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여름 밤의 오페라, '그랜드 오페라 갈라쇼'!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 2018의 화려한 개막공연
글 입력 2018.06.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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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갈라 프로그램 리플렛2.jpg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 2018의 막을 올리는 공연
그랜드 오페라 갈라쇼


2018년 6월 16일 토요일, 저녁 7시 30
천호공원 야외특설무대


이번 공연은 공연 정보를 미리 알고 있던 사람에게도, 여느때와 같이 저녁 산책을 나온 길에 공연장을 발견한 사람에게도, 시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연이었다. 이게 바로 야외공연의 매력일까? 격식을 차리지 않은 편안한 차림의 시민들이 모여 다함께 관람하는 음악! [오페라 속의 희, 노, 애, 락]이라는 주제에 맞춰 4부로 나뉘어 진행되는 공연에 푹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는 동안, 밝았던 하늘은 점차로 어두워져 짙은 남색빛을 띄고 있었다. 처음에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던 조명이 어느새 어둠이 내려 앉은 공연장의 분위기를 한층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 때, 내가 이번 공연을 정말 즐기고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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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그랜드 오페라 갈라쇼/ 천호공원 야외특설무대/ 류소현)


특히나 세 분의 테너님들이 투란도트의 [네순도르마 :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나누어 부르는 중에 객석을 향해 쏘아지는 조명은 정말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을까 싶다. 객석을 훑고 지나가는 조명에 순간, 공연의 주인공이 무대 위의 가수분들에서 관객들로 바뀐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이 순간 외에도 공연 중간중간, 우리는 피동적인 관람자가 아니라 이 저녁시간을 함께 이루어가는 참여자가 될 수 있었다. 스스로도 모르는 새에 함께 웃고 박수치고, 참여하며 이 공연을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이렇게 공연날을 되돌아보며 느낄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이번 축제의 중심 가치와 강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시민과 가까운 오페라,
누구든지 즐기고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오페라!



1. 진행자 김승현님의 재치 있는 멘트


객석에 앉은 관객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오페라와의 거리감을 좁혀주며, 이어지는 공연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해설. 누가 맡느냐,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다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축제가 진행되어온 지난 3년간 늘, 개막공연인 오페라 갈라쇼의 진행을 맡으셨다는 김승현 진행자님은 더할 나위 없이 능숙하고 재미있게 공연을 이끌어주셨다. 특히 이날 공연 시작 전, '브라보, 브라바, 브라비' 세 가지 용어를 알려주시며 공연에 대한 호응을 유도했던 것과, 마지막 4막이 시작하기 전 능청스럽게 기립박수를 이끌어내셨던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덕분에 관객들이 오페라 관람에 대해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출연자들이 앵콜곡
진~짜 열심히 준비하던데...
기립박수 안 나오면 아쉽지만 앵콜공연은 없겠죠!"

진행자님의 너스레를 들은 관객분들은 마지막 곡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기립박수를 칠 준비를 하고 계셨다. 주위에서 소근소근 들려오는, '이 노래 끝나면 기립박수인가?', '이거 아니야, 다음곡이야~'하는 소리에 다함께 웃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2. 공연 프로그램의 구성


아트 인사이트를 시작하고 나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공연을 많이 보았다. 오페라 한 편, 연극 한 편이라면 그 자체로 구성이 대본에 포함되어 있으니 제외하고, 갈라콘서트나 오케스트라의 연주회를 보면, 프로그램북에 적힌 구성을 눈여겨보게 된다. 어떤 곡을 연주할지, 어떤 테마에 맞추어 공연을 구성할지, 주최측이 고민한 흔적이 곡 선정에서 다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를 나타낼 정도로 뜬금없는 구성의 공연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개중에도 특히 잘 구성된 공연을 보면 '!'가 절로 나온다. 이번 공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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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 2018 프로그램북)


오페라 속의 희, 노, 애, 락이라는 명확한 주제 아래에 선정된 곡들을 보고, 진행자님의 곡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이번 막에서 듣게 될 감정이 어떤 모양인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극예술이라는 것이 원래 사람들의 인생을 함축해서 담은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 희, 노, 애, 락을 비롯한 온갖 감정이 녹아 있다. 이 감정들을 테마로 삼아 여러 오페라들에서 한 곡 두 곡씩 뽑아 구성한 이번 공연은, 그래서 더욱 탄탄하고, 그래서 더욱 쉽게 공감하고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 출연진의 연기력


노블 아트 오페라단 단원분들의 연기력이 가창력 못지 않게 뛰어나다는 건 이미 2016년에 직접 보고 느꼈었다. 그래도 갈라콘서트에서 보게 되니 또 다른 느낌이어서 신기했다. 무대에서 그저 노래만 하시는 것이 아니라 연기까지 곁들여주시니, 마치 오페라를 보는 것처럼 캐릭터들의 감정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이번 공연에서 바리톤 박정민 교수님의 노래에 정말 숨을 빼앗긴 것 같았다. '희: 기쁨'의 1막에서 '나는 거리의 만물박사'를 부르기 위해 무대에 올라오신 그 순간부터 우쭐거리는 연기를 시작하시더니, 리골레토에서의 '가신들아, 이 천벌 받을 놈들아'를 부르실 때에는 그 중후란 목소리에서 정말 끓어오르는 분노가 터져나왔다. 1막 끝부분에서 그렇게 발랄하게 노래하셨던 분이 2막이 시작되자마자 이렇게 강렬한 분노를 보여주시다니!

게다가 마지막 4막에서는,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를 불러주셨다. 개인적으로 '카르멘'에서 가장 매력적인 남자 캐릭터는 호세가 아니라 에스까미요라고 생각한다. 젊고 잘생기고 능력있는데다, 약혼녀를 두고 카르멘과의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게 갈팡질팡하는 호세에 비해, 사랑이라는 자신의 감정에 확고하고 적극적이다. 그리고 바리톤 박정민 선생님의 에스까미요는 정말 정말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카르멘이 호세를 걷어차는 것에 200퍼센트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매력이었다.





이번 공연은 오랜만에 대학 동기 네 명이 모여서 함께 관람했다. 중고등학교에서 중창부 활동을 하고, 나와 다른 친구를 데리고 합창수업을 들었던 친구, 트럼펫을 배우겠다며 교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공연에 참여하고, 덕분에 나까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친구 J.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둘이 손잡고 유포늄 파트에 들어가서, 매주 연습하러 나오면서도 실력이 맘처럼 늘지 않아 같이 힘들어했던, 하지만 결국 끝까지 연습해서 함께 공연했던 친구 S.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같이 보러 가곤 했던 춘천 토박이 친구 P. 더 많이 모이지 못해 아쉽기도 했고, 춘천에서 같이 다녔던 때처럼 함께 좋은 공연 보고 맛있는 저녁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기도 했다.




류소현.jpg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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