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레임 속에 자유를 담다 - 노만 파킨슨 사진전

글 입력 2018.12.0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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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만 파킨슨 사진전. 사진을 보면서 설렘을 느낀건 꽤나 오랜만이었다. 사실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이미지 콘텐츠들을 손쉽게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사진 한 장이 지닌 힘, 사진 한 장이 전하는 느낌을 느낄 새가 없었다는 말이 맞겠다. 클릭 한번, 터치 한번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기이한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시대이기에. 인쇄된 한 장의 사진에 오롯이 집중할 시간이 주어진다는 건 분명히 낯설면서도 그 자체로 설레는 일이었다.

더욱이 그 한 장의 사진이 노만 파킨슨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낯선 이름이었지만 그의 대표작 몇 점을 보자 이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게 되었다. 자유로운 풍경 속 여인의 행복하고 여유로운 눈빛을 마법처럼 잡아내는 사람. 유명 잡지사에서 활동한 그의 작품 중 몇 점은 한 눈에 보아도 익숙한 느낌이 드는 것들이다. 그 익숙한 느낌이란 아마도, 잔뜩 멋들어지게 찍어야 할 잡지 사진에서 일상에서 느낄 법한 소소한 행복감 같은 것들을 의미하겠지.

일요일 오전에 방문한 전시관은 한산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왔지만 작품 하나하나 여유롭게 보기 좋은 정도. 노만 파킨슨의 인생사를 굵직한 이력 별로 나누어 내부를 구성했는데, 하늘거리는 패브릭이나 강렬한 포인트 컬러로 장식된 공간이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흑백 사진부터 야외 컬러 촬영본까지, 역동적이고 재기발랄한 감성이 사진에 차곡차곡 담기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재미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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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두 층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노만 파킨슨의 인생 흐름을 따라 그의 작품 세계를 되새길 수 있도록 이루어졌다.

긴 시간이 흘러도 트렌디한 느낌을 전하는 그의 사진처럼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로 꾸며진 내부 데커레이션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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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모든 사진이 주는 느낌이 각기 다른데, 또 그 다채로움이 참 좋다.

한 사진 보고 한 번 멈추고, 이를 반복하다 보면 세계 여행을 한 듯 판타지 소설을 읽은 듯 머릿속에 재미난 서사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느낀다. 두고두고 감상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게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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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에는 커튼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 노만 파킨슨과 주위 사람들의 간단한 인터뷰를 담은 영상을 틀고 있었다. 그와 인연이 닿았던 모델, 에디터 등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그처럼 젠틀하고, 재미있고, 유능한 사진작가는 또 없었다고.


인물 사진은 특히 사람 내면에 잠재된 감정과 기분을 표정과 행동으로 이끌어내야 하기에 타인을 대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한데, 노만 파킨슨은 그런 점에서도 완벽한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인 사람.

그리고 워낙 업계의 흐름이 빨리 돌아가다보니 몇십년동안 현장에서 일하는 사진 작가로 남아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노만 파킨슨은 경력적인 부분에서도 거의 독보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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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마지막에 이르러서 아치형 패널을 설치한 부스가 나타났는데, 노만 파킨슨이 프레임에 담았던 유명인들의 사진을 전시한 영역이었다. 비틀즈, 데이빗 보위 등 얼굴을 보면 알 법한 유명 뮤지션, 배우들이 그만의 색감과 시선에 담긴 채로 걸려 있다. 꼼꼼히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굿즈 퀄리티도 상당해서... 한참을 고민하다 검은 에코백 하나를 사서 집으로 왔다. 기분 좋은 휴식같았던 노만 파킨슨 사진전. 먹구름 낀 하늘에 핀 맑은 무지개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눈 감으면 그 상쾌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저 화보집을 사오지 못한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사진은 처음이었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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