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생애 첫 발레 <돈키호테>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의 돈키호테를 보고
글 입력 2018.11.2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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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0일, 생애 처음으로 발레 공연을 보았다. 세종문화회관도, 발레도 처음이었기에 그 날의 설렘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인터미션을 포함하여 3시간에 달하는 공연 시간에 혹여 지치지 않을까, 대사 하나 없는 몸짓의 향연에 지루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화려한 의상, 경쾌한 춤사위, 익살스러운 연기 등 공연 내내 볼거리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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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에 대한 지식 또한 문외한에 가까웠기에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다. 반대로, 모든 게 신선해 보이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음악과 춤만으로 이루어진 무용극이라는 것이다. 글과 말에만 익숙한 나는 언어가 없는 소통이 과연 원활할지 의문을 품었다. 역시 세세한 이야기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1막이 시작하고 약 20분가량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공연에 그들의 표정과 몸짓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공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애초에 그들의 몸짓을 문자로 이해하려고 했던 내가 잘못된 것이었다. 춤은 춤 그대로의 감정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막이 내릴 때마다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함성들은 이 공연이 많은 관객과 원활한 소통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

둘째는 군무의 개성이었다. 나는 보통 여러 명이 함께 춤을 추는 군무라고 하면 통일성 있는 움직임이 먼저 생각난다. 국군 의장대나 아이돌그룹의 칼군무 같은 일체감 말이다. 이런 경우 움직임 대부분이 절도 있고 딱딱 들어맞아, 개개인이 아닌 전체를 하나로 보게 된다. 하지만 이번 발레 공연에서 본 군무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분명 같은 춤을 추고 있음에도 개개인이 각자의 춤을 추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중구난방 식의 느낌은 아니었다. 열정적이고 쾌활한 분위기에 부드러운 각자의 춤 선이 그저 자연스럽게 아우러진 모습이었다.


_Elena Yevseyeva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2).JPG
Elena Yevseyeva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_Ivan Oskorbin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7).JPG
Ivan Oskorbin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마지막 셋째는 발을 세워 발끝으로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발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기도 했는데 직접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문득 단거리달리기를 할 때 발바닥 맨 앞부분 만으로만 땅을 차는 모습이 떠올랐다. 최대한 좁은 면적에 강한 힘을 가해 누구보다도 빠르고 멀리 나아가 결승점을 향하기 위해서다. 소위 발레를 중력에 거스르는 춤이라고 말한다. 단거리달리기 선수보다 더 좁은 면적을 땅에 닿은 채 중력에 반하는 균형을 보여주는 이들은 대체 어디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일까.


_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3).JPG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_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4).JPG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2막의 돈키호테 꿈속 요정들의 춤이었다. 은은하고 세련된 색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의상을 입고 사뿐사뿐 무대를 휘저었다. 지면에 닿은 발끝부터 무용수의 손끝까지 어디 하나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낯선 우아함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

나와 마찬가지로 발레는 처음이었던 친구가 공연장을 나서며 이런 말을 했다.

"와... 앞으로 발레 공연 보기 쉽지 않겠는데?"

처음부터 너무 강렬한 공연을 봐버렸기에 앞으로 어떤 공연을 봐도 쉽게 만족하지 못할 거 같다는 뜻이었다. 눈이 너무 높아지는 바람에 웬만한 공연은 시시하게 느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정도의 즐거움을 얻을 수만 있다면 몇 번의 시행착오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예술이라는 것이 일렬로 나열하여 순위를 매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획일적이지도 않기에 다른 공연에서는 발레의 또 다른 매력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도 들었다. 덕분에 나는 머지않아 발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나에게 잊지 못할 첫인상을 남겨준 마린스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브라보! 브라바! 브라비!!


_Viktoria Tereshkina & Kimin Kim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JPG
Viktoria Tereshkina & Kimin Kim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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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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