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배우들의 메소드 연기로 풀어낸 질문들, <소꿉놀이> 2018 서로단막극장

글 입력 2018.11.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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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배역에 완전히 몰입시켜 실물과 같이 몰입하여 연기하는 것을 일컬어 '메소드 연기'라고 말한다. 지난 금요일, 2018 서로단막극장의 한 단막극인 소꿉놀이에서 본 배우들의 연기는 가히 메소드 연기라고 부를 만큼 흡인력이 강하면서도 섬세했다. 마치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지극히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갔다. 요가 매트 위에서 몸을 풀며 시작된 단막극은 30대 여성 공연 창작자들이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는 '나'를 알기 위해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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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해야할까요?

30대이면서 미혼인 선영은 결혼에 대한 환상은 없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은 룸메이트가 될 사람을 찾는 것이고, 본인 또한 좋은 룸메이트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아직 결혼에 대하여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못해 기혼자들에게 결혼을 해야 할까? 라고 묻는다. 이에 대해 "결혼 하지마" 라며 그 이유를 든 기혼자의 말은 일부 관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사랑은 해봐야지. 나는 우리 남편 너무너무 사랑해서 결혼했어. 지금도 너무너무 좋아. 이 남자 아니었음 어떻게 살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 그런데 같이 사는 삶, 너무너무 좋은데. 결혼 15년 생활에 내 남편, 내 자식, 내 집, 내 차, 내 신용카드 갖출 거 다 갖춘 것 같은데 어쩐지 내가 없어."  



너, 나 말고. 우리 얘기하자고, "우리".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꾸며진 기혼 부부의 대화 장면의 한 대목이다. 이 부분이 새롭게 느껴진 이유는 부부간의 '관계'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대화가 부족하면 서로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고, 또 오해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미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는 동안에도 관계 맺기는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결혼 후에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며 마주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은 익히 보고 들은 것이 많아 뻔했지만, 결혼한 상대와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생소했다. 그래서인지 극의 대화는 '풋풋함', '설렘'으로 표현되는 연애(혹은 연애감정) 만큼, 결혼이라는 것이 연애의 결과가 아니라 사람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과정 중 하나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당신은 행복을 느끼고 계신가요?
행복을 느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신가요?

이아림 -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라는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하면서 관객들에게 물어본 이 질문이 너무 좋아 주말에 서점에서 바로 찾아보았다.


문득 언젠가 읽은 은하선 칼럼니스트의 글이 생각난다. "오르가슴을 느끼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며 무엇을 오르가슴이라고 정의할지는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중략)
 
"모든 사람이 오르가슴을 꼭 느껴야 할 필요는 없으며, 평생 오르가슴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다.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형편없는 섹스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파트너 섹스에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했더라도 자위를 통해서 오르가슴을 느낄 수도 있으니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이 글을 오르가슴 자리에 행복을 넣어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어쨌든 각자의 오르가슴(행복)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무엇을 오르가슴(행복)이라고 정의할지는 각자가 결정할 일이다."

이아림 -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p.149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을 느끼는 주체인 '나'라는 건데.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간단하지만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내 인생이 볼품없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들이 표현한 행복이라는 것이 나에게도 똑같이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애쓸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애씀 없는 행복이 함께 하시길 바란다는 인사말에 감동을 받고, 그 말에 깊은 위로를 받은 적도 있다. 이제는 무엇을 행복이라고 부를지 정리를 해봐야겠다. 그리고 정리한 나만의 행복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할 것이다.



당신은 어떤 역할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누구의 딸, 아내, 엄마, 며느리, 여자친구, 언니, 누나, 동생 등 많은 역할로 이 세상을 살아가지만, 정작 내가 누군지 모를 때가 있다. 정말 오롯이 나인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날 때도 있다.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는 배우들도 이러한 경험을 했고, 진정한 '나'를 찾아가기 위해 이 단막극을 준비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30대 여성으로서, 사회 구성원이자 배우로서, 그들은 관객들에게 여러 질문을 툭툭 던진다.

작품에 대한 소개 글을 보니, 30대 청년들, 4~50대 주부, 유방암 환우들, 그리고 남편과 사별한 60대 이상의 노인 등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수집하고, 각 나이대에 겪을 수 있는 삶의 고민과 인간관계, 그리고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이 단막극이 꾸려졌다고 한다. 극의 제목처럼 '소꿉놀이'라고 부르고 싶은 인생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맡은 소꿉놀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소꿉놀이를 행하는 주체인 '나'에 대해서 묻는 것이다.

이번 공연은 소꿉놀이 같은 인생을 돌아보며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에 대해, 관계 안에서의 나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고, 관계성을 떠나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내가 느끼는 행복은 어떤 것인지 고민해 보게 했다. 숱한 질문들은 다채로운 답변을 만들게 하고, 이는 곧 삶의 방식이 다양한 것을 일깨워 준다. 소꿉놀이 같은 예술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질문이 쏟아지고,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하는, 소꿉놀이가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소꿉놀이 같은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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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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