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네가 선택하는 네가 되어라, 아이언 자이언트 [영화]

글 입력 2019.01.0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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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순수한 존재와 인간의 조합은 항상 좋았다. '드래곤 길들이기'가 그랬고 웹툰 '녹색소년과 붉은 거인'이 그랬다. 그래서 이 작품 '아이언 자이언트'도 좋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워너 브라더스에서 만든 2D 애니메이션으로 평론가 평점과 관객 평점 모두 호평이었지만 흥행에는 실패한 비운의 영화이다. 워너 브라더스 사에서 전작인 다른 애니메이션이 실패하여 애니메이션 장르 자체에 대한 회의감에 아이언 자이언트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 후에 디비디가 나오고 난 후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영화가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이 영화가 재밌다고는 수없이 많이 들은 터라 한 번 볼까 했는데 로봇의 비주얼이 그다지 끌리지 않아서 시청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가 요즘 극장에서 상영하는 '범블비'를 보고 온 친구가 범블비를 극찬하며 마치 아이언 자이언트 같다는 이야기를 했고 범블비를 아직 보기 전인 지금, 아이언 자이언트부터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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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라는 긴장감이 도는 시대에 미국 록웰 주에 사는 소년 호가드는 엄마와 단 둘이 사는 평범한 소년이다. 어느 날, 자기 집 안테나를 뜯어 먹고 도망간 무언가를 잡으러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키가 30m즈음 되는 거대한 로봇 '아이언 자이언트'를 만나게 된다. 로봇이 전기줄에 뒤엉켜 감전당하고 있을 때 도와준 것을 계기로 둘은 점점 친구가 되는데, 이 거대 로봇과 평범한 소년의 순수한 우정은 어른들과 시대적 배경에 의해 방해받기 시작한다.

많은 매체에서 어린 아이를 통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전하고 어른을 통해 인간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약하면서도 악한 면을 보여준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편견 없는 아이와 편견 많은 어른이 대치하고 있는데 이 어른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는 자와 결국 받아들이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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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어른인 정부 소속 요원 켄트 메슬리(사진 왼쪽 남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로봇을 '우리 미국의 적'으로 인식하며 언제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에게 있어서 로봇이 얼마나 순수한 지, 호가드에게 소중한 존재인지, 사람을 좋아하는 지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걸 만든 사람이 우리(미국)가 아니라는 점이다. 냉전 시대에 '남'은 크나큰 위협이다.

자칫 나와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에 두려워하는 어른인 켄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 요원이니 책임감도 느꼈을 것이고 인간으로서 나와 다른 것을 마주할 때의 거부감과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그의 두려움은 정말로 중요한 점을 볼 수 없도록 하고 말았다. 로봇이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점 말이다. 이성은 사라졌고 두려움만 남은 사람의 판단은 주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도 피해를 입게 할 뻔 했다.

편견을 거두고 마주해야 진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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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무엇이 될 지는

네 스스로 정하는 거야



또다른 어른인 딘 아저씨는 고철상을 하면서 고철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괴짜이다. 딘도 처음에는 로봇을 보고 두려워하며 호가드가 괜찮다고 설명을 해도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철을 먹고 사는 로봇이 그의 예술 작품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때, 그는 로봇에게 마음의 문을 열며 같이 예술 작품을 만들기까지 할 정도로 마음을 열었다.

후반부에 자이언트가 자동 방어 시스템 때문에 호가드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 처음에는 매우 경계했지만 로봇이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만 공격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로봇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호가드처럼 아예 편견이 없는 어른은 아니지만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현실적인 이상향이라고 생각한다.

딘은 또 호가드에게, 후에는 자이언트에게도 전해질 이 영화의 핵심인 조언을 해주는데, 바로 네가 무엇이 될 지 선택하는 것은 자기 자신 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친구들보다 똑똑해 질투를 받지만 자기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호가드를 북돋았고, 자동 방어 시스템으로 사람들과 호가드를 죽일 뻔한 자이언트를 '넌 총이 아니야. 너는 네가 선택할 수 있어. 선택해.' 라는 말로 폭주를 멈출 수 있게 했다. 요즘 타인에 의한 평가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나는 나로 사는 것이 나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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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는 사람들을 죽이는 총이 아닌 모두를 지키는 슈퍼맨이 되고 싶어 했다. 이는 방어형 병기라는 자신의 존재 이유에 반하는 소망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기 자신이 되고 싶어하는 길을 선택했고 자신을 희생하며 결국 소원했던 모두의 슈퍼맨이 되었다.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을 온몸으로 막을 때, 웃으며 슈퍼맨이라고 읊조리는 그의 모습에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의 힘으로 원하는 것을 이룬 자의 모습은 이리도 아름답고 고귀하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괜히 명작이라고 칭송받는 작품이 아니었다. 8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긴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고 언젠가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호가드와 자이언트의 우정이 길게 남길 바라며...


[송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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