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Relaxing. [도서]

사울 레이터의 여유가 나에게 물들었다.
글 입력 2018.08.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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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와 에세이를 비교하자면, 자기계발서는 ‘너’ 좋으라고 쓴 글인데 결론적으로 너가 딱히 좋아지지는 않는 글이고, 에세이는 ‘나’ 좋으라고 쓴 글인데 결론적으로 ‘너’가 좋아지는 글인 것 같다. 자기계발서가 인간미 없는 모습을 강요하는 꼰대의 느낌이라면, 에세이는 나와 마찬가지로 삶에 서툴러 갈팡질팡하는 누군가가 내미는 연대의 손길 느낌이랄까. 하여 나는 에세이가 좋다. 에세이는 나에게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비옥한 정신적 성숙의 자양분이 되어준다. 그리고 이 책, < 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은 에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선택했다.
 
 
 
Relax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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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울 레이터’ 라는 사람을 이번에 아트인사이트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의 첫인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이것이다. Relaxing.

세상과 인간을 마주하며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그저 관찰자적인 입장을 취한다던가, 남들이 모두 출사를 나갈 때 꿋꿋하게 자신의 삶의 본거지인 뉴욕 한복판을 담아내는 모습 등에서 그가 가진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삶의 중심이 느껴졌다. 이미지로 표현하자면 크고 작은 파도들이 휘몰아치는 망망대해 한복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팔다리를 휘적거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하며 편안하게 힘 빼고 누워있는 모습이랄까. 힘을 빼서 더욱 오래 물에 떠있고, 하늘도 보고 물의 시원함도 느낄 수 있는 그런 여유로움. 부러웠다.

나는 계속해서 수면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얼마 전 제주도에 가서야 비로소 힘을 빼고 유유자적 할 수 있었는데, 이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 뉴욕에서부터 그런 유유자적함을 이루어냈다. 서울에서 내가 사울 레이터 식의 부드러운 여유를 누리며 살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이야기’가 있는 사진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라는, 잠시 열렸다 닫히는 실제 세상 안의 또 다른 세상 안에서 삶과 인간과 세상을 만날 때면 너무 신나고 가슴이 벅차다. 이런 식의 취향은 나 스스로 직접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수준까지 끌어올려, 현재는 꾸준히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은 분명 힘들고, 너무 힘들어서 간혹 귀찮기도 하지만 내가 가장 재미를 느끼며 임할 수 있는 일임에는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

이야기를 만들 때 나는 가장 나답게 존재할 수 있고, 이 일이 내가 세상에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의미 있는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하여 나는 소설도 좋아하고, 영화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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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독 사진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다. 사진은 소설이나 영화에 비해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하여 지금에서야 사진의 특성에 대해 생각해보면, 사진은 감상자의 상상력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소설이나 영화는 캐릭터의 인생 중 몇 일, 몇 개월, 혹은 몇 년을 담아내지만 사진은 단 몇 초만을 담아낸다. 하여 소설이나 영화보다 앞, 뒤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더욱 많은 상상력을 요한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진이라는 장르와 꽤 잘 맞을 수도 있겠다. 아마 나도 이 만남을 통해 사진이라는 것과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요즘 들어서 할 일도 너무 많고 바빠서 매 순간 마음이 조급했다. 일단 음식을 입 안 가득 우겨넣긴 했는데 채 씹지도 못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 글을 구상하고 써내려가는 시간만큼은 마음이 차분해졌다. 사울 레이터의 여유가 나에게 물든 걸까. 그의 포토에세이를 읽어나가는 시간 역시, 내 바쁜 삶에서 한 줄기 소화의 시간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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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의 모든 것
- All about Saul Leiter -


원제 : All about Saul Leiter

지은이 : 사울 레이터

옮긴이 : 조동섭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사진집
사진 에세이

규격
148*210

쪽 수 : 312쪽

발행일
2018년 7월 31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5581-149-8 (03660)




문의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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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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