 매체에 잘 나오지 않는 인디 음악을 출연시킨 적이 있는데, 의도는 좋았으나 과거에는 평범한 가수로 출연했던 그들이 이젠 아이돌 가수들 사이 끼워 넣어진 ‘카메오’처럼 소개되는 것이 기이했다. 음악 방송이 그들을 어떠한 시선으로 보는지 알 것 같았다.

아이돌 팬을 이용한 방송국의 상업성 추구가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음악 방송이 ‘순위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아이돌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높은 순위에 매겨지길 바라며 이를 위해 유료 투표를 해야 할 상황에 자주 놓인다. 아이돌 가수가 많이 출연하여 1위 후보에 오르고 투표 경쟁이 붙어야 방송국에 이익이 간다. 방송국이 아이돌 가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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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음악방송은 자신들의 플랫폼이 진 책임의 무게를 간과해서는 안 되며 그것이 고작 상업성 앞에서 좌절될 정도로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2017년, ‘KBS 뮤직뱅크’에 가수 솔비가 자신의 EP에 수록된 ‘RED’라는 제목의 음악을 무대에 올린 적이 있다. 이날 솔비가 선보인 무대는 가수와 아티스트 이중의 정체성이 서로 협업한다는 개념의 미술 작업 시리즈 ‘셀프 콜라보레이션’의 일환으로, 5분 20초라는 다소 파격적인 길이의 음악에 맞춰 그는 물감으로 뒤덮인 몸을 붓 삼아 춤과 함께 바닥에 놓인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캔버스를 온몸으로 뒹굴며 내면의 감정을 표현해낸 무대를 보고 시청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시청하는 저녁 시간에 이런 ‘해괴망측’한 무대를 내보내도 되냐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대중이 많이 시청하는 그 시간에,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그런 무대를 선보인 아티스트의 용기와 방송국의 파격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예술을 소개한다는 매체에서 이런 짓을 벌이지 않으면 대체 누가 한다는 것인가? 아이돌 가수의 ‘립싱크 논란’과 같은 가십거리를 제외하면 대중의 떠들썩한 논쟁을 끌어낸 무대가 어언 얼마 만인지, 반가울 뿐이었다. 이 무대가 다양성의 가치를 견지해 낸 음악방송의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 그들은 예술에 있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대중의 수용은 뒤에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2. 녹화 시스템의 낙후


다양성의 저해는 똑같은 스타일의 노래들만 무대에 세우게 했고, 이는 곧 음악 간의 경쟁을 무력화시키며 무대의 질이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준비되지 못한 카메라 동선은 무대의 멋을 십분 보여주지 못하며 음향 송출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라이브가 중요한 록 밴드는 환경의 제약으로 인해 라이브 연주를 송출하기 힘들어 불가피하게 핸드싱크를 해야 한다. 방송국 차원의 인식 문제뿐 아니라 물리적 환경에서도 발전이 없다. 필자는 음악방송 방청을 가본 적이 다수 있는 경험자로서 열악한 녹화 시스템 역시 음악방송의 질을 저하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녹화 일정이 너무 빠듯하다. 앞 팀의 녹화가 조금만 지연되어도 눈 불어나듯 뒤 팀들의 녹화도 지연되며 전체적인 녹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일정 속에서 한 무대 한 무대 섬세하게 신경 쓸 수가 있겠는가. 음악적인 고민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아이돌 가수는 늘어나고 그들의 일정도 바빠지니, 무대의 질은 계속해서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한 딜레이’가 일상인 곳에서 그럼에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가수나 방청객의 불편에 대한 배려의 노력은 전무하다. 미리 신청을 받아 녹화에 참여할 수 있는 관객의 인원이 이미 정해진 상태인데, 그럼에도 불확실한 녹화 시간 때문에 관객들은 아침 일찍부터 와서 막연히 기다려야 한다. 팬들에 대한 관계자들의 후진적인 인식이 밑바탕에 있다. 20여 년 전 아날로그 시대에 팬들이 길거리에 앉아 기약 없이 제 순서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던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 그들이 갖는 소비자의 권리를 잊은 채, 여전히 길거리에 나앉아 하염없이 기다려도 되는 무료 인력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이돌이 나오지 않는 음악 토크쇼와 아이돌이 나오는 음악 방송을 모두 방청한 적이 있다. 전자의 음악 토크쇼를 기다릴 땐 관계자들이 생수를 공급하거나 겉옷을 벗을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후자의 음악 방송에서는 전자에서 본 똑같은 관계자가 팬들에게 완력을 쓰며 폭언과 협박을 일삼는 모습을 보았다. 소비자를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폭력적으로 대할 것이라면, 다양한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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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개방적이어야 할 예술 매체와 어울리지 않는 수직적이고 경직된 분위기 역시 녹화 시스템을 낙후시킨다. 출연 가수들의 증언에 따르면 몇몇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는 가수들이 데뷔를 먼저 한 순서대로 PD에게 인사를 하고 퇴근하는 것이 관습으로 굳혀졌다고 한다. PD와 가수는 서로 동등한 지위에서 협업해야 할 비즈니스 관계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습을 포함하여 녹화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 이를테면 방송국 관계자의 명령조의 말에 꼼짝없이 따라야 하는 아티스트와 팬들의 위축된 모습을 보면 단지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넘어선 상하 관계 및 고압적인 권력 관계가 녹화 시스템에 뿌리 깊게 녹아 들어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적인 자유로운 표출은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추락하는 음악방송, 대안은?


먼저,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시청자층을 확장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어느 것이든 문화 예술은 고정적인 향유자를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다. 성인층을 타깃으로 한 ‘가요무대’나 ‘열린 음악회’, 인디 음악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 ‘스페이스 공감’ 등이 꾸준한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다. 이에 비해 K-POP 음악 방송은 아이돌 팬을 고정적인 시청자로 설정한 듯한데, 대부분의 아이돌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출연할 때만 집중적으로 시청하기 때문에 고정 시청자가 되기 힘들다. 즉, K-POP이라는 소재의 특성을 파악하여 아이돌에 국한되지 않는 트렌디한 대중음악 청취자로 시청자층을 확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따라서 아이돌 팬을 타깃으로 한 순위 제도 역시 폐지하거나 축소하여 지나친 상업성의 추구를 제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음악방송의 수를 줄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불필요하게 많다. 일주일 동안 거의 매일 방영되는 음악 방송들은 가수들의 최소한의 여유를 박탈하고 있다. 일정에 여유를 두어 가수들과 관객의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방송국 측에서는 무대의 질을 높이고 음악적인 고민에 적극적으로 매진해야 한다. 방송계에 전체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경직된 분위기와 고하 관계를 타파하여 음악방송이 갖는 예술 매체의 본질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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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매체들과 음악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방송은 지금까지도 중요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되살려야 할 필요성과 가치가 있다. 음악 외적인 부분이 미치는 악영향으로 플랫폼의 가치가 상실되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음악 마니아들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 두근대는 마음으로 방송을 기다리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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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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