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느 가족 - 비밀로 이어진 가족 [영화]

글 입력 2018.08.2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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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처럼 보이는 두 주인공이 마트에서 물건을 훔친다. 아들은 가방을 열어 물건을 넣으면 아빠는 직원들의 시야를 가려 아들이 물건을 잘 넣을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곤 마트에서 슬그머니 사라져 고로케 집으로 향한다. 그들은 집으로 오는 길에 여자아이가 베란다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여자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 순간부터 어느 가족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할머니, 아빠, 엄마, 큰딸, 작은아들 그리고 데려온 작은 여자아이. 누가 봐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이미지다. 그러나 사실 이 가족은 모두 혈연관계가 아니다. 각자의 사연으로 한집에 사는 그들은 가족이라는 이름 뒤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서로에게 쓸모가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갓 4살 정도 된 여자아이(유리)에게 물건을 훔치는 방법을 가르친다. 할머니는 죽은 남편의 연금으로 살고, 노부요는 다림질하는 공장에서 돈을 벌고, 아키는 유사성행위를 하는 집에서 일하고 오사무와 쇼타, 유리는 물건을 훔쳐 생활한다. 그러다 쇼타가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잡히고 이 가족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에서 가족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리고 이번 영화 ‘ 어느 가족’ 에서도 감독이 생각하는 가족을 그려내고 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계를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던져지는 아픔은 남에게 받는 상처만큼이나 아프다. 이처럼 영화에서 ‘진짜’ 가족이 주는 아픔과 진짜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 아픔을 보듬을 줄 아는 가족 사이에서 가족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가족의 역할 - 세상이 말하는 불완전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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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라는 호칭을 쓰지 않는다. 호칭은 그저 말 그대로 호칭일 뿐 그들에게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아무 상관이 없다. 오사무는 내심 아빠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하지만 노부요는 쇼타에게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아빠라고 부르고 싶지 않으면 안 불러도 돼.’라고 한다. 그들에게 가족을 정의하는 개념은 쓸데없는 질서와 힘을 부여하는 단어일 뿐이다.

가족의 비밀이 드러났을 때 그들은 더 이상 흥미롭거나 매력적인 인물이 아닌, 우리와 가까이 존재하는 인물로 바뀐다. 우리 옆에 언제나 존재하는 사람.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 항상 어딘가에 존재하던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에게 불완전한 가족 혹은 이상한 가족이라며 또다시 사회 밖으로 내보낸다.

‘어느 가족’은 결국 흩어지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간다. 진짜 가족의 집으로 온 유리는 여전히 차가운 베란다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발판을 밟고 난간에 기대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는 유리의 모습에 진짜 가족과 함께 사는 삶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생각해보게 된다. 진짜 가족이지만 그 안에서 안전하고 편안하지 않은 그 공간은 유리에게 또 다른 감옥이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을 공유하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다. 이는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친밀감과 연대성을 쌓는다는 뜻이다. 집 다음으로, 아니면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라는 공간은 가족 다음으로 만나게 되는 집단이다. 가족이라는 이름 대신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 관계는 정의된다.

‘어느 가족’도 아지트에서 보내는 그 시간을 누구보다 행복해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대소사를 함께 보낸다. 그럼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난 그들을 그저 그대로 바라보고 싶다. 쇼타, 노부요, 할머니, 아키 등 각자의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싶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언어로 서로를 이해하며 같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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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의 이야기는 ‘피로 연결된 가족이 진짜 가족일까? 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진짜 가족일까?’라는 의문이 깔려있다. 그러나 진짜 가족이라는 의미도 또 하나의 틀에 사람을 가둔다. ‘진짜’에 집착하여 진정으로 중요한 소통과 존재의 의미를 잊어버릴 수도 있다.

아동학대, 살인, 고아, 치정, 폭력. 가족이라도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 행동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이 새로 만든 울타리. 우리는 그들을 어느 가족이라는 애매한 이름으로 부른다. 그들만의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기를. 험한 세상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길. 서로가 있어 행복하다는 마음가짐이 서로를 하나로 만드는 거 아닐까. 서로의 하루를 진심으로 궁금해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 성장하고 감정을 배우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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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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