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의 대표작을 살펴보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9.01.16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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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마르셀 뒤샹 The Essential Duchamp> 전을 하고 있다. 마르셀 뒤샹은 개념미술의 선구자로, 이번 전시는 일대기적 구성으로, 그의 화풍과 사고의 변화과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를 방문하기 전 참고하도록 그의 대표작을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그가 레디메이드 미술과 개념미술의 포문을 연 예술가인 만큼 그의 작품을 직접 보는 행위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이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 전시가 뒤샹의 작품을 일괄적으로 소개하는 데만 그친다고 느껴 아쉬움이 컸기에, 작품의 설명을 통해 뒤샹이 현대 미술에 가져온 파장과 예술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집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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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rcel Duchamp

<L.H.O.O.Q>

1919



이 작품은 다 빈치 서거 400주년 기념으로 발매된 루브르 박물관의 엽서물 위에 낙서를 한 것이다. 인쇄 기법과 사진이 등장하면서 흔히 명작의 아우라, 즉 작품의 유일성이 무너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기계 복제 시대에서도 인쇄 기술의 발달로 더 많은 이들이 예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게 전파되면서 원작의 아우라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뒤샹은 명작의 권위에 도전하는 쪽이었다.


그는 예술작품이 오직 작가의 손으로 순수하게 탄생하는 유일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전통적 예술의 권위, 즉 작가의 유일성을 공격했다. 작품의 제목은 ‘그녀의 엉덩이는 뜨겁다’의 발음을 따서 축약한 것으로, 인간의 이성과 도덕성의 이면에 존재하는 성적 욕망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명작의 명성을 짖궂게 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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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arcel Duchamp

<Roue de bicyclette>

1913



이 작품을 통해 뒤샹은 복제품, 공산품, 기성품을 예술 작품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뒤샹은 사물을 그냥 놓아두면서 좌대조차 사용하지 않았다. 좌대는 예술 작품의 권위와 명제를 부여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뒤샹은 이러한 방식으로 전통적 예술작품의 권위를 무너뜨리고자 하였으며 삶 자체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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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arcel Duchamp

<Fountain>

1917



이 작품은 뉴욕에서 개막하는 ‘독립미술가협회전’에 출품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정확히는 ‘남성 소변기’인 기성품을 구매했다. 심지어 구매도 본인이 아닌 후원자였던 아렌스버그를 통해 이루어졌다.


‘독립미술가협회전’은 no prize no jury를 내세우며 공모전의 권위에서 벗어나 규제도 심사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다. 하지만 전시회에서 뒤샹에게 기대했던 것은 입체주의와 미래주의 화풍의 작품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처럼 당시 유럽 아방가르드 스타일의 작품이었을 텐데, 뒤샹이 내놓은 <샘>은 전혀 예상 밖이였을 것이다. 당연히 <샘>의 전시는 거부당했다. 이 때 논란을 키우고자 뒤샹 스스로 작품 전시를 막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찌되었던 간에 <샘>은 가벽에 가려져 전시에 온 관람객은 작품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실이 한 신문 기사를 통해 알려졌고, 다다이즘 잡지 <맹인> 2호에 특집 기사로 다뤄졌다. 뒤샹은 기성품을 작품이라고 주장하면서 전통적 작가 개념, 예술의 창작권 그리고 소유권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작품의 창작자는 뒤샹일까 소변기 회사일까? 혹은 직접 구매한 아렌스버그일까? 이렇게 뒤샹의 <샘>은 현대 미술의 개념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되었고 뒤샹은 ‘레디메이드 미술’에 대한 개념을 제시한다.


뒤샹의 Ready-made 선언에는 4가지 조건이 있다. 먼저 지시할 대상물인 사물이 필요하다. 이 때 사물은 직접 만들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선언할 작가가 필요하다. 이 작가는 최소 몇 년의 작품 활동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작가의 선언을 반복할 관람자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 세 가지 조건에 효력을 부여할 결정적 판결을 내려줄 승인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이 조직은 미술관, 평론가, 동료작가 미술제도 등이 포함된다. 뒤샹의 <샘>의 경우 관람객에게 선보이지 못했지만 동료작가들이 작품을 봤기에 3번째 조건에 충족하지만, 4번째 조건에 충족하지 못한다.


하지만 미술계에서 논의가 일어나면서 마지막 조건도 충족하게 된다. 뒤샹의 <샘>이 현대미술사에 있어서 엄청난 의의를 가지는 이유는 현대 미술의 특성인 ‘개념 미술’을 최초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개념미술은 조형성보다 개념을 우선시한다. 작품은 없어도 된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곧 작품이기 때문이다. 뒤샹으로 인해 개념미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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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Marcal Duchamp

<Large Glass>

1915~23


부제: 그녀의 독신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진 신부, 조차도



이 작품도 개념미술에 해당한다. 위에는 누드의 신부가 있고 창문 3개는 은하수를 의미한다. 이때 은하수는 신부가 뿜어내는 성적인 에너지의 은유라고 해석된다. 아래에는 신부에게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총각들이 있고 이들이 뿜어내는 성적 에너지가 초콜렛 장치의 동력으로 활용된다. 피카디아에게 영향을 받은 이 작품은 기계 인간상을 통해 에로티시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이 작품은 옮기는 과정에서 금이 가는데 뒤샹은 금조차 작품의 일부라고 주장하며 고치지 않았다. 이는 과정으로서의 예술로 전통 예술에 반하는 다다이즘적 면모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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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arcel Duchamp

<Objet-Dard>

1919



뒤샹은 언어유희를 매우 즐겼다. 이 작품에서 철 손잡이는 남근, 즉 좌절된 남성의 욕망을 표현한다. objet-dart는 예술작품을 뜻하며, objet-dard는 dadrd라고 불리는 사물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언어유희를 통해 예술작품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부여하며 과연 예술작품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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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arcel Duchamp

<Etant Donnes: 1º La Chute D'eau 2º Le Gaz D'eclairage>

1946-1966



뒤샹의 마지막 작품인 <에탕 도네>는 지금까지도 많은 담론을 이끌어내고 있다. 작품의 제목은 ‘주어진 것’이라는 의미로 19세기 꾸르베의 작품 <세상의 기원>을 차용하고 있다. 작품의 표피적 해석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개념미술의 일종으로 인간의 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에로티시즘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뒤샹의 다른 작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가 여성을 대상화하는 여성 혐오적 성 가치관을 지녔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뒤샹은 여장을 하고 ‘로즈 셀라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기행을 뒤샹이 자신의 양성성을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해석한다. 한편으로는 뒤샹이 ‘로즈 셀라비’로 활동할 때 적극적으로 상업성이 짙은 작업을 했기 때문에 그가 ‘여성성’을 상업적 활동을 위해 하나의 도구로 수단화한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뒤샹의 작품을 훑어봤을 때, 그가 여성성을 동경하거나 여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있다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에탕 도네>는 뒤샹의 성 가치관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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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 The Essential Duchamp> 전을 통해 마르셀 뒤샹에 대해 알아가고, 나아가 그가 제시했던 현대 미술의 중요한 의의에도 관심을 가져보길 바란다.



[오유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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