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능보다 재밌는 관찰 다큐멘터리 <버블패밀리> in 인디스페이스 [영화]

글 입력 2019.01.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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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종로 3가역에 내리면 영화관이 하나 있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알 것이고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서울 극장’, 이 곳에 대한민국최초의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 ‘인디스페이스’가 둥지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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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모여 이루어낸 작은 공간이다.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때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때로는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조금은 다른 영화, 새로운 스타일과 낯설지만 다른 영화적 경험을 안겨주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또한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고, 상업적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영화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영화들을 '독립영화'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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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서 영화로서는 낯선 주제이고 현실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버블을 다룬 <버블 패밀리>를 만났다. 벤처 버블, 코인 버블, 부동산 버블 등 붐이 일어나면 돈이 몰리고 투자가 쏠리고 투기가 일어난다. <버블 패밀리>는 이 중 한국에서 멈추지 않는 부동산 버블을 다룬다. 거시적인 현상으로서 버블이 아니라 버블의 흔적이 남은 버블 가족을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우리집과 어떻게 다른 자국일지 궁금했다.

보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거리고 쓴웃음을 짓다가도 공감이 가버렸던 <버블 패밀리>의 포인트를 3가지로 정리해보았다.



Point. 1 날 것 그대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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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관찰 예능을 싫어하는 이유는 시청자로 하여금 진짜 저 사람의 삶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컨셉을 뚜렷하게 잡기 위해 각색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온전히 즐기지 못한다. 차라리 유튜브를 보는 게 더 재밌다.

그런데 버블패밀리는 아주 적나라한 날 것이다. 이것 역시 영상인 만큼 편집과 연출이 들어가고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날 것의 느낌이 든다. 이 가족의 핵심을 보여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부동산”이라는 욕망 안에서 건설업자였던 아버지와 같은 꿈을 꾸었던 어머니, 그 밑에서 부유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딸과 한발자국 물러서서 보여주는 감독(=딸)이 있다.

더불어 어쩌면 부끄러울 수도 있는 집안 내부를 그대로 보여준다. 옛날 우리 집에도 있었던, 따뜻한 물이 나왔다 안 나왔다 하는 오래된 린나이 보일러와 후줄근한 입성, 정돈되지 않고 널브러진 옷가지 등등. 꾸밈이 없다 못해 약간은 당혹스럽고 너무 내밀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해지기까지 하는 리얼 다큐였다.

어머니가 불법 홍보물을 돌리다가 건물에서 쫓겨나는 모습과, 주거 안정성을 흔드는 집주인의 방문에 특유의 제스처로 대응하는 장면과, 과거의 집에 찾아갔다가 우연히 만난 지금의 거주민과 순식간에 영업기술로 언니동생하는 모습은 인상적이기까지 했다.
 
아머지가 휴지에 적은 자기계발서 메시지로 추정되는 문구는 아이러니하기까지 했다. 총 세 문장이었는데 ‘고정관념을 부숴라’가 요지였다. 분명히 좋은 문장임에도 현실 앞에서 휴지조각 같이 느껴졌다. 공허하고 의미 없는 메시지, 그런데 그것을 하필 휴지에 적으신 것이다.



Point 2. 연출과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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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인데 재밌었던 이유는 연출의 힘이었던 것 같다. 똑같은 날 것임에도 ‘인간극장’처럼 보여주지 않고 마치 비디오 같다. 영상 중간 중간 계속 나오는 어머니의 홈비디오는 부동산으로 행복했던 옛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딘가 느긋한 가족들과 넓은 집, 커다란 가구들, 성대한 생일파티는 이들이 부유한 중산층이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여기에 더해 당시의 건축붐을 보여주는 영상자료들을 보며 오늘날과 그때의 간극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짓기만 하면 팔리고, 사기만 하면 올라가던 그때는 빚내서 아파트 사는 것이 정말 옳았다. 중간에 어머니의 한 말씀이 기억난다.

“그 때는 일 년에 십억 버는 것도 쉬웠다.
리스크를 감수한 만큼 돈을 벌었지”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당장 살아남는 것이 급한 오늘, 빚을 지고 시작하는 우리 세대와 빚으로 자산을 불렸던 부모 세대가 계속 대비되었다. 영화 속에서 현실은 어둡고 과거는 밝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화 자체는 현실을 마냥 어둡지 않게 보여준다. 음악은 현재와 과거가 전환될 때 놀이동산 BGM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찬란했던 과거가 비디오 영상처럼(실제로 비디오로 보여주지만) 느껴지면서 과거가 붕 뜨고 현실은 담담해졌다.



Point. 3 그들의 가족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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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였던 아버지는 건설 붐을 딛고 중소 건설회사 사장이 되었다. 어머니는 진취적으로 나서서 설계도도 그리는 등 아버지의 파트너로서 일을 했다. 한순간에 사장과 사장부인이 된 두 사람은 또다시 한순간에 실직자와 영업인이 되었다. IMF 이후 비슷한 곡선을 그리며 추락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실직자는 늘고 치솟던 경제는 그보다 깊이 하락하며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가족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럼에도 굳세고 여전히 느긋하기 때문이다. 일하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집안일부터 돈벌이까지 어머니가 다 맡는 구조 속에서도 퀴퀴한 냄새, 찌든 삶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집에는 전자레인지가 2개 있고 매 순간 과일을 먹는다. (심지어 멜론도)

물론 삶의 질은 많이 떨어졌고 지금 있는 집에서도 나가야 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어머니는 굳세고 딸은 자유롭다. 계속해서 땅과 부동산을 알아보는 어머니,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도 취직해서 가족에게 돈을 가져오는 일보다 영화를 찍으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딸.

영화를 보며 ‘큰물에서 놀아라’는 말이 떠올랐다. 과거의 성취, 과거의 생활은 몰락한 생활 속에서도 남는다. 당시 형성되었던 사고방식은 한 줄기 여유가 되고 사람이 쪼그라드는 것을 막았다.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추측하기로는, 물질적으로도. 딸 앞으로 2천만의 땅을 산다는 것은 정말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상황이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엔딩에 가까워질 때 찍은 가족사진과 부모님의 팔하트는 약간은 충격이기도 했다. 집에서 다투고, 서로 말도 제대로 나누지 않는 사이라도 과거에 함께 일했던 동지애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이 정도는 유지할 수 있었던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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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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