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들은 왜 가족 안에서 불행한가,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 [도서]

가족극장에서 빈번히 벌어지는 친밀한 비극
글 입력 2018.08.2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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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적 CF였더라. 여자 연예인이 나와서 "여자라서 행복해요"라는 멘트를 날리는 광고가 있었더랬다. 이후에 이 광고 카피를 변형해서 "여자라서 햄볶아요"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도 몇 번 들은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당시 상당히 유명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멘트를 왜 냉장고 광고에 사용했는지, 행복하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햄볶는다고 사용한 것이 단순히 발음의 유사성 때문만이었을지 씁쓸한 의문이 생긴다.


여자라서행복하다는거짓말_표지평면.jpg
 

신중선 작가의 신작 소설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은 행복과 가장 가까워야 할 것 같지만 구성원들을 불행하게 얽매고 있는 가족극장의 부조리를 세밀하게 폭로한다. 7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 속 여성들은 여성에게 한없이 잔혹한 가족이라는 구성체 안에서 그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새 고장나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기본적으로 소속되곤 하는 '가족'이라는 세계는 특히 혈연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서 더욱 한 개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곤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격언이나 하다못해 아르바이트 하나를 뽑을 때도 "가족 같은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 등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집단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평안한 가정이 있기까지 수없이 많은 희생이 존재할 때도 있다. 7개의 단편 소설 안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량 아버지와 계모 밑에서 자라 긴 시간 집을 떠났다가 고향에 내려온 정희, 집 전세금을 빼서 도망간 아내를 원망하며 우연히 극장 개관식에서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보는 남자,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며 밤에는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미옥, 프로레슬러였지만 늙어서는 나이롱 환자가 된 아버지를 둔 석영, 아이가 생기지 않아 입양했지만 결국 파양하고 아내와도 사이가 틀어진 남자, 거짓말과 처세술에 능한 묘화를 친구로 둔 나, 자폐증 둘째 아들과 도벽이 있는 첫째 아들을 둔 소영.

각 이야기에는 여성과 남성 모두 화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여성이 화자인 경우에는 모두 본인의 이름을 가졌지만, 남성 화자의 경우 단순히 '남자'로만 지칭되고 있었다. 또 남성 화자의 경우 그들의 아내는 화자에 의해 그저 '아내'로만 불리고 있었는데, 이름도 가지지 못했던 기존 여성 인물 사용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과 남성에 의해 그들의 주변 여성이 타자화되는 현상을 드러내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여자라서행복하다는거짓말_저자사진_신중선.jpg
(사진 : 신중선 작가)


사실 소설을 읽을 때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다. 여성들을 가정의 유지를 위해 착취하고 희생시키는 사회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나서 그랬고, 자신 스스로도 사회 부조리에 익숙해진 탓에 스스로 파멸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오히려 죄책감까지 느끼는 인물들 때문에 그랬으며 남성 화자의 입에서 가정 파괴의 주범으로 표현되는 아내의 초상 때문에 더 그랬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은근하고 세밀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적 억압을 드러낸다.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어머니'를 '가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승격시켜줌으로써 가정 파괴의 원인을 어떻게 그들에게 돌려왔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미소 띤 얼굴로 "여자라서 행복해요"라고 말하는 여성의 모습이 구조적으로 설계된 허상이며 이 견고한 가족극장을 유지하고 있는 울타리라는 것을 이 땅의 모든 여성이 깨닫고, 아무런 죄의식이나 망설임 없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알을 깨고 나올 그 날을 기다린다.





여자라서 행복하다는 거짓말
- 2018년 문학이 던지는 최고의 질문 -


지은이 : 신중선

펴낸곳 : 내일의문학

분야
문학〉한국소설

규격
134 * 200 mm

쪽 수 : 268쪽

발행일
2018년 8월 16일

정가 : 값 14,000원

ISBN
978-89-98204-49-5(03810)




문의
내일의문학
02-313-3063





[박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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