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5] 2주의 발견 vol. 9 : 7월 1-2주

멜로망스, 우효, 죠지, 신현희와김루트, H a lot(에이치얼랏)
글 입력 2018.07.2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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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랑한 인디뮤지션 시즌 5에서는 2주마다 '2주의 발견'을 연재합니다. 2주동안 발매된 음악 중 비(非)아이돌 음악을 중심으로 좋은 음악들을 4-5곡 추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1. 멜로망스 - 동화



이제는 믿고 듣는 멜로망스다. 지난 [Moonlight] EP 앨범의 '선물'이 역주행으로 큰 사랑을 받으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멜로망스는 이후 슈가맨에서 커버했던 'You', 짝사랑 이야기를 담은 '욕심' 등이 지속적으로 성공시켰다. 그리고 최근 쉬지도 않고 5번째 EP 앨범 [The Fairy Tale]을 발매했다. 7월 21일 현재, 멜론 차트를 기준으로 9위라는 높은 순위에 꾸준히 랭크되고 있다. 이제는 멜로망스의 음악이 나오면 사람들은 믿고 듣게 되었다.

'선물'로 여실히 보여준 김민석의 높은 음역대를 자유롭게 사용한 타이틀곡 '동화', 정동환의 작곡, 편곡. 피아노 및 미디 연주와 함께 클라리넷, 스트링 등 클래식 악기로 녹음한 'Patience' 등이 수록되어있다. 4번 트랙 'Patience'는 목소리와 가사 없이 6번의 전조로 음악가로서 느끼는 행복을 담아냈다. 보컬리스트 김민석에 집중해서 멜로망스를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 있으나 그간 14-15인조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며 멜로망스의 음악적 틀을 갖춰가고 있었던 정동환에 집중해본다면, 이 앨범은 두 아티스트가 서로의 장점을 보듬어 하나의 앨범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바람'에서 코러스에 참여한 앨범 관계자가 무려 16명이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사실상 김민석의 보컬 뒤에 희미하게 깔리는 것이 아쉽다. 앨범 제작을 도와주는 이들과(레이블 관계자들이 다수 포함되어있다) 함께하는 것이 포인트라면 김민석의 보컬을 조금 뒤로하고 코러스를 키우는 것이 더 의미 있고 재미있지 않았을까.

타이틀곡 ‘동화’는 밝은 피아노 리듬으로 시작해서 스트링, 기타 선율까지 멜로디를 이어간다. 지금까지 멜로망스의 히트곡 중 가장 템포가 빠른 곡으로 '좋아요', '부끄럼'과 이어지는 발랄한 사랑노래이지만, 기존에는 천진난만한 고백(난 그냥 그녀가 좋아요, 그러니 신경 좀 꺼줘요)을 노래했다면 이제는 상대의 옆에 남아 있겠다는 성숙함으로 성장한 것이 느껴진다. 김민석의 시원시원한 고음과 여름에 잘 어울리는 밝은 피아노 팝 장르의 연주가 잘 어우러져 부담스럽지 않은 팝 곡이 탄생했다. 멜로망스의 높은 장르 소화력이 돋보이는, 또 다른 멜로망스의 발견이다.



2. 우효 - Papercut



우효는 첫 EP [소녀감성]부터 아이의 순수함과 쓸쓸함이 한 데 담긴 목소리와 감각적인 멜로디, 솔직한 가사로 씬의 주목을 한 데 받았다. 첫 EP의 큰 성공 이후 우효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여성 솔로 싱어송라이터로 꾸준히 음악을 발표해왔다.

7월 초 발매한 싱글 [Papercut]은 지나간 상처에 대한 노래다. 우효는 앨범 소개에서 타인에 의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아 아파한 적도 있지만, "가끔은 이 노래의 후렴 가사처럼 '당신이 나에게 준 것은 그저 하나의 페이퍼컷(종이에 베인 상처)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고, 용서하게 되고, 상처가 깨끗이 낫게 되는 기적을 경험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상처로 얼룩진 사회에서 아직 웃음을 잃지 않은 모든 사람을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직접 연주하는 신스 사운드를 바탕으로 아기자기한 일렉트로니카가 얹어지고, 노래의 멜로디와 별개로 진행되는 포인트 연주가 지루할 틈 없이 곡을 메운다. 'PIZZA' 이후 일렉트로니카를 충분히 사용한 곡은 두 번째인데, 'PIZZA'에서 한 종류의 신디사이저 연주를 바탕으로 지글거리는 노이즈를 내는 베이스로 곡의 분위기를 만들고 진행했다면 이 곡에서는 신디사이저의 다양한 음색을 활용해서 곡을 다채롭게 진행한다. 밝고 빠른 노래의 분위기는 상처, 용서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상처가 정말 별 것 아닌 일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네 꿈에서만 너를 볼 수 있도록, 너를 놓아줄 차례'라는 마지막 가사는 얼핏 서늘함까지 느껴진다. 툭 떨어지는 마지막 부분은 모든 미련을 버린 사람 같아 속이 시원하다.

뮤직비디오도 매우 영리하다. 화면에 그려진 악기는 실제로 연주하는 코드와 신디사이저 진행과 동일하게 진행되고 코러스, 상승하고 하강하는 일렉트로닉이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색 변화로 나타난다. 곡의 매력도 엄청나지만 뮤직비디오의 영상미가 보는 이를 넋놓고 빠져들게 한다. 뮤직비디오와 함께 들으면 더 좋은 노래다.



3. 죠지 - 하려고해고백



힙합, R&B를 포함한 블랙 뮤직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이돌팝 다음으로 가장 잘 나가는 장르일 것이다. 팬들이 좋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이들로 인해 팬이 늘고, 또 좋은 아티스트가 나타는 선순환이다. 죠지는 그 속에서도 탁한 가성과 미성인 듯 미성 아닌 진성이 매력적인 아티스트로 2018년 7월 첫 EP [cassette]를 발매한 신인 R&B 뮤지션이다.

최근 발매한 첫 EP앨범 [cassette]에서 죠지가 선택한 타이틀곡은 '하려고해고백'이다. 후렴구의 신스 사운드가 매력적인 이 곡에는 막 고백을 하려는 순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벌스에서는 강렬한 신디사이저보다 간단한 피아노 소리를 잔잔하고 명쾌하게,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담아내다가 후렴구에서는 오르간 소리가 성당을 감싸듯 신스 사운드가 죠지의 목소리를 감싸 안으며 클라이막스로 치닫는다. 가성과 진성을 번갈아 사용하는 후렴구는 온스테이지 라이브 영상에서도 음원과 마찬가지로 안정감 있게 진행된다.

죠지는 최근 네이버 온스테이지 라이브에서도 무대를 선보였다. 그런데 원곡과 달리 신스를 배제하고 일렉 기타를 중심으로 템포를 좀 더 높여서 락킹하게 편곡했다. 개인적으로는 원곡에서 후렴구가 시작될 때 울리는 코러스, 자신만의 멜로디로 달려나가는 신디사이저가 강렬하게 나타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 아쉽지만, 죠지의 라이브는 그에 대한 신뢰를 준다. 흔들림 없는 높은 음의 가성, 곡에 어울리는 감성과 그루브를 훌륭하게 구사한다. 축구선수 손흥민과 닮은 외모 때문에 유튜브 댓글에는 '알앤비계의 손흥민'이라는 댓글이 달려있다. 외모의 유사성 뿐만 아니라 두 플레이어 모두 훌륭한 기술을 가지고 믿고 보는 경기와 믿고 듣는 음악을 선보인다.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4. 신현희와김루트 - PARADISE



작년 수많은 곡들이 차트를 역주행했다. 차트 역주행이 페이스북 마케팅을 통해 가능해지면서 관련 논란이 마른 들판에 불붙듯 번지는 지금과 달리 신현희와김루트-'오빠야'의 역주행은 뚜렷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다. 아프리카TV의 한 BJ가 이 노래를 커버했는데 '오빠야' 곡의 특성상 애교를 부리는 듯한 가사가 많아 해당 BJ의 생방송뿐만 아니라 SNS 상에서도 크게 바이럴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BJ는 곧 사생활 논란으로 한없이 가라앉고 신현희와김루트의 '오빠야'만 남았다. 의도치 않은 치고 빠지기였다.

하지만 신현희와김루트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없었다면 이 곡은 애초에 선택되지도 않았을 것이며 누구보다 냉정한 대중들에게 금세 외면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현희와김루트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많은 공연에서 라이브를 선보이고 밝은 에너지를 전하며 활동을 이어갔다. 기존에는 포크의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 새로 발표한 EP 앨범 [The color of SEENROOT]의 타이틀곡 'Paradise'는 신스팝을 바탕으로 트로피컬 사운드가 어우러진 곡이다. 볼빨간사춘기의 ’여행‘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분위기는, 역시 여름은 휴가의 계절이라는 방증 같기도 하다.

'오빠야', '왜 때려요 엄마'같은 톡톡 튀는 가사가 무난하게 바뀌어 아쉽지만 긍정 에너지를 내뿜는 신현희의 시원시원한 창법, 형형색색의 수트를 입은 김루트는 여전히 이들이 독특함으로 무장한 초긍정 뮤지션임을 보여준다. 랩을 하듯 속사포로 노래하는 신현희와김루트 특유의 벌스와 목소리가 뒤집어질 때까지 음을 올려 추임새를 넣는 파이팅도 여전하다. 그러니 여름 여행을 떠나는 버스나 기차, 자동차 안에서 한껏 분위기를 띄우기에 참 적절한 선곡이다.



5. H a lot(에이치얼랏) - If you ask me



'난데없이 좋은 록 음악이잖아?'싶었다. 힘차게 시작하는 드럼, 처음부터 온 힘을 다해 달려가는 기타와 베이스까지 도입부 20초만 들어도 이건 좋은 노래겠구나- 짐작이 간다. 여기에 지나치게 멋 부리지도, 단조롭지도 않은 미성의 보컬이 얹어진다. 후렴은 다소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느낌이 나지만 최근 들었던 록 장르의 한국 곡 중에서는 가장 익숙하고도 능숙한 곡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멤버들은 각자 델리스파이스, 마이앤트메리 등 홍대 인디 씬이 밴드 음악을 이끌던 시절부터 활동하던 뮤지션들이었다.

"델리 스파이스, 옐로우 몬스터즈 등을 거쳐, 현재 잠비나이에서 활약하고 있는 드러머 최재혁, 마이 앤트 메리를 거쳐 그와 함께 옐로우 몬스터즈로 활동했던 베이시스트 한진영, 코어매거진의 류정헌, 리플렉스 출신의 감성 보컬리스트 조규현. 가히 '홍대 앞 어벤져스'의 결성으로 불릴 수 있는 뮤지션들이 H a lot (에이치얼랏)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이 함께한다." (앨범 소개 중. 홍대 앞 어벤저스의 결성이라는 말은 좀 촌스럽지 않은가. 인디의 상징 홍대와 자본주의의 상징 어벤저스라니?)

타이틀곡 'If you ask me'는 모든 실패에 관한 이야기로, 간절히 원하고 노력했던 일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의 감정을 담은 곡이다. 실패 이후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지만 후회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이의 이야기는 실패에서 머무른다고 할 수 없다. 에이치얼랏은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실패 앞에서 좌절하는 당신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위로한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려고 헤쳐모인 베테랑 뮤지션들이 모여 선보인 첫 정규 앨범이다. 2000년대의 한국 인디 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플레이리스트 안에서 특히나 오래 머물 곡이다. 역시, 짬은 못 속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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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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