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맨땅에 헤딩하기

글 입력 2018.11.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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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들여서 급하지 않게 천천히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겼습니다.

예상했던 바와는 다르게 책의 내용은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소설가가 쓴 책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요? 기승전결을 원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저는.

작가가 살아왔던 시간을 담담하게 옮겨놓은 이 책은 딱히 저에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알려주는 책은 아닌 듯합니다. 그냥 작가의 이야기를 이랬던 적이 있었지, 이때는 정말 힘들었고, 이런 기분이었어. 옛날 옛적 어릴 때 할머니 댁에 갔을 때 할머니 무릎을 베고 옛날 얘기를 듣던 그런 기분이 들었달까요.


미소를 머금으며
기분 좋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습니다.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만남과 이별은 인생에서 뗄 수 없다고 책에서는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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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페이지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이별을 할 때 고금란 작가는 역할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왜 제 머릿속에 이 단어가 콱 하고 박혀버렸는지 지금도 계속 맴돌고 있습니다.


역할이 끝났구나, 그동안 욕봤다,
잘 가라, 김미혜...


7년 전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버지는 가족들 하고는 관계가 좋지 못했지만, 건축 일을 하시면서 저와 동생에게만큼은 잘해주시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가족들의 무관심에 외로워하시던 아버지는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에서도 외롭게 술을 드시다가 술에 취해 잠드셨었다고 합니다.

평소 똑바로 천장을 보며 움직임 없이 주무시던 아버지였는데…. 그때는 엎드려서 주무시다 숨을 못 쉬어서 돌아가셨습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허망하던지…. 아버지의 역할은 어떤 역할이셨을까요? 어떤 역할을 다 하셨길래 자식들에게 인사도 안 하고 급하게 그렇게 가셨을까요? 이 페이지를 읽으며 아련한 슬픈 기억이 하나둘 떠올랐습니다.

작가는 책 속에서 울고 웃었던 날들을 얘기하며 저에게 얘기하는 듯합니다. 순간의 선택이 비록 충동적이었다 할지라도 해볼 만하다고, 가슴이 시키는 거 하면서 살아도 좋다고 얘기합니다. 재개발 사업 반대 집회에서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주다가 단상에 오르는 결정, 요즘은 쉽게 할 수 없는 시어머니를 집에 모시고 오는 결정, 훌쩍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를 하는 결정 등 끙끙 고민만 하다가 실행을 못 하고 넘어갈 만한 그런 결정들을 작가는 시원시원하게 저지릅니다. 그러면서도 후회는 사치라는 듯 이렇게 해도 살만하다고 말합니다. 행복하다고요. 그 덕분에 용기 한 사발 더 마시고 행복 한 칸 충전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책을 읽고 나름의 중요한 선택을 한 번 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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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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