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각자 또 서로 하는 고민, <소꿉놀이> ‘2018서로단막극장’ [공연]

글 입력 2018.10.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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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으로 날씨가 서늘하고, '가을'이라고 부를만한 시기가 찾아왔다. 한국에서나 통하는 우스갯소리로 '수능이 다가오나봐요.' 라고 할 만큼 쌀쌀해지면, 나는 괜히 마음 한구석이 허해지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관문이라고 여겼던 수능을 두 번이나 본 탓일까. 가을이 되면 삶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돌이켜 본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고민하려던 찰나에, 고민하는 그 과정이 결코 외롭지 않게 도와줄 공연 소식이 들린다.


포스터.jpg
 

서로단막극장에서 '서로'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서촌에 위치한 '서로'라는 이름을 가진 공간을 뜻하기도 하고, 짝을 이루거나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를 뜻하는 순우리말 '서로'를 말하기도 한다. 공연이 펼쳐지게 될 공간 '서로'는 70석 정도의 객석 규모로, 아담한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관객이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블랙박스 형태의 무대는 다양한 형태와 규모로 변형이 가능하여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아티스트들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통해 예술가들의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는 표현의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서촌공간 서로.jpg
서촌공간 '서로'


서로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공간에서 행해지게 될 단막극들 중 내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 건 <소꿉놀이>라는 이름의 작품이다. 유년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반가운 이름의 작품 소개글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고, 지금 이 글을 쓰도록 나를 이끌었다.


<소꿉놀이>
구성/연출 김효진

나는 어떤 역할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나의 역할로 자신을 정의하기 힘든 현대를 살아가는 30대 여성 공연 창작자들이 모여, 자신의 삶을 중심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나'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소꿉놀이'는 지난 2017년부터 30대 중후반 4명의 기혼녀 김학재(배우), 김선경(배우), 김재화(배우), 김효진(연출) 그리고 30대 초반의 미혼녀 신선영(배우)이 모여 '나'를 찾는 응용연극(Applied Theatre)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공동창작 한 작품이다. 관객들은 이 공연을 통해 30대로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게 된다. 여성/남성의 편 나누기가 아닌, '살아간다'는 것을 고민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고 함께 관계 맺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복잡한 인간관계 속 '나'와 '너'의 존재,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기 위한 시간을 함께 가져보길 기대한다.

출연 : 김학재, 김선경, 신선영
동작지도 : 유진아
무대디자이너 : 이상호


어제 운 좋게 참석하게 된 W페스타에서 배우 문소리와 영화감독 이언희의 대담으로 꾸린 특별 세션이 인상 깊었는데, 어쩌면 단막극 <소꿉놀이>를 통해서 다시금 생각을 이어갈 수 있겠다. 대담에서 두 영화인은 요즘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대중문화예술)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기가 힘든 상황을 꼬집었다. 특별히 모성애가 아니면 남자를 보조하는 역할로만 그려지는 여성 캐릭터에 대해서,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는 소감을 밝혔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비롯되었지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현재 끊임없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페미니즘 이슈들과 지속적인 페미니즘 운동으로 영화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여성'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이는 것이 아닌, 다채로운 개인으로서 여성 캐릭터를 그려가야 할 것을 희망한다는 것이다.
 
배우 문소리는 이런 맥락으로 이어진 대담을 갈무리하며 "앞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 또 서로 연대할 수 있는 함께 해나가자"고 했다. 이 마지막 멘트가 내게는 큰 울림이었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누구나 고민을 하지만, 각자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서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각자 할 일은 각자 하고, 서로 할 일은 서로 도모하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의 모습과 같이 다양한 선택지로 있다는 것은 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때로는 해방감을 느끼게도 한다.

20대의 반 토막이 끝나가는 지금은 그저 아쉽기만 하지만, 그 아쉬움 너머로 30대를 바라보면 82년생 김지영이 보여 생각만으로도아찔하다. 그래서 더욱이 궁금하다. 누군가의 딸로 살다가 누군가의 아내이거나 혹은 엄마와 같은 역할로 나 자신을 정의하고 싶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면 자신을 그렇게 정의하지 않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들어보지 못했던, 그들의 목소리가 궁금하다. 지금, 여기에서 말하는 30대 여성 예술인들의 삶과 그들의 삶을 중심으로 말하는 다양한 역할에 대해서 듣고 싶다.

바람이 차다. 겨울이 다가오기 전에 나는 다음 봄을 그려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내 삶에 대해 그려가며 살아낼 것이다. 이제껏 삶이 쉽지 않았던 만큼 이렇다할 공허함을 느껴왔지만, 올가을에 <소꿉놀이>를 만난다면 결코 혼자라고 생각하진 않을 것 같다.
 




2018 서로단막극장
- 우리서로각자서로 -

일자
2018.10.25(목) ~ 11.04(일)
2018.11.08(목) ~ 11.11(일)
2018.11.15(목) ~ 11.18(일)

시간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2시, 5시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 쉼

장소 : 서촌공간 서로

관람연령 : 만 7세이상

공연시간 : 60분

문의
서촌공간 서로
02-73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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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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