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종의 아름다움이라니? : 스타일은 영원하다 [전시]

글 입력 2018.12.0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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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부한 표현으로 남들과는 좀 '달랐다'라고 말 붙일 수 있다.



노만 파킨슨이 있기 전의 사진이란, 18세기의 장렬한 초상이나 그리스 로마 고전 조각들의 자세를 흉내 낸 것에 불과했다. 게 중 눈여겨볼만한 점은 여성이 그냥 피사체로서의 여성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물론 시대상 여권이 매우 낮은 건 사실이고, 당연히 사진에서 드러났다. 즉 여성은 아름다움, 미모, 공들인 예술작품, 진열된 상품쯤으로 여겨지던 시대며, 사진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노만 파킨슨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진 기법과 연출뿐만 아니라,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데 기여했다. 말하자면 노만 파킨슨은 여성을 아름답다 규정하며, 있는 그대로 사랑했다. 말 그대로 단순 외적인 아름다움, 내적인 아름다움 말고 여성 존재 그대로를 사랑했다. 아름다운 여성, 여성의 아름다움 등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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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그것 또한 이상하다고 짚을 수 있다. 아름다움을 논할 때 인간이 아니라 여성만을 논한다면 여성은 아름다운 존재며 또한 아름다워야 하는 존재가 된다. 아름다워야 여성이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그렇지만 시대 배경을 생각해본다면 엄청난 인식 전환을 불러일으켰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여성들의 사교계 데뷔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그냥 정적이며 곧은 자세를 그냥 찍었던 기존 사진작가들과는 다르게 노만 파킨슨은 재치 있는 말솜씨로 서로 웃고 떠들면서 촬영했다. 여기서 알 수 있다. 기존 작가들이 여성을 아름다운 꽃을 대하듯 사진 찍었다면 노만은 사람답고 역동적으로 찍었다. 노만의 사진에서야 여성들은 숨 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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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화보를 찍는 게 아니라,
같이 떠들고 놀다가 내게 카메라를 쥐여주면 나는 찍었다.
그 사진을 사람들은 멋있다고 했다."


노만 파킨슨이라는 이름에서도 재치를 발견할 수 있다. 노만 파킨슨이라는 이름 자체는 너무나 흔해서, 사람들이 다른 이름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이름이었다. 노만 파킨슨은 반대로 그 이름으로 개명했다. 중산층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면서 온전히 본인 자체의 힘으로 성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재치 하나하나가 노만 파킨슨의 사진을 생동감 있게 만드는 게 아닐까? 사진의 여성들은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시점이 아니라 드라마 같은 구성이었다. 스토리를 궁금해하게 만드는 판타지를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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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만, 입을 벌리고 관람했던 전시는 한 사진으로부터 김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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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의 아름다움 : 말에 탄 로마나 스미스 (1988)



제목이 아니었으면 단순 컨셉 사진이라고 넘어갔을 것이다. '순종의 아름다움'이라니. 말을 타고 있는 여성 찰나를 찍은 사진을 감탄하며 보고 있었는데, 제목보고 경악했다. 이건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검열의 시대에 멀쩡히 전시되어 있는 게 놀라울 정도다. 그것도 비교적 최근인 1988년에.

'순종'이라는 워딩을 사용해 사진을 표현했다. 어디 해리 포터에서 슬리데린들이 부르짖는 '순수 혈통' 냄새가 짙게 난다. 사진 자체를 순종의 아름다움이라고 일컫는 건 결국 백인은 순종이며 또한 아름답다는 게 아닌가. 결국 백인 우월주의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워딩이다.

또한 '순종'은 보통 애완견이나 말, 고양이 등 기르는 동물에 많이 사용하는 워딩이다. '순종'이라고 이름 붙은 동물들은 가격이 뛴다. '순종'이라는 말 자체가 상품성 짙은 워딩인 것이다. 그 순종이 가리키는 대상은 말이면서 여성이다. 상품으로서 여성을 비유했다.

뭔가 예술과 사상, 패션과 사상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강의를 듣고,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작품을 보면서도 더부룩한 마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사진 한 장으로 작가의 사상을 짐작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제목을 붙인 건 작가 본인이 아닌가. 부디 오역이 된 것이길 바라고 싶다.



*



스타일은 영원하다
- Timeless Style -

일자 : 2018.09.22(토) ~ 2019.01.31(목)

시간
일~목 11:00~19:00 (18:00 입장마감)
금~토 11:00~20:00 (19:00 입장마감)

장소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4F, 5F

티켓가격
성인: 8,000원

초중고 학생/경로우대(65세이상): 3,000원

미취학 아동: 2,000원

패션 전공 대학생·대학원생/단체: 4,000원

유아(36개월미만)/장애인: 무료

주최/주관
KT&G 상상마당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 Iconic Images / The Norman Parkinson Archiv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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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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