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옛것’, ‘힙함’이 되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8.09.2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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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튜디오 룰루랄라' 유튜브 채널)



최근 들어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 내가 가장 재미있는 콘텐츠로 꼽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JTBC 산하의 ‘스튜디오 룰루랄라’ 에서 제작한 ‘와썹맨’이다. 그룹 god의 멤버인 박준형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TV에서 방영되었던 JTBC 예능 ‘사서고생’의 스핀오프 격인 웹 예능으로, 박준형이 구독자의 댓글로 추천 받은 핫플레이스들을 찾아다니는 단순한 포맷의 내용이다. 하지만 한번 시청을 시작하면 중간에 일시정지를 누르기가 힘든 이 중독성 강한 예능을 계속해서 시청하다 보면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이와 더불어 ‘요즘의 트렌드는 어떤 것이구나’, ‘이런 장소들이 젊은 세대에게 대세로 떠오르고 있구나’ 하는 것들이 저절로 파악된다. 나와 같은 대학생들에게는 ‘와썹맨’이 특히 약속 장소를 정할 때 참고가 될 수 있는 꽤나 유용한(?) 프로그램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핫플레이스들을 지켜보다 보면, 유독 레트로 풍 혹은 앤틱 풍의 느낌을 가진 공간이나 물건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최근 서울에서도 가장 ‘핫’한 곳으로 떠오른 을지로나 익선동, 구제 옷으로 유명한 동묘,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른바 ‘와칸다 극장’으로 유명해진 동두천의 국내 유일 단관 극장 ‘동광극장’ 등이 소개되는 편들을 보면 지금의 디지털 무드와는 거리가 먼, 엄밀히 말하자면 2018년보다는 2000년대 초반까지의 시대가 더 어울릴 법한 ‘옛것’의 무드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 곳에는 지금의 감성과 옷을 입고 있는 2018년의 젊은 세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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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CU)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레트로, 엔틱 풍의 공간과 물건들은 더 이상 ‘구닥다리’ 취급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보다도 ‘올드스쿨’한 동시에 가장 ‘힙한’ 것으로 그들에게 정의되었고, 그 덕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촌스럽다는 취급을 받으며 철저히 외면당했던 과거를 말끔히 청산해가고 있는 중이다. 가장 촌스럽고 불편하고 구시대적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화려하게 날개를 펼치고 ‘세련됨’ 그 자체로 부활한, 진정한 ‘복고’의 시대가 현재 진행 중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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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휠라 코리아)



한편 마케팅의 측면에서도 최근 이러한 ‘복고’ 트렌드의 영향을 받은 광고나 상품이 활발하게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90년대 당시 광고를 통해 ‘따봉’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높은 매출을 기록했던 델몬트 오렌지 주스가 편의점 CU를 통해 ‘따봉 감귤 주스’로 재출시 된 것이나, 촌스럽게 여겨져 유행과 거리가 멀어졌던 큰 브랜드 로고가 박힌 의류 제품들이 다시 큰 인기를 얻으며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 등의 일례들을 간략히 살펴보더라도 그렇다.


그렇다면 왜, 그리고 어떻게 ‘구닥다리’는 힙하게 다시 부활할 수 있었을까? 모든 것이 보다 새롭고 쉬워진 시대, 지금의 현대인에게 과연 ‘복고’란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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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머니S 기사 '복고가 아니라 첨단입니다')



먼저, 복고가 다시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레트로 무드, 혹은 앤틱 무드가 주는 보편적인 ‘이미지’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할 때 무의식적으로 새로운 것보다는 편안하고 익숙한 것을 찾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특성에 ‘복고의 것’들은 아주 충실히 부합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낯설지 않고 눈에 익은 것, 동시에 그로 인해 반갑고 정다운 느낌이 드는 ‘추억’의 것. 신기술, 신제품의 변화 속도가 ‘빠름’을 넘어선 초고속으로 가고 있는 현 시대에 피로감을 느낀 현대인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익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들 앞에 눈길과 발길을 멈추는 것은 결국 당연한 수순인 것이다.


한편,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것들이라는 점에서 오는 희소성의 가치, 그리고 현대의 느낌과는 거리가 먼 아날로그적 느낌에서 오는 뚜렷한 ‘복고만의’ 특징 등을 통해 이제 옛 것들은 현대인들에게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유니크한 의미로 자리잡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복고의 의미 재정립을 통해, 복고의 것에 현대의 기술과 문화를 적절히 덧입혀 ‘현 시대에서 가장 개성적이면서도 세련된 것’을 창출해낼 수 있는 배경 또한 조성될 수 있었다. 따라서 결국 지금의 레트로, 그리고 앤틱은 엄밀히 말하면 ‘옛것 그대로의’ 느낌을 가진 복고의 것들이라고 보기는 다소 힘들기도 하다. 이는 현대인이 새롭게 의미를 부여한, 혹은 적극적으로 옛 느낌을 차용해 현재의 느낌을 더 가미한, 말 그대로 ‘가장 힙해’져버린 새로운 형식의 레트로와 앤틱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만한 것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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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머니S 기사 '추억을 넘어 새로운 시장 열다')



아마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복고의 대세 현상은 단기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더욱 더 발전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기계가 개입하는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화되고, 디지털이 주는 무드가 보다 더 ‘디지털 스러워’ 질수록 그렇다. 그래서 아마 어쩌면, 편안함과 친숙함을 가진 복고는 우리에게 앞으로 대세가 아닌 필수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혹여 아직까지도 예전의 것들을 ‘구닥다리’ 취급 하며 소홀히 여기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조심하기를 바란다. 훗날 당신이 외롭고 힘들 때 찾게 되는 당신의 ‘최애 공간’, 혹은 ‘최애템’이 바로 당신이 무시해왔던 그 복고의 것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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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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