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맨땅에 헤딩하는 법을 배워볼까

글 입력 2018.11.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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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포기가 빠른 편이다. 지금까지 포기한 것을 생각해보니 세다가 이것마저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그렇게 재밌다던 게임도 한 두시간이면 지쳐서 하지 못하고 취미는 물론 공부도 그랬다. 내가 포기했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잘하다가도 어느 순간 벽에 부딪혀 좌절하게 되었을 때였다.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닌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수능 보기 전 나름 잘해왔던 수리영역을 포기했고 대학교에서는 그 여파로 수학, 물리, 화학 등 공대에 필요한 이론 과목들을 줄줄이 포기하게 되었다. 그다음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듯 20대를 오롯이 투자해 간신히 졸업한 컴퓨터 전공을 포기했다. 나에게 이제 컴퓨터는 취미를 위한 도구가 되었을 뿐이다. 그럼 이제 뭘 하고 사느냐고?

커피숍에서 일을 하고 캘리그라피를 하다가 관심이 생긴 디자인을 배우는 중이다. 빠르다면 빠르고 느리다면 느린 30살에 나는 학원을 다니고 그림을 그리며 글을 생각하며 글씨를 쓴다. 지금까지 포기해왔던 다른 것들처럼 언제 내가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을 안 했던 적이 없다.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내가 가졌던 취미 중에서 제일 오랜 시간인 약 2년 동안 하면서 흥미를 잃지 않고 있다.


그 2년이라는 기간에서
1년쯤 되었을 때, 나는 결심했다.
전공 대신 캘리그라피로 돈을 벌고 살겠다고.



서두가 길었지만, 결론은 캘리그라피를 하지만 아직 캘리그라피만으로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벌지 못한다. 내 상황과 비슷한 사람이 주위에 없다 보니 따라 할 수도 없다. 최근 들어서는 정말 막막한 기분뿐이었다. 그 상황에서 이 책 제목을 보았다. 이건 읽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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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트>


소설가 고금란이 두 번째 산문집 <맨땅에 헤딩하기>를 펴냈다. 곱고 차분하면서도 한편으론 묵직한 결기와 내공을 느끼게 하는 문장이 가득하다. 산전수전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이런 글이 나오는 걸까. 우리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정성스레 꾹꾹 눌러써가며 살아오신 이야기,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기분이다.

우리는 저마다 각박하고 무거운 현실을 짊어진 채 전전긍긍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살던 집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지은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이층 주택이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에 수용된다. 다시 집을 지을 곳을 찾아 도시를 헤매지만 땅을 구할 수 없어 결국 변두리로 밀려나게 된다. 그리고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하면서 삶과 인간 존재에 대하여 새로운 성찰을 하게 된다. 시골은 도시에 비해 여유롭고 한적한 공간이 분명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살이의 다양한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평생 살아온 도시를 떠나 '맨땅에 헤딩하듯' 시골 생활을 시작한 저자에게 시골은 결코 낭만적인 곳이 아니었다. 남편과 네 탓이니 내 탓이니 싸우기 시작했고 지인들은 이사를 잘못했다거나 집터가 세다며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도시로 돌아갈 거라고 쑥덕거렸다. 저자는 이런 모든 얘기들이 기우였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지만 결국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어느 날 야반도주를 하듯 인도로 떠난 저자는 결국 그 모든 고통들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얻고 다시 시골로 돌아온다.

‘삶은 정답이 없는 각자의 여정이다.

어차피 태어나는 자체가 맨땅에 헤딩이고
보장된 것이 하나도 없는 길을 가는 일이다.
나는 고민이 짧고 일부터 저지르고 드는 기질이라
현실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몫이 많았던 것 같다.
좋게 해석하면 가슴의 소리에 따랐다는 말이고
계산 없이 즉흥적으로 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용케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도 한번 안아주자.

- <책을 내면서> 中

*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말에 나는 격하게 동의하는 바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나처럼 이렇게 계획 없이 막사는 사람은 내가 볼 땐 없어 보인다는 이유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나는 내 인생에 아주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최악이던 몇 년 전에 비하면 내 정신건강은 매우 좋은 편이다.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고 나서 좋아졌지. 그래서 더더욱 캘리그라피를 포기할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많고 많은 실력자 사이에서 내 경쟁력을 찾아가는 중에 소위 말하는 현자 타임은 수도 없이 날 찾아와 괴롭힌다.

내 상황은 이렇지만, 책 속에서 저자도 만만치 않은 아니 나보다 더한 현실에서 더 단단한 땅에 머리를 수도 없이 헤딩한다. 그리고 저자는 그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기간 동안 고민하던 답을 내놓는다. 그 답은 뭘까.

작가가 보내는 뜨거운 안부와 축원이 책을 다 읽은 나에게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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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소개


고금란

부산 영도 출생.

1994년 계간지《문단》겨울호에 단편소설 『포구사람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듬해 농민신문에 농촌 소설 『그들의 행진』이 당선되었다.

1995년 첫 창작집 『바다표범은 왜 시추선으로 올라갔는가』 이후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다』, 『저기, 사람이 지나가네』 등의 소설집을 출간했으며 산문집으로는 『그대 힘겨운가요 오늘이』를 펴냈다. 2011년 『소 키우는 여자』로 16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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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하기
- 소설가 고금란의 세상사는 이야기 -

지은이 : 고금란
출판사 : 호밀밭
분야 : 에세이
규격 : 133*199mm
쪽 수 : 256쪽
발행일 : 2018년 8월 19일
정가 : 13,800원
ISBN : 978-89-98937-88-1 (03810)

문의
호밀밭
070-7701-4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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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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