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저널 507호를 읽고

이달의 책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글 입력 2018.11.29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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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07호를 읽고


수많은 삶과 경험, 감정에 대한 책을 읽어봤지만 책에 관한 책은 읽어보지 않았다. 기껏해야 어릴 적 읽던 베스트셀러 동화책,'책먹는 여우'가 전부일테다. 책에관한 책은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출판저널 507호를 읽게 되었다.

작금의 출반업계에 대해, 책을 읽는 사람들과 사회에 대해 진중하고도 긴밀한 대화가 담겨있는 책의 내용은 '과연 책이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스스로도 한번 던져볼 수 있게 만들었다. 나무로 만든 펄프 위 잉크로 쓰여져 있는 글자들의 나열. 아주 명료하게도 책의 물질적 존재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책은 하나의 세계를 열어주며 타인의 삶을 경험 할 수 있게하는 무엇이기에 더더욱이 무엇인지 하는 물음을 스스로 반복할 수 있었다.

한 면 한 면, 노력을 다 해 담은 내용들 모두가 소중한 책이자 책을 논하는 책의 일부였으나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신중선 작가와의 인터뷰였다. 자신이 살아온 작가의 삶에 대한 솔직하고도 담대한 답변에 어떤 마음으로 문장을 만들었을지,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를 감히 견지 해 볼 수 있었다.

글자를 접하기엔 너무나도 쉽지만 책을 접하기에는 어려운 시대이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흐름이기에 출판업계 또한 이에 발맞추어 책문화생태계를 지속해 나갈 방법을 무엇보다 현시대와 맞추어 생각해보아야한다. 이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가득 담겨있는 출판저널 507호였기에, 한층 더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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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었던 <이달의 책>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이달의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이었다. 이전에 한번 추천받은 책이지만 잠깐 잊고 있었는데 출판저널의 기획 노트를 읽고 흥미가 생겨 바로 읽어보았다.

주위에 너무 많은 오빠들이 있다. 사전적 의미로 '오빠'는 '나이 어린 여자가 손위 남자를 정답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그럼에도 나의 아버지도, 나의 남동생도, 나와 나이가 같은 친구도, 그리고 말 그대로 손위 남자들도 페미니즘 이야기가 나오면 '오빠'가 되고 만다. 모두가 페미니즘의 완성자라도 되셨는지, 페미니즘 이름을 붙이기만 하면 이것은 페미니즘이 아니고, 저것은 페미니즘이고를 나눠 입맛에 맞게 가치판단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평등해야 한다는 피맺힌 소리침에 그렇다면 너희가 주장한 불평등은 없던 게 맞지 않냐며,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써 살아왔던 세월까지 부정한다.

20대-30대 오빠들은 페미니즘을 꿀빠니즘으로 지칭한다. 남성으로써 차별받아온 상황들은 너무 많은데, 여성이 도대체 무얼 차별받아왔냐며 질타한다.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에 슬쩍 발을 빼며 자신은 이득 본 것도, 차별해온 것도 없다 말한다. 도리어 내가 묻고 싶다. 내가 살아오며 받은 여혐 속에 당신이 한 순간이라도 없었던 적이 있느냐? 가부장제 속에서 전 부치기를 12살 때부터 강요받을 때, 당신은 무얼 하고 있었는가? 당신에게 밥을 한 번이라도 얻어먹으면 김치녀라고 불러졌을 때,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가? 당신의 친구들이 '보확찢' '보전깨' '삼일한' 을 유머로 소비했을 때, 당신은 어떤 말을 했는가?

주위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오빠 페미니스트의 자칭 페미니스트 자처 발언은,


"내가 왜 여혐을 해? 나 여자 좋아한다!"



그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며, 여성이 성 상품화되는 현실을 꼬집자 너희들도 연예인 복근을 보면 환장하지 않냐며 반박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가짜 페미니즘이라 소리치며 하염없이 자신이 허락할 진짜 페미니즘을 보여주려 애썼다.

기획 노트에도 써져있듯 세상은 변하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며,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가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을 여성들은 광장에 모여 소리치고 있다. 유구하게 지속되어온 오빠들의 페미니스트 사상도 바뀔 시기이다. 당신이 '한남' 소리에 분노했다면 왜 여성들의 분노가 혐오성 짙은 단어를 만들어 낼 만큼 폭발했는지 찾아보아라. 할머니 시대의 여성차별을 왜 아직도 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고개를 들어 할머니와 어머니 누나의 삶을 바라보아라. 아, 그렇다고 가부장제에 착취당하고 있는 어머니와 누이를 불쌍하고 시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권감수성에 취해있지는 말자. 페미니즘은 이러한 세상에서 살지 않도록, 오빠들이 어머니와 누이를 불쌍하게 바라보지 않도록 같이 싸우고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운동이다.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241P)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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