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키스 해링 [전시]

글 입력 2019.01.08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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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Haring 'ART is Life, Life is ART'

"키스 해링: 예술은 삶, 삶은 곧 예술이다"를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반대로 예술이 삶이라면 나는 어떤 주기에 와있을까? 나는 어떤 색을 사용하고, 어떤 선을 그리며, 어떤 오브제를 나타내고, 어떤 공간에 그리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예술하는 삶으로써, 나의 예술은 삶의 어떤 부분일까? 휴식기, 공백기, 준비기간, 도약하기 전? 예술과 삶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니라, 그 자체가 예술=삶 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키스 해링이 말하는 바가 이 무한 존중, 충분한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팝아트를 좋아한다. 예술은 친숙해야 하거든.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은 존재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지식을 필요로하는 미술은 더 멀어지게 할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팝아트가 좋고, 디자인이 좋다. 기만하는 태도가 아니라 존중하는 태도로써. 그리고 순수하게 위하는 마음으로써.

내가 아홉수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키스 해링은 나보다 2살 위로 생을 마감했다. 항상 위대한 예술가는 '요절'한다고 하지만 30대에도, 40대에도, 짧게 끝났다고 표현을 한다. 그런데 키스 해링은 나와 차이가 안나서 그런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자 하면 돈부터, 먹고 살 걱정부터 하는데, 어떤 배짱으로 어떻게 진행했는지는 몰라도, 평생 많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자신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나도 내 삶의 끝을 안다면 실컷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작품을 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사랑한다는 의미인 걸 나는 알고 있다. 나를 사랑하고, 그 이상을 표현하는 것이 작품이니까.

다른 팝아트 전시에서 보았던 키스 해링 드로잉이 생각난다. 가벼운 낙서가 대표 그림이지만, 역시 내공이 장난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자유로움 속에는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애정이 있을 테니까. 나도 더 자유로워지고 싶다. 아픔도 모두. <키스 해링>만의 전시는 DDP에서 열린다. 10년이라는 짧은 작업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작품만 선별한 수가 175점이다. 정말 꼭 보고 싶었던 전시이다. <키스해링 : 예술은 삶, 삶은 곧 예술> 깊지만 위트있고 즐거운 작품, 보고 와야겠다.



키스해링 포스터_도그.jpg
 


▶기획노트



▷11월 24일(토)~2018년 3월 17일(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지하2층 디자인전시관에서 전시

▷1980년대 단 10년간의 불꽃같은 작업 활동을 통해 세계 평화, 인종 차별 철폐 등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을 꿈꾸었던 키스 해링. 그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를 서울에서 만나다!

키스 해링,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이 전시는 10년간 불꽃처럼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우고 홀연히 세상을 떠난 한 젊은 작가의 연대기다. 19세기 말, 10년의 기간 동안 정신병과 싸우며 자신의 감정과 색채로 예술혼을 불살랐던 빈센트 반 고흐처럼, 키스 해링은 100년 뒤인 20세기 말, 10년의 짧은 기간 동안 에이즈라는 병마와 싸우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퍼뜨렸다.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면서, 만화 등 당시의 대중문화를 흡수했던 키스 해링은 1980년대 팝문화와 비트세대의 예술로 등장한 그래피티 아트씬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예술계의 악동으로 급부상한 해링은 항상 예술의 폐쇄성에 의문을 가졌다. '그들만의 예술', 이를 부수는 첫 걸음이 바로 지하철 역의 광고판에 분필로 그린 <지하철 드로잉> 시리즈였다. 경찰과 역무원의 눈을 피해 단순한 선으로 그린 ‘빛나는 아기’는 자신이 세상 사람들에게 선언하는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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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Haring / Untitled / Silkscreen on paper / 106 x 127 cm/ 1983



1980년대를 휩쓴 팝문화와 클럽 문화는 키스 해링이 품고 있던 예술에 대한 이상과 잘 부합했다. 바로 ‘대중을 위한 예술’, ‘모든 이를 위한 예술’이라는 이상은 이러한 장소에서 더욱 증폭되었다. 해링은 유명세를 타면서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더욱 밀어붙였다. 지하철 역의 드로잉에서 벗어나, 포스터, 음악 앨범의 커버 디자인 등을 통해서 대중들로 하여금 더욱 쉽게 자신의 예술을 접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클럽을 통한 다양한 프로젝트도 이 때 등장한다.


1960년대 미국 예술씬을 선도했던 앤디 워홀과의 만남은 또다른 해링 예술의 전기였다. 두꺼운 선, 만화적인 도상 등 팝아트의 세례를 받았지만, 팝아트와는 또다른 해링의 작업 세계가 서로 섞이는 기폭제가 되었다. 해링은 새로운 예술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소수의 사람만이 작품을 접하고 소장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접하고 소장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작업 세계를 기획했다. 바로 뉴욕과 도쿄의 팝 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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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Haring / Icons / Silkscreen on paper with embossing / 53.5 x 63.5 cm / 1990



“팝 숍을 열면서 나는 지하철 드로잉과 같이 내 작품을 매개로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길 원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에게 내 생각들이 어필하길 원했고, 그래서 이 공간이 소수의 컬렉터들이 와서 작품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 심지어 어린이들도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 이러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통해서 상업예술, 순수미술과 같이 규정지어진 벽들을 허물고 싶다. 지하철 드로잉도 같은 생각의 발로였다. 진짜 내 진정한 바람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언젠가는 거리의 아이들도 예술이라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들이 미술관에 갔을 때 어색하지 않고 친숙한 느낌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것이다.”(-『키스 해링, 존 그루언이 쓴 공인된 전기』, 148페이지)


1988년, 키스 해링은 병원으로부터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음을 통보받는다. 그러나 이는 그에게 멈춤이 아닌 또다른 시작이었다. 그는 과거의 작업 세계에서 좀더 확장된 자신의 예술관을 펼치기 시작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새로운 예술, 세상을 향한 보편적 예술을 위한 열정으로 변모했다. 탄생, 인생, 죽음 등 우리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작품으로 승화시킨다. 어린이를 위한 <파랑과 빨강의 이야기>, 병마와 싸우며 비트 세대의 거장 윌리엄 버로스와 함께 작업한 <종말> 시리즈 등은 해링이 생각하는 우리의 삶과 그 속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전하는 마지막 열정이었다. 이와 함께 세계 곳곳에 그린 벽화, 어린이들과의 다양한 협업, 뉴욕과 도쿄의 팝 숍을 열정적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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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ith Haring / Radiant Baby / Silkscreen on paper with embossing / 53.5 x 63.5 cm / 1990



타계하기 이틀 전까지 해링은 붓을 놓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가 그린 그림은 바로 ‘빛나는 아기’였다. 그에게 아기는 불멸, 영생의 아이콘이었다. “그림 속 아기는 우주로부터 받은 힘으로 수많은 빛 줄기를 뿜어내고, 무한한 에너지를 갖는다. 그래서 모든 위험들을 헤쳐나가며 쉼 없이 온 세상을 기어 다닌다. 해링이 세상을 떠난 이후, 1990년대부터 혼돈의 오늘날까지 빛을 발하는 아기는 계속해서 우리에게 기쁨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링은 아기의 모습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던 것이다.”(도록 서문 중에서)


키스 해링은 당시 풍미했던 팝문화를 통해 보편적인 우리의 삶과 사랑의 소중함을 설파했다. 31년의 짧은 생애는 그의 위대한 꿈을 방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번에 열리는 <키스 해링> 전시를 통해 이를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을 향해 ‘빛을 내뿜는 아기’와, 세상을 향해 ‘컹컹 짖고 있는 개’들과 함께 울려 퍼지는 키스 해링의 ‘영원한 사랑’을 말이다.


11월24일부터 2019년 3월 17일까지 DDP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키스 해링의 초기 작품부터 에이즈 진단을 받고 타계하기 전까지 작업했던 작품들을 아우른다. 10년이라는 짧은 작업 기간 동안 페인팅, 드로잉, 조각, 앨범아트와 포스터 등 다양한 매체로 방대한 작업을 했던 키스 해링의 주요 작품 175점을 총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 선보인다. 그가 활동하던 모습이 담긴 사진, 관련 영상, 콜라보레이션 상품들 또한 함께 전시된다.



키스해링 포스터_빛나는아기.jpg
 
 


▶전시구성



1. 표출의 시작 The Beginning

키스 해링은 뉴욕의 지하철 속 그래피티를 ‘발견한’ 후,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자신의 욕구를 깨닫게 되었다. 그는 탄생, 죽음, 사랑, 전쟁과 같이 이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주제를 표출하기 위해, 흰색 분필을 사용하여 검은 종이로 덮인 광고판에 아기, 동물, 텔레비전과 사람들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 이 지하철 드로잉을 통해 키스 해링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2. 모든 이를 위한 스토리텔링 Story Telling

해링은 짧지만 강렬했던 작업 기간동안 배경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과 작업하는데 몰두했다. 그는 아동 도서를 여럿 출간하는가 하면, 팝 숍에서 판매할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들을 디자인하기도 했으며, 많은 도시에서 아이들과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했다. 해링의 이미지는 보편적이면서 특이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그림들을 제작했고 언어를 사용하여 예술을 해석하는 창조적인 방법을 모색했다.

3. 예술적 환각을 통한 초월 Transcend

해링은 종종 블랙 라이트 아래에서 빛나는 형광색 컬러페인트를 사용했다. 블랙 라이트는 1980년대 클럽 인테리어 장식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1984년 토니 샤프라지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질 당시, 그는 지하에 형광 물감으로 작업한 작품을 전시하고 DJ와 함께 밤새도록 댄스공연을 진행했다. 어쩌면 해링은 그의 이미지가 줄 수 있는 예술적 싸이키델릭한(환각) 효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4. 메시지, 음악을 통한 발언 Message and Music

에이즈 예방, 동성애자 인권,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인종 차별, 마약, 전쟁, 폭력 및 환경보호와 같은 문제들은 해링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그는 포스터를 제작하여 사회 이슈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했다. 또한 선명한 색상으로 칠해진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많은 콘서트, 음악 이벤트 및 자신의 전시회 홍보를 위해 이용했다. 선명하고 행복한 이미지 뒤에는 그의 고집스러운 메시지가 담겨있다.

해링은 많은 뮤지션들과 컬레버레이션을 통해 눈길을 사로잡고 논쟁의 여지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그들의 음악과 떨어질 수 없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는 데이비드 보위의 1983년 앨범, <위드아웃 유> 앨범 커버이다. 포옹하고 있는 두 사람이 밝게 빛나는 형태로 그려진 이 간결한 그림은 노래가 전하고자 하는 사랑과 연결에 대한 메시지를 반영하고 있다. 그의 삶과 예술에 있어, 음악은 매우 중요했다. 그는 예술을 통해 소리와 메시지를 시각화한 몇 안 되는 예술가였다.

5. ‘해링 코드’, 심볼과 아이콘 Symbols and Icons

그가 만든 상징들은 오늘 날 사용되는 이모티콘의 시초와 같다. 그가 만들어낸 상징 중에는 웃는 얼굴, 하트, 빛나는 아기, 천사, 짖는 개, 돌고래를 비롯, 그 외의 여러 그래픽 기호들이 있다. 그의 상징들은 1980년대(심지어 오늘날의 SNS 세대까지 포함해서) 젊은이들의 사랑, 삶, 죽음, 대중 문화 및 정치에 관한 주제들을 다루었다.

6. ‘종말’이라는 디스토피아 Uncovering the Distopia

해링은 비트 세대의 대표 작가인 윌리엄 버로스와의 협업을 통해, 초현실주의 풍경화 속에 불길한 주제를 그려낸다. 그의 도발적인 그림은 정치적 견해를 초월하여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망을 느끼게 하지만, 이를 통해 해링의 유머와 풍자 또한 느낄 수 있다. ‘종말’은 해링이 에이즈 진단을 받은 후에 만들어졌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서 그가 경험하고 상상하는 지옥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7. 원시 에너지와의 조화 Primeval Energy

무수한 인물, 동물, 태양 및 가면으로 가득 찬 피라미드…. 바디 페인팅과 토템. 그의 말에 의하면 해링의 모든 작품은 토속 미술과 전문적인 예술 사이에, 그리고 창작과 차용 사이에 존재한다. 그의 작품은 아즈텍, 에스키모, 아프리카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예술 혹은 신화 속 고대 기호와 같은 비서구적인 예술 뒤에 숨겨진 신비한 힘을 보여준다.

8. 시작의 끝, 그리고 끝의 시작 The end of the beginning

피라미드, 비행접시, 개, 뱀, 그리고 기어 다니는 아기가 사람, 동물, 외계 생명체 사이에 섞여서 돌아다니고 있다. 오늘날까지 해링을 떠오르게 만드는, 작업 초기에 만든 자신만의 상징적인 이미지들이 이 그림 속을 채우고 있다. 1990년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해링은 자신의 작업 초기에 제작한 가장 순수한 시각적 형태들을 복제해, 17개의 실크스크린 포트폴리오의 최종판을 제작했다. 작가는 이 속에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상징적인 형상과 장면으로 묘사해 만화 형태로 드러냈다.


 

▶전시 개요



전 시 명 : 키스 해링 - 예술은 삶, 삶은 곧 예술.

주 최 : 키스 해링 재단, 나카무라 키스 해링 미술관, 서울디자인재단, ㈜지엔씨미디어

일 시 : 2018. 11. 24(토) – 2019. 3.17(일) 10:00~20:00

      (매표 및 입장마감 관람종료 1시간 전(19:00)까지 가능 )

장 소 :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지하2층 디자인전시관

입 장 료 : 유료 (일반 13,000원, 청소년 11,000원, 어린이 9,000원)

도 슨 트 : 오전 11시, 오후 1시, 3시, 5시 (총 4회)

       (평일에만 운영하며, 전시장 내부 혼잡시 도슨트 운영은 취소될 수 있음)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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