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승리의 3초 유혹은 성공했을까? - 승리 '셋 셀테니' [음악]

글 입력 2018.07.24 23:1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가수 승리의 컴백

6.jpg
 
 
승리가 가수로 돌아왔다. 승리는 내내 빅뱅의 멤버였으며 가수였지만 최근 SBS ‘미운우리새끼’에서 방송된 것처럼 승리의 브랜드 평판 지수가 올라간 것은 13년만이다. 대개는 예능 활동 덕이다. ‘그지 같이 살지 말어!’를 외치던 수 년 전 라디오스타에서 화려한 파티 라이프가 GD에 의해 공개되며 그는  개츠비가 아닌 ‘승츠비’로 캐릭터가 잡혔다. 그리고 대세로 정점을 찍은 것은 ‘나 혼자 산다’ 출연 이후다. 방송에서 공개한 럭셔리 및 워커홀릭 라이프에서 그의 예능감, 센스, 그리고 사업을 이끄는 사람으로서의 진지한 노력들이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일곱 살 꼬마가 스무살 성인이 될 만큼의 시간이었다.

물론 승리는 그 전에도 자신만의 캐릭터가 있었다. 형들과의 케미를 이루는 막내, 수트에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꽂고 불렀던 스트롱 베이비, 허세, 다크서클, 이런 것들. 나는 어렸을 때 빅뱅 중에서도 그의 팬이었다. 스트롱베이비를 추던 승리를 보며 ‘작승(작은 승현이, 승리 본명인 이승현을 지칭한다. 멤버 중 TOP의 본명도 최승현이므로 큰승/작승으로 구분한다) 귀여워!’를 외치던 나를 보며 이모들과 엄마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걱정했다. “너는 지용이랑 TOP이 있는데 왜 승리가 좋아..?”

그리고 승리가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앨범 발매가 드물기로 유명한 YG 소속 연예인으로서, 그리고 빅뱅에서 가장 빛을 못 받았던 승리로서 매우 큰 도약이자 도전이었다.  타이틀곡 ‘셋 셀테니(1,2,3!)’은 뮤지컬적인 요소가 강한 록/팝 계열의 곡이다. 타이틀곡의 MV에서 그가 선택한 컨셉, 이 곡 이외의 앨범 전반은 승리의 현재와 지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결국, 승리의 3초 유혹은 성공했을까?



60-70년대로의 회귀, 승츠비의 화려한 무대, 그리고 레퍼런스
 
크기변환_foot0loose.jpg
△ Footloose (1984) / 승리 '셋 셀테니' MV

크기변환_grea-se.jpg
△ Grease (1978) / 승리 '셋 셀테니' MV

크기변환_hair0spray.jpg
△ Hairspray (2007) / 승리 '셋 셀테니' MV
 

진한 눈썹에 2:8 기름진 가르마를 넘긴 승리는 음악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카메라를 향해 강한 눈빛을 보낸다. 세상에서 제일 거만하고 강렬한 눈빛이다. 이번 뮤직비디오를 보면 연상되는 80-90년대 영화가 많은데, 이는 ‘승츠비’가 가진 마초적인 캐릭터와 승리가 가진 촌스러움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소스(source)가 된다.

배경에 있는 댄서들에게 두 손가락을 붙여 쏘는 인사를 보낸 뒤 풋루스(Footloose)가 연상되는 첫 군무를 보여준다. 풋루스는 케빈 베이컨 주연의 1984년 영화로 마지막 강당 댄스 신이 유명하다. 키가 큰 여성 댄서와 차차차, 자이브를 연상시키는 멋진 안무를 보여준 뒤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그리스(Grease) 레퍼런스다. 써머 나이츠(Summer Nights)의 무대를 그대로 가져왔다. 2절 후렴구에서는 뒤의 무대 세팅 때문에 헤어 스프레이 영화의 ‘You Can’t Stop the Beat’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 후렴구의 대형 군무도 풋루스와 헤어스프레이의 합작 같은 느낌이다.

‘셋 셀테니’의 뮤직비디오는 단신의 키, 부담스럽게 타오르는 열정,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는 그의 일면을 60-70년대의 미국으로 치환하여 그것들을 승리가 가진 매력 중 ‘촌스러움, 과함’과 연결하여 센스 있게 확장한다. 그러니 첫 후렴구에 들어가기 전 ‘1,2,3!’와 함께 그가 자신있게 치켜드는 새끼 손가락이 지나치게 앙증맞다는 것이 웃음 포인트임과 동시에 매력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크기변환_dirty-cash.jpg


독특한 것은 브릿지 파트의 시작에서 그의 모습이 빅뱅 초기의 뮤직비디오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Dirty Cash’가 그것이다. 노란 유치원 망토와 노란 모자를 입고 연기를 하던 승리, 혹은 지디의 옆에 서서 대부분의 단독샷을 GD가 가져갈 때도 열심히 노래했던 승리는 이제 당당히 가운데에 서서 마이크를 잡는다. 어쩐지 이 성장에는 뿌듯함마저 느껴진다.



승리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지향

dj...jpg
 

YG는 기본적으로 힙합, 알앤비, 나아가 블랙 뮤직을 베이스로 하는 기획사다. YG에서 발표하는 곡은 랩이 강조되어있는 힙합 베이스의 팝 곡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승리는 래퍼가 아니다. 그렇다고 태양만큼 훌륭한 보컬리스트라고 보기도 힘들다.

그 틈새시장에서 승리가 찾은 것은 EDM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B.I와 MINO의 피처링을 제외하면 랩의 흔적은 거의 없다. 심지어 앨범 전반적으로 본다면 ‘셋 셀테니’를 제외하고 대부분 EDM의 존재가 강렬하게 드러나는 정도다. ‘셋 셀테니’는 정말 ‘타이틀을 위한 타이틀’인 느낌이다. 앨범의 색깔과는 안맞지만, EDM 컨셉보다 위에서 서술한 복고 컨셉이 지금의 승리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확장시키면서도 그의 능글거리는 보컬을 강조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므로 일종의 타협점이라고 보인다.

승리는 실제로 NHR이라는, 현재는 YG 산하의 레이블이 된 EDM DJ 레이블을 소유하고 있는 사장님이다. 차후 NHR 소속 프로듀서들이 대거 승리의 솔로곡 리믹스 작업을 발표한다고 하니, 이는 자신의 곡 홍보이면서도 프로듀서들에게 기회를 주는 셈이다. 하지만 이 앨범의 EDM 트랙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그가 가진 사업수완과는 별개인 문제다. 뻔한 EDM 공식을 따르는 곡들이 너무 많다. ‘HOTLINE’은 클럽에서 흔히 틀어줄 것 같은 EDM곡이고 CALL ME, TELL ME를 반복하는 가사도 너무 뻔하다. ‘몰라도’는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 EDM 리믹스 버전 같다. 승리가 전곡 작사에 참여했다는 데에 의미를 두는 것일까.

하지만 승리의 스토리텔링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유독 촌스럽게 반복되는 뻔한 영어 - I like it이라든지 call me라든지..-도 있지만 ‘혼자 있는 밤(Alone)’은 ‘BAE BAE’, ‘LOSER’에서 느낄 수 있었던 승리 보컬의 처연한 감정선을 느낄 수 있다. 캐치한 후렴구 멜로디의 반복도, 승리의 보컬 감성도 이 앨범에서 ‘셋 셀테니’ 다음으로 빛나는 곡이다. (아, 그리고 ‘LOVE IS U’에서 BLUE.D라는 보컬리스트를 발굴한 것도! ‘혼자 있는 밤’만큼 처연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좋아하는 곡이다.)



승리의 유혹은 성공적이었다. 적어도 다음 앨범이 나올 것 같다.

2013.jpg
△ 유혹하던 2013년의 승리


그러고 보면 승리의 유혹은 대중을 상대로 한 것도 있지만 양현석 회장을 상대로 한 것도 같다. 그를 매료시켜 다음 앨범을 기약하는 것이다. 적어도 그가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였으며, 타 멤버들과 다른 장르(EDM)를 용기있게 도전할 수 있으며 ‘승츠비’의 캐릭터와 복고는 여전히 시장성이 있다는 점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승리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이용하면서도 새로운 음악적 면모를 앨범 안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험난한 음원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복고 컨셉은 너무나도 많아서 대중은 복고에 익숙하다. 다음 앨범에서도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며, EDM 트랙이 대중들에게 얼마나 어필했는지도 미지수다. 앞으로의 승리는 ‘승츠비’ 캐릭터를 어떻게 응용할지, 혹은 어떻게 피해갈지는 그에게 아직 남은 숙제다. 다만 이번 앨범, 특히 타이틀곡만 놓고 보자면 ‘셋 셀테니’의 느끼하고 뻔뻔한 승리의 유혹은 꽤 성공적이었다.



남은 아쉬움

+ MV는 사실 승리가 그 화려했던 군무가 승리의 상상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며 끝난다. 굳이 끝을 이렇게 내야 했을까? 우리 모두는 승리의 화려한 삶을 보았는데? 너무 붕 뜬 스토리 같아서 이렇게 타협한 것 같지만 애매한 타협이라 오히려 아쉽다.

+ 마초적인 가사들은 ‘셋 셀테니’가 ‘촌스러운 컨셉’이 아니라 ‘촌스럽게’ 느껴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눈은 네 구두보다 높을거야’ 라든지, ‘이 수트와 자존심이 너 하나 때문에 구겨진 걸 알아’라든지… 자신감 넘치는 남자의 컨셉인 건 알지만 좀 더 창의적인 가사 혹은 ‘마초적이지 않은 자신감’을 창조해내는 것이 승리의 다음 목표라고 내 맘대로 정해본다.




김나연 서명 태그(이메일 없음).jpg
 

[김나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