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세상을 향해 조준하다 '니키 드 생팔 展' [전시]

글 입력 2018.07.1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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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ki de Saint Phalle.jpg
 

'니키 드 생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이었지만 전시 소개 글 속 한 사진에 이끌려 그의 전시를 선택하게 되었다. 확고한 자세로 총을 들고 한 눈을 질끈 감으며 카메라를 조준하는 사진에서 왠지 모를 비장함과 결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화가라 하지 않았나? 왜 총을 들고 있는거지?’라는 의문을 갖고 전시에 대한 소개를 읽었고, ‘사격회화’를 알게 되면서 니키 드 생팔의 전시를 선택했다.
 
‘사격회화(슈팅페인팅)'는 니키 드 생팔이 누보레알리즘 작가로 이름을 얻게 한 기법이다. 1960년대 초 파리를 중심으로 일어난 전위적 미술운동인 누보레알리즘은 추상미술의 현실도피성에 회의를 품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수용하려는 미술경향을 일컫는다. 니키는 유년 시절 아버지에게서 받은 성적학대와, 가부장제에 의해 희생당한 자신의 과거에 총구를 겨누며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극복해내려 했다.
 

portrait_of_my_lover.jpg
좌: 내 사랑의 초상화
우: 사격회화 작업중인 니키 드 생팔


나는 회화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것에 매료되었기에 쏘았다.
빨강, 노랑, 파랑 회화가 울고 있다.

회화가 죽었다.
내가 회화를 죽였다.
그것이 다시 살아난다.
희생자 없는 전쟁이다.


니키의 사격회화 시초라고 볼 수 있는 작품 <내 사랑의 초상화(portrait of my lovers)>는 넥타이를 맨 남성용 셔츠를 나무에 붙인 뒤 다트 핀을 던지고 물감을 쏴 만든 작품이다. 셔츠 위에 놓인 다트판과 함께 니키가 남성에게 받은 고통, 증오심이 느껴지면서 통쾌함과 사격으로 인한 카타르시스까지도 느껴진다.

모든 억압과 폭력, 권력을 쏴 없애는 사격페인팅을 통해 니키는 물감이 담긴 깡통이나 봉지를 부착한 석고 작품에 총을 쏘면서 분노를 표출하고 개인적 고통에 적극 대항했다. 그의 사격 회화는 니키에게 고통의 치유와 예술가로서의 첫 명성도 지니게 해주면서 니키가 본격적으로 예술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준다.

    
Niki de Saint Phalle, Nana Fontaine Type, 1971, 1992 ⓒ 2017 Niki Charitable Art Foundation, ADAGP, Paris - SACK, Seoul.jpg
 

여성의 억압에 대한 니키 드 생팔의 저항은 개인적인 저항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나나(Nana)>연작을 통해 여성을 억압하는 세상에 질문을 던진다. 화려한 색채와 다채로운 문양이 그려진 조각 작품 ‘나나’는 과장되게 부풀고 풍만한 모습으로 현대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하는 미의 기준과는 조금은 거리가 먼 외형을 갖추고 있다. '나나'의 외형 역시 남성, 사회 구조에 의해 억압받고 대상화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나는 지극히 순수하다.
친절하고 행복하다.


니키가 직접 말한 것처럼 ‘나나’ 연작 작품들에선 무한한 생명력과 활기참이 느껴진다. 팔을 뻗고, 춤을 추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나나’는 사회가 규정하는 틀을 깨고 나온 자유로운 여성들이다. ‘나나’를 통해 니키는 남성들이 가진 관념적인 미의식을 뒤집고, 여성의 존재 자체가 가진 위대함과 자연스러움을 대중들에게 알렸다. 사진으로만 봤을 때도 느껴지는 조각상들의 역동적인 몸짓이 전시회장에서 실물로 다가왔을 때, 어떤 느낌을 받을지 기대가 된다.
 

현장1.jpg
 

이번 전시는 요코 마즈다 시즈에의 컬렉션들로 구성된다. 1980년대부터 니키와 교류해온 시즈에 관장은 일본에 니키 미술관을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둘의 인연과 우정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전시를 통해 예술가와 콜렉터의 우정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20년간 교류하면서 이루어진 니키와 시즈에의 연대와 공감, 교류로 탄생한 이번 전시는 기획과정부터 공감과 치유의 전시라는 생각이 든다. 시즈에 관장은 니키의 작품을 보고 “총 맞은 것처럼 강력한 전율”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느낀 전율을 느끼고 니키의 작품세계에 공감할 수 있길 바라며 이번 전시를 기대해본다.



<<전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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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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