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시간을 담고있는 책이란 시간, 책 시간을 파는 서점

글 입력 2018.06.17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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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서점,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맨 처음엔 단지 낭만에 취해 고개를 주억거렸고, 그 다음 순간에는 고개를 갸웃했다. 책이 어떻게 ‘시간’이 되는 것일까. 온전히 이해가 가면서도, 나 스스로도 내가 왜 이해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이내 고개를 또 다시 끄덕거리게 됐다. 책이란 물건은 인류의 시간을 담고 있는 동시에, 그 자체로도 시간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담아낸 책

모든 신화들엔 공통점이 있다. 그 어떤 신화든 여러 지식들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땅의 신 데메테르가 딸이 저승에 가 있는 걸 슬퍼하기에 겨울의 땅은 척박하다는 그리스로마신화나, 가네샤라는 신이 달에게 던진 상아 때문에 달이 차고 진다는 인도 신화 등 자연에 관한 지식부터, 그리스로마신화의 트로이 전쟁과 같은 역사에 관한 지식, 언어를 마법으로 사용하는 북유럽신화의 오딘에서 얻을 수 있는 철학적 지식까지. 신화에는 여러 지식들이 담겨있다. 옛날 옛적 문자도 책도 없던 시절 선조들이 후대에 무언가를 전해주는 데 있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신화였기 때문이다. 선조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시간을, 그리고 그동안 축적한 지식들을 후대에 전해주기 위해 신화를 사용했다.

그리고 문자가 생겨난 후, 이제는 책이 신화와 같은 역할을 했다. 결국 책은 인류의 시간을 담은 신화나 다름없는 것이다. 책을 보존하고, 읽는 것은 인류의 시간을 보관하고 읽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서점은 신화적 공간이나 다름없다. 세상을 살아온 인류가 자신들이 살아온 시간과, 그 속에서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써온 책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말이다. 책이 많은 공간에 가면 느껴지는 그 알 수 없는 감흥과 설렘은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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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품은 책

사람은 새로운 것을 보면 설렌다는 불문율과 달리, 어쩐지 서점에서의 그 감흥과 설렘은 어쩐지 그 책들이 온전히 새 것일 때보단 조금 오래되고 때가 탔을 때 배가 된다. 소중히 보관된 것이 티가 나지만 세월을 이기진 못해 귀퉁이가 조금 바랜 책부터, 감명 깊은 곳을 표시하고 싶었던 듯 중간 중간 끄트머리가 접혀있는 책, 하도 많이 펼쳐봤는지 손때가 그득히 묻은 책까지. 사실 상품가치로 따지면 어딘가 한 군데씩 모자란 책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이는 아마 오래된 책들에선 책 자체가 담아내고 있는 인류의 시간들 뿐 아니라, 책 자체가 견뎌내 온 시간들까지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오래된 책에선 이전 주인과 함께해왔던 시간들은 물론 표지나 폰트, 책을 만든 방식에서 책 발간 됐을 당시의 시간도 느낄 수 있다. 시간을 담고 있는 책이, 그 자체가 오랜 시간을 견뎌내어 그 흔적을 오롯이 품고 있다. 그래서일까. 오래된 책에 코를 박고 크게 숨을 들이쉬면 시간들을 온전히 느끼는 기분이 난다. 이쯤되면 책 자체가 시간이라도 봐도 무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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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서점

이처럼 다양한 차원에서 책은 곧 시간을 의미하기에, 시간을 파는 서점이란 제목은 그 자체로도 완벽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파는 서점’이라고 말 했을 때 ‘시간’은 또 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점 자체가 품고 있는 시간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책을 팔고 있는 서점은 그 자체로 추억이 되기도 하고, 하나의 문화가 되기도 하고, 역사가 되기도 한다. 책 ‘시간을 파는 서점’의 저자는 이 ‘서점’들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유럽에서 곳곳의 책마을과 서점들을 다녀와서 유럽의 서점문화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이 책은 결국 시간을 품고 있는 책의 가치를 알고 그 책을 사랑하는 서점들. 또 그렇기에 그 자체로서 또 다른 시간이 된 서점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책이 담고 있는 시간들을 사랑하고, 또 그렇기에 서점이란 시간을 사랑했던 저자의 시간들이 ‘책’으로 출간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도 특별한 느낌을 준다. 책을 읽는 순간이 현대까지 살아온 모든 인류의 시간과, 그 시간을 붙잡아둔 책과, 그 책을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충만한 기분을 느끼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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