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쾌함으로 가득 한 발레 '돈키호테'

글 입력 2018.11.25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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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마린스키 발레단의 ‘돈키호테’공연을 보고 왔다. 클래식 예술을 좋아하는 내게 발레는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였다.


고전 소설을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며, 클래식 영화까지 좋아하지만 발레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어려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비극적인 작품이 많은 고전 발레 속에서도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사랑, 우정, 판타지, 그리고 모험까지 시종일관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담은 이 발레는 나와 같이 발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고 유쾌하게 다가올 것이란 예상이 딱 맞았다.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하니 ‘돈키호테’를 보기 위해 모인 관람객들로 회관이 북적거렸다. 원작 소설인 돈키호테의 내용은 알고 있었으나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을 주인공으로 재구성된 발레 돈키호테의 내용은 시놉시스의 짤막한 내용밖에 알지 못해 과연 공연을 100%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기에 공연이 시작하기 전 공연의 스토리북을 구매하려 했으나 공연이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줄이 길어 결국 구매하지 못했다. 공연관람에 있어 이 점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5).JPG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그럼에도 처음으로 접하는 발레공연이었기에 기대감으로 부푼 마음으로 공연장에 입장했다. 6시가 되자 공연이 시작되었고, 커튼이 열리며 공연장은 어느새 스페인이 되어 있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으로 꾸며진 무대와 스페인 의상을 입고 나타난 무용수들이 정열 가득한 춤사위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조용하게 진행될 것만 같은 발레 공연은 발레공연이 맞나 싶을 정도로 유쾌함이 가득 차 있었다. 무용수들은 토슈즈가 아닌 빨간색 구두를 신고 있었고 다들 손에 부채 또는 북을 들고 있었다. 박자에 맞춰 북 또는 부채를 마주쳐 소리를 내었고 무용수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였다. 발레라기 보다는 무성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대사가 없는 대신에 과장된 표정과 몸짓으로 이야기를 표현하고 이끌어 나가는 느낌이었다. 1막까지는 전통적인 발레가 나온다기 보다는 스페인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JPG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즐거운 분위기 속 마무리 된 1막 이후 시작된 2막은 내게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마을 사람들이 소란을 벌이는 사이 몰래 도망가는 키트리와 바질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던 1막 이후 갑작스레 예상치 못한 숲의 정령들 같은 사람들이 나와 무대를 꾸몄다. 후에 내용을 찾아보니 2막에서는 집시의 야영지, 돈키호테의 꿈, 그리고 집시의 야영지를 배경으로 무대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집시들은 키트리와 연인 바질을 위해서 춤을 추고 곧이어 돈키호테가 나타나 야영지 주변에 있는 풍차를 보고 둘시네아를 공격하기 위해 오는 적군의 기사로 착각한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덤벼들자 갑자기 주위가 아수라장이 된다. 그 후 꿈속에서 요정의 나라에 다다른 돈키호테는 요정들과 함께 춤을 추며 요정들 가운데서 돈키호테는 둘시네아의 모습을 한 키트리를 만난다.


한편 바질이 사라진 것을 안 로렌조와 가마슈는 그들을 찾아 집시 야영지로 들어오고 산초판자는 로렌조에게 엉뚱한 방향을 가르쳐 주어 길을 헤매도록 만들고 다시 마을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공연을 접했던 점이 굉장히 아쉬웠다. 이를 몰랐기에 그저 아름다운 장면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대해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Viktoria Tereshkina & Kimin Kim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JPG
Viktoria Tereshkina & Kimin Kim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마지막 3막은 바질이 키트리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자살행위를 벌이고 돈키호테는 두 사람이 결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지못해 로렌조가 결혼을 허락하고 둘을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사실 이번 연극은 발레를 처음 접한 내게 발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기대했던 발레 동작들을 많이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었다. 하지만 2막을 시작으로 마지막 3막에서는 발레동작들이 휘몰아치는데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45분가량 되는 시간동안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무용수들과 공연에 집중하게 되었다. 무용수들이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관객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무용수들과 함께 호흡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 점이 발레의 매력이 아닌가싶다. 이 무대에 서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며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에 이렇게 멋진 무대가 완성되었다는 점이 피부로 와 닿았다.

 

이번 발레공연에서 좋았던 점은 모든 무용수들이 배경의 요소가 아닌 공연의 요소가 되었다는 점이다. 공연에는 주인공을 비롯한 다양한 역할의 무용수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지만 간혹 사람이 많은 무대를 꾸밀 경우 엑스트라역의 배우들은 그저 무대를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주인공들이 독무를 멋지게 성공하고 나면 다 함께 건배를 하는 등의 연기들과 진심으로 공연을 즐긴다는 나타내는 표정 등을 통해 그들이 정말로 행복하게 무대에 임하는구나 하는 감정을 느꼈다.

 

이번 발레 ‘돈키호테’는 무용수들의 무용을 시작으로 배경, 의상, 오케스트라 연주 등 대부분의 것이 만족스러웠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발레공연은 편안하게 다가왔고, 이걸 과연 돈키호테라는 제목을 가진 공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돈키호테가 관찰자의 시점에서 나왔지만 그럼에도 돈키호테 특유의 유쾌함이 물들어있어 너무나 좋았다. 소설 속의 돈키호테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와 체념하고 끝내 숨을 거두고 말지만, 발레 ‘돈키호테’에서는 돈키호테가 또 어떠한 유쾌하고 기발한 모험을 이어나갈지 상상하게 만든다.

 

나와 같이 발레가 어렵다고 느껴져 발레관람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 공연을 추천하고자 한다. 다만 공연을 보기 전 간단한 시놉시스가 아닌 공연의 전체 줄거리를 이해하고 가기를 바란다. 연극 또는 뮤지컬이 아니기에 대사가 존재하지 않고 나처럼 중간에 길을 잃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공연장은 스페인으로 변하여 그대들을 유쾌함으로 가득 차게 할 것이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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