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 Vol.11
-
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 Vol.11
선정 및 정보 제공 - 출판저널
<출판저널>이 선정한 [편집자 기획노트]는 편집자가 직접 들려주는 '기획노트'를 통해 책의 기획 의도와 제작 후일담을 전합니다.
태양은 가득히
아이스크림 걸음!
스위밍 데이즈
태양은 가득히
페이퍼 커팅으로
만나는 예술 그림책《태양은 가득히》는 2011년부터 보림출판사가 기획한 <더 컬렉션The Collection>시리즈 중의 한 권입니다. 이 시리즈는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감각, 새로운 차원의 그림책입니다. 특히 페이퍼 커팅 등의 새로운 과학적 첨단 기술을 접목해 만듦새에 있어 높은 수준을 추구합니다. 통상적인 그림책이 작가의 손에서 마무리가 된다면 이 책들은 작가의 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산업과의 협업 하에 고도의 테크놀로지로 완성됩니다. 그런 점에서 그림책 150여 년 역사의 정점에서 새로운 트렌드의 그림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태양은 가득히》의 기획 의도는 <더 컬렉션> 시리즈의 의도와 맥락을 같이합니다.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아이로서, 부모로서, 내 자신으로서 즐길 수 있는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작은 미술관이기도 하지요. 특히 어려서 접하는 그림책의 예술적인 수준은 한 사람의 상상력과 감성, 조형적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어려서부터 아름다운 그림책을 많이 본다면 앞으로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광활한 대지, 높이 솟은 나무, 그 위로 내리쬐는 태양…. 이러한 풍경들을 표현한 정교한 페이퍼 커팅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합니다. 실루엣 중심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바탕으로 페이퍼 커팅을 넘기며 구현되는 강렬한 흑백 대비는 내용상 극도의 긴장감을 주는 동시에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거기에 드문드문 화려한 금박이 장면을 완성합니다. 태양이 떠오를 무렵 사바나는 맹수들의 사냥으로 깨어납니다. 주인공은 아카시아 그늘로 아리따운 연인을 만나러 갑니다. 아름다운 사바나의 사랑 이야기가 페이퍼 커팅을 통해 입체적으로 살아납니다.사실 이 책은 벌써 몇 해 전 볼로냐 도서전 때 처음 보았습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새로운 도전이 담긴 책임을 한눈에 알아보았지요. 하지만 페이퍼 커팅 책은 세계의 여러 출판사들이 함께 공동제작을 하지 않으면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기에 번역을 먼저 해 놓고 오랜 기다림 끝에 이제야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꼭 한번 직접 보시고 저희가 느낀 설렘을 함께하면 좋겠습니다.글 박은덕 보림출판사 편집부
아이스크림 걸음!
아이스크림을 놓고
벌이는 걸음 놀이!
그림책 원고를 검토하던 어느 날, 재미난 원고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원고의 제목은 ‘걸음 놀이’였다. ‘걸음으로 무슨 놀이를 할 수 있지?’ 하고 궁금하게 여기며 원고를 보았는데, 궁금증은 금세 감탄으로 바뀌었고 그림책으로 잘 표현하면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원고를 보낸 박종진 작가와 곧바로 계약하고는 그림작가를 찾아 나섰다. 그동안 인연이 있었던 송선옥 그림작가가 원고를 재미있게 읽었다며 그림을 그리겠다고 메일을 보내 왔다.
그렇게 《아이스크림 걸음!》 그림책 작업은 박종진 작가와 송선옥 작가가 함께하게 되었다. 우선 주인공인 선동이와 율동이의 재미난 캐릭터를 잡는 것을 시작으로 스케치를 진행했는데, 워낙 글에 대한 해석과 표현 능력이 뛰어난 송선옥 작가 덕분에 스케치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선동이와 율동이가 사는 동네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살고 본 듯한 곳으로 친근하고 정겹게 잘 표현되었고, 선동이와 율동이가 매 신마다 보여 주는 걸음 놀이의 몸짓은 웃기면서도 따라 하고 싶을 만큼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스케치가 마무리가 되고 난 다음부터 채색 스타일을 잡는 데 꽤 애를 먹었다. 송선옥 작가는 다채로운 채색 시도를 해 보았는데, 딱히 출판사도 작가 스스로도 이것으로 하자 할 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사이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고, 어느 날 송선옥 작가가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색연필 톤의 채색 샘플을 보내 왔다.
색연필로 표현된 채색 샘플 그림을 보는 순간, 편집부는 너무 기뻤고 더 말할 필요도 없이 이채색 샘플로 진행하자고 했다. 편안한 색연필 톤은 그림 전체를 부드럽게 해 주었고, 세세하게 표현된 질감은 주인공인 선동이와 율동이의 동작을 좀더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었다. 원래 원고 제목이던 ‘걸음 놀이’는 편집부의 아이디어로 ‘아이스크림 걸음!’으로 바꾸었다. 그림책 내용에서 왜 아이스크림 걸음인지에 대한 반전이 있기도 하고, 시원한 여름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걸음 놀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기에 ‘아이스크림 걸음!’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렸다. 표지, 내지의 그림뿐 아니라 제목 글씨까지 송선옥 작가가 손수 색연필 작업으로 정성을 다해 작업했고 드디어 6개월이 지난 뒤에 완성되었다. 결국 올 여름 많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한 권의 국내창작그림책으로 선보일 수 있게 되었다.
《아이스크림 걸음!》은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놓고 벌이는 선동이와 율동이의 *12가지 신나는 걸음 놀이를 담은 그림책이다. 12가지 걸음 이름이 모두 순우리말로 된 것이 특징이고, 각 걸음의 모습을 선동이와 율동이가 재미난 몸짓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걸음 놀이를 하며 지나는 동네 곳곳의 풍경은 우리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곳이어서 더 정겹고, 걸음 놀이가 끝나고 만화 영화를 보며 먹는 아이스크림 맛은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고 달콤하다!
*《아이스크림 걸음!》에 나오는 12가지 순우리말 걸음
종종걸음, 달팽이걸음, 게걸음, 깽깽이걸음, 황새걸음, 발끝걸음, 두루미걸음, 가재걸음, 잰걸음, 노루걸음, 발등걸음, 바른걸음
글 이미순 소원나무 대표
스위밍 데이즈
지친 현대인의 하루를
보듬어 주는 책
《스위밍 데이즈》는 2016년 12월 ‘Free Play Press’ 전시회에서 만난 보물이다. 전시회는 자기만의 색깔이 돋보이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으로 가득했는데, 그중에서도 안혜영 작가의 그림이 눈에 띄었다. 내 마음을 사로잡은 그림은 건축 설계 도면의 측면도 느낌을 살려 집 안에 세워 둔 한 남자의 모습이었는데, 기하학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그 공간이 만드는 답답한 현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스위밍 데이즈》는 안혜영 작가가 대학 졸업 전에 작업한 독립 출판물로 처음 쓰고 그린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났다. 전체적으로 블루 톤의 그림이 매력적이었고, 물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수영하는 남자를 통해 자유와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2017년 1월, 아직 트리앤북의 첫 책이 나오기도 전에 전시를 기획한 이지선 작가의 소개로 안혜영 작가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후 안혜영 작가와 계약이 진행된 뒤에는 먼저 콘셉트를 정리했다. 독립 출판물에서는 자유로운 분위기 그 자체로 좋았지만 더 많은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서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한 남자의 힐링 여행을 오감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기로 결정했다. 새로 설정한 청각, 후각, 촉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전체 그림 중 50퍼센트 이상을 새로 그려야만 했고, 그중 몇몇 그림은 구도와 레이아웃을 여러 번 스케치했다(분명 힘든 작업이었지만 안혜영 작가는 묵묵히 작업을 이어갔다). 또한 시원하면서도 청량한 느낌을 전하는 표지는 독립 출판물과 비슷 하지만 물방울의 크기와 구도를 전면 수정해 디자인적인 아름다움에 신경을 썼다.
사실 작가로서 신생 출판사와 작업한다는 것은 모험이다. 동시에 출판사도 도전이다. 1인 출판사의 경우에는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게 무척이나 중요한데, 책의 판매가 저조할 경우 다음 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른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판매 부분에서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안혜영 작가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기에 《스위밍 데이즈》가 독자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스위밍 데이즈》는 지친 현대인의 하루를 멋진 상상력으로 표현한 그림책으로, 쉼과 여유가 필요한 현대인을 따뜻하게 응원하고 위로한다. 문득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힐링 여행을 떠나 보자.
글 허현정 트리앤북 실장
[윤재연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