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사로 바라보기 : 죽음에 관하여 [문화 전반]

인생은 행복 속의 불행, 불행 속의 행복
글 입력 2018.11.11 17:3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죽음에 관하여

인생은 행복 속의 불행, 불행 속의 행복


Opinion 민현




초등학생 때, 죽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늦은밤에 혼자 뒤척이며 죽는다는 건 무슨 느낌일까 생각하면서 아득하고 두려웠던 기억이 난다. 나이를 꽤 먹은 지금도 아직 그 아득하고 두려운 마음은 그대로이다. 가장 무서운 건 ‘나’라는 사람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잊혀지는 것이다. 그렇게 천천히 세상과 이별하는 일이 곧 죽음이다. 나의 죽음을 경험하기 전에 타인의 죽음을 먼저 경험하고, 그러면서 죽음이라는 존재에 더 가까워지고 익숙해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뉴스같은 곳에서, 그리고 동물이나 식물이 죽어가는 모습에서, 그리고 지인들의 죽음을 장례식에서 바라본다. 아무리 죽음에 대해 보아도 죽음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죽음.png
신기하게도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오랫동안 전해져오는 한가지 풍습은 장례식이다. 우리는 함께 삶을 지내왔던 사람과의 이별을 기억하기 위해 장례를 치른다. 그리고 가끔 그 사람을 묻은 곳이나 뼈가 담긴 곳에 가서 묵묵히 지켜보기도 한다. 기억에 남기고 싶어서, 그리고 그렇게라도 남기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자리에서 그 사람과의 추억을 얘기하며 웃다가도 또 갑자기 슬퍼져서 울기도 한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언젠가 나에게 닥칠 죽음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죽음이란 삶에 대척점에 있는 게 아니라 삶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그렇게 깨닫는다.


-


또래에 비해 장례식을 많이 다녀본 경험이 많은 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을 맞춰 입은 내 모습을 보면 아직도 어색하다. 햇빛이 따사롭고 온세상이 들떠있어도 장례식장 가는 길에는 차분한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꽃을 올려 두고 절을 하고 밖으로 나와 밖에 앉아있으면 멍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참 눈물도 나지 않는다. ‘슬프다’라는 생각보다는 같은 공간에서 3일 동안 죽은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혹시 나의 가족, 정말 가까운 친구들의 장례를 치르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을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기에는 너무 아쉽고 해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술 한잔을 기울인다. 우리 테이블의 분위기만 검은 옷들처럼 어둡고 옆에 있는 사람들은 신촌의 여느 술집이 그렇듯 깔깔대고 있었다. 술 한잔이 들어가고 이런저런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도 주변 사람들처럼 웃고 떠들어도 어두운 분위기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 누가 이런 말을 꺼냈고 모두다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인생은 행복 속의 불행, 어쩌면 불행 속의 행복"



죽음은 행복하던 일상 속에 불행이 자리 잡게 만든다. 분명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어제보다 불행한 오늘이었다. 그런데 어찌됐든 내일은 불행한 오늘보다 행복할 것이고, 또다시 언젠가 불행이 찾아올 것이다. 나와 관계된 사람의 죽음은 나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라 불행하고,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채워줄 수가 없다는 사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 순간을 너무도 슬프게 만든다. 하지만 그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찾고, 행복 속에서도 불행을 찾아가는 게 인생이라고 나는 오늘도 죽음에 관하여 배운다.



스크린샷 2018-11-10 오후 5.23.11.png
▲ 웹툰 죽음에 관하여 중
 


폴워커를 추모하기 위한 곡, 위즈칼리파와 찰리 푸스의 'See you again'을 다시금 들어보았다. 이렇게 장례식 말고도 그 사람을 기억하는 자기만의 방법 하나쯤은 갖고있어도 좋을 것 같다. 언제든 불현듯 생각이 날 때마다 꺼내어 볼 추억 하나를 간직하고 살아가고싶다. 떠나간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  그 사람의 죽음에 관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 한가지를 해본다.






잘가라


잘가라, 이 아픈 세상에 있지 말고

떠나라, 네가 늘 바랬던 곳으로

미안해, 함께 가지 못해 정말로

그래도 웃으면서 보내줄게


인생은 행복 속의 불행

어쩌면 불행 속의 행복

평생 가슴 속의 상처를

잊지못할 것 같은데


오 아픈 날들은 지나갈거야

언젠가 좋은 곳에서 만날 그날까지 안녕

오 힘든 날들은 잊혀질거야

언젠가 술 한잔 하며 네 얘길 들려줄래


-


잊어라, 아픈 것들은 담아두지말고

지워라, 훗날엔 너의 곁에 있어 줄게

미안해, 함께 가지 못해 정말로

그래도 웃으면서 보내줄게


오 아픈 날들은 지나갈거야

언젠가 좋은 곳에서 만날 그날까지 안녕

오 힘든 날들은 잊혀질거야

언젠가 술 한잔 하며 네 얘길 들려줄래


눈을 뜨는 매일 아침이

밝아오는 모든 날을

너는 볼 수 있을까


오 아픈 날들은 지나갈거야

언젠가 좋은 곳에서 만날 그날까지 안녕

열심히 살아갈게

네가 살아가야 할 가을과 겨울까지


작사 민현




[손민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