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BoA the LIVE! [공연예술]

천재가 노력까지 하면 이렇게 됩니다
글 입력 2018.12.30 22:4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Welcome to 'BoA the LIVE'!





「BoA the LIVE in SEOUL」이 개최됐다. 보아의 한국 팬들은 열렬히, 간절히, 빚을 내서라도 가고 싶어 했던 이 콘서트. 티켓팅 현장은 난다 긴다 하는 아이돌 못지않게 긴박하고 급박했다. 순식간에 전 회차 매진. 엑소로 숙련된 티켓팅 실력을 믿고 우쭐대던 나는 코가 납작해졌다. 미리 포섭해둔 용병(=대리 티켓팅해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아니었다면 티켓을 구하지도 못했을 정도였다. 방심하면 안 되는 거였다. 이건 보아의 그냥 콘서트가 아니라, '보아 더 라이브'이니까 말이다.


「BoA the LIVE」. 일명 '보더랍'이라고 불리는 이 공연은 보아 콘서트의 서브 브랜드다.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 '보더랍'에는 아주 특별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몰입하려면 세 가지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첫 번째, 「BoA the LIVE」의 컨셉은 ' 보다 가까운 곳에서 좋은 라이브와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다. 두 번째, 그래서 보아는 이 공연에서 자신의 주 무기인 '춤'을 버리고 '노래'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마지막. 사실 보아는 원래 라이브 잘하는 가수가 아니었다.





2000년대 초 한국의 가요계는 립싱크가 너그럽게 허용되었고 15살의 보아는 자신의 춤 솜씨를 뽐내며 가요계에 등장했다. 말 그대로 혜성처럼. 귀엽게 웃다가도 파워풀한 춤을 추는 천재 소녀. 반응은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하지만 일본의 가요계는 한국과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아티스트의 '라이브'를 중요시하는 일본 가요계에서 보아는 첫 라이브 무대 후 무대 공포증까지 얻는다. 악담과 혹평. 일본 가요계가 보이는 냉담한 반응 속, 어린 보아는 서럽고 막막한 시간을 보낸다. 10대의 소녀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나 큰 고독과 책임의 무게.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무명의 시간을 결국 보아는 연습으로 찢어낸다. 1년 뒤 정면 돌파한 라이브 무대 위 그녀는 무섭도록 성장한 모습을 보였고, '보아가 일본에서 콘서트를 하려면 10년은 걸릴 거'라던 말을 비웃듯 2003년에 첫 콘서트를 연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 뒤 2006년. 스무 살이 된 보아는 라이브로만 승부하는 「BoA the LIVE」를 론칭한다. 히트곡은 밴드로 재편곡하고, 댄스곡 뒤에 가려져있던 다른 명곡들과 좋아하는 팝송을 커버해 무대를 꾸몄다. 오로지 '좋은 연주와 음악'으로만 꾸민 무대. 그 반응은 최고였다. 눈물의 '메리크리', 모두를 울린 전설의 'Moon&Sunrise' 등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레전드 무대들을 남기며 보더랍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도전이 마침내 성공한 것이다.



뛰어넘어야 하는 벽이라고 생각했다.

춤을 추지 않고, 오로지 듣는 노래만으로 라이브 콘서트를 성공시키는 것은

10대의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했다.


- BoA (5주년 다큐멘터리 中)



「BoA the LIVE」는 보아 팬들 사이에서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 할 공연'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놀랍게도 보더랍은 이번이 한국에서의 첫 개최다. 13년 만에 열리는 한국에서의 첫 보더랍.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보아의 마지막 한국 콘서트는 2015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던 「NOWNESS」로, 이번 「BoA the LIVE in SEOUL」 은 무려 3년 반만의 한국 콘서트다. 심지어 한국에서의 연말 콘서트는 처음이기까지 하다. 그리고 여기에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응원봉까지 생겼다. 한국에서의 첫 연말콘이자 첫 보더랍이자 3년 반만의 국내 콘서트에 응원봉까지 처음 써볼 수 있는 기회라니. 미치지 않는 법? 그걸 알고 있는 팬이 있을까? 닥치고 예매. 닥치고 양도. 닥치고 직관. 그리고 그 치열했던 티켓 구하기기 현장만큼이나 콘서트의 열기 또한 뜨거웠다.



1028245_615.jpg

▲ BoA the LIVE 2018



「BoA the LIVE in SEOUL」을 직관한 후기는 한 마디로 '쩔었'다. 보아는 라이브의 신이 아니라 라이브의 창조주였다. 라이브를 지배하고 관장하는 걸 넘어서 '이거 무슨 라이브라는 말을 보아가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해서 그걸 관람한다는 것만으로도 진기한 경험이었다. 정통 발라드부터 재즈, 라틴, 팝을 넘나들면서 마치 그 노래에 가장 최적화된 창법을 고르는 AI처럼 노래했다. 격한 댄스를 추면서도 라이브는 전혀 흔들림이 없으니 시몬스 침대 못지않았다.


콘서트의 가장 큰 묘미는 사실 '팬'이다. 누군가의 팬이 된다는 건 그 사람의 음악, 말, 사진, 무대가 내 인생의 중요한 풍경이 되는 일이다. 그러니까 공연장에 모인 수많은 팬들은 서로 같은 가수, 그리고 비슷한 노래들로 인생을 장식해온 사람들이다. 대단히 유의미한 공통점이다. 그래서일까. 팬들이 모이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특유의 분위기와 에너지가 있다. 특히 보아처럼 15년이 훌쩍 넘어가는 가수들의 공연장에는 그 팬들이 만들어내는 오래되고 끈끈한 에너지가 기분 좋게 넘쳐흐른다. 가장 멀고 또 가장 가까운 사이, 가수와 팬. 긴 세월 동안 그들 사이에 형성된 유대감은 애정, 신뢰, 익숙함 등 따뜻하고 기분 좋은 것들을 잔뜩 뭉쳐 놓은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 속에 서있으면 괜히 같이 들뜨고 마음이 일렁인다.


나는 콘서트 중간중간 내 주변과 2층을 자꾸만 둘러보았다. 노란색으로 물든 객석에선 자기 가수에게 어떻게든 더 좋은 말을 들려주고 싶어 끝없이 칭찬들을 던져댔다. 예쁘다, 잘한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더 자주 보자, 괜찮다, 사랑한다. 팬들은 악을 쓰며 예쁜 말들을 무대 위로 던졌다. 그걸 하나하나 받으며 보아도 행복하게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자주 보자고. 자주 보자는 말보다 팬들에게 반가운 말은 없을 것이다.



70b2dc4af7ae1ea7f607f77e60dcb270.jpg

▲ BoA the LIVE 2018 in Japan



2018년은 보아에게 뜻깊은 해였다. 데뷔 18주년. 보아는 한국에서 세 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어반 힙합과 라틴과 팝을 넘나드는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고, 일본에서도 역시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또한 '키워드 보아'라는 첫 리얼리티, 'GMF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라는 국내 첫 페스티벌 참여, SBS '더 팬'으로 오랜만의 예능 고정, 그리고 한국에서의 첫 'BoA the LIVE'까지. 그녀는 열심히 달렸다. 데뷔 19년 차의 이토록 활발한 활동이라니. 이토록 한결같은 음악 욕심이라니. 나는 보아를 보며, 한때 우상이었던 가수가 여전히 성의를 가지고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대단히 흐뭇한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콘서트장에서 보아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난 왠지 모를 벅차오르는 기분에 울컥해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사는 나는 자주 수많은 가수들에게 추억을 훼손당하곤 한다. 변하거나 실망시키거나 사라지거나. 그래서 누군가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꿋꿋하게 그 기억 앞을 지키고 서있다는 게 좀 특별하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 보아의 음악 세계는 어릴 적 내가 지켜보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2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그녀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하며 달라져왔다. 그렇지만 '키미노토나리데'를 부르던 20대의 그녀와 'woman'을 부르는 30대의 그녀가 계속해서 보아였다는 것, 본질적으로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낀다. 노래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 좋은 음악을 전하려는 진심. 그녀의 마음은 처음과 같아 보여서 공연이 끝이 날 땐 뭉클한 기분에 눈물이 고였다.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보아에게 고맙다는 생각도 했다.


이 글을 읽고 「BoA the LIVE」에 흥미가 생겼다면, 아래의 무대들을 한 번 보기를 추천하며 이 글을 마친다.



K-012.jpg
 






1. Moon& sunrise (Boa THE LIVE 2006)

무대를 보고 울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전설의 라이브. 쓸쓸한 분위기의 조명 아래 피아노 한 대와 그 옆에 앉은 스무 살의 보아.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울 듯 말 듯 한 표정. 이 노래는 그녀가 처음으로 작사한 일본 곡으로, 당시 16살이었던 보아는 알고 있는 한자가 눈물 루(淚)밖에 없었다고 한다. 알고 있는 히라가나와 눈물 루(淚)를 모아 써 내려간 가사엔 당시의 고독과 막막함이 서툰 언어로 고스란히 담겨있다.



푸른 하늘은 언제나 같아서, 알 수 없이 고독해요

슬픔도 쓸쓸함도 모두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바람이 불고 거리는 오늘도 사람들로 넘쳐나요

그대의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가요...


사람들은 몇 개의 추억을 만들까요

하지만 말할 수 있어요 그대와 만나서 좋았어요 정말


달이 비추고 날이 밝고 태양이 빛나요

그런 식으로 나는 잊어 가요

거짓이라도 미소 짓는 건 멋진 일이죠

눈물만이 솔직하게 울고 있어요

다시 만나면 웃을 수 있도록


- Moon&sunrise 中





2. Bad Drive (The Face tour 2008)


보아의 댄스 무대 역사상 가장 완벽했다고 일컬어지는 무대. 대단한 댄서들과 그들을 진두지휘하며 현란하게 무대를 누비는 보아의 모습은 한편의 뮤지컬처럼 보인다. 게다가 완벽한 라이브는 거의 진기명기. 이런 걸 두고 바로 걸크러쉬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닐까. 다들 입덕을 조심하자.





3. GMF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18)


가을밤 아래에서 듣는 '공중정원'과 'Only one', 새롭게 편곡한 'Valenti'와 '내가 돌아', 그리고 히트곡 메들리까지. GMF를 전격 뒤집어 놓고 갔다는 보아. 미니 콘서트를 방불케하는 현장을 담은 직캠 영상이다. 주의! 너무 재미있어서 1시간이 그냥 사라질 수 있음.



- The End -




에디터.jpg
 




[송영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E-Mail : artinsight@naver.com    |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Copyright ⓒ 2013-2019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