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원한 기다림, 목적의 부재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글 입력 2018.05.1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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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_포스터.jpg
 
 
'그만 가자'
'가면 안되지'
'왜?'
'고도를 기다려야지'
'참, 그렇지.'

-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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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무엘 베케트의 세계적인 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극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연되고 읽혔다고 한다. '기다림'이라는 주제로 쓰여진 이 연극은 끊임없는 기다림으로 구성된 연극이다. 목조차 맬 수 없는 앙상한 나무앞에서 이 장소가 맞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영원히 고도를 기다리는 두 남자. 그리고 한 막이 올라갈때마다 나와서 고도씨가 내일은 꼭 오실거라고 말해주는 소년. 고고와 디디는 이 소년의 말을 믿고 끊임없이 고도를 기다리면서 길을 지나가는 포조와 럭키를 만난다.

고고와 디디는 이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역할극도 하고, 서로의 우정에 대해서 의심하고 확신하기도 하고, 고고가 신고 있는 구두와 그 고통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이 대화는 단순히 고도를 기다리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대화이며, 전혀 생산적인 대화는 아니다.

이 극은, 남녀간의 사랑도, 줄거리도, 내용도 없는 극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극 안에서 포조와 럭키를 보면서 극 중의 거의 유일한 내용을 찾는다. 포조의 노예 럭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디디와 고고의 시점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시사하는 바가 없는 것 같지만 꽤나 시사하는 바가 많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도리, 삶의 목적성 등 이 4명의 말을 들어보면 서로 어긋나는 문장들 뿐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모두 생각하는 것들을 두가지 갈래로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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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등장하는 네명의 사람 중에, 가장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디디다. 고고는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자신들이 이 장소에 왜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순간순간의 시간만 인식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디디는 어제와 오늘의 나무의 변화도 알아채고, 고도씨의 말을 전달해주는 소년이 나타나면 고도씨에게 자신들을 만났다고 전해달라고 하는 등 목적의식이 뚜렷한 캐릭터다. 또한, 그는 포조와 럭키의 관계에서 럭키를 그렇게 대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으로는 옳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며 포조를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디의 한계점은 그 상황에 금방 적응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포조를 비인간적이라고 비난을 했지만, 럭키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지 말하는 포조의 말에 따라 디디는 럭키를 오히려 비난하고 포조의 말에 동조한다.

그렇다면, 고도는 과연 누구일까? 디디와 고고는 포조가 지나가는데 그 사람에게 고도씨인지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들은 고도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생김새도 모르고 그 사람을 만나서 어떤 것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목적도 없다. 그저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고도씨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고도는 그들에게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 사람이고, 언제부터 언제까지 고도를 기다리는 것일까?

개인적인 견해로, 고도는 두 노숙자 디디와 고고의 삶의 의미라고 생각을 했다. 나무 밑으로 온다는 고도를 기다리는 것은 두 한량의 삶의 목표가 되었지만, 그들은 고도를 기다리면서 무료한 그들의 일상에서 목표를 찾을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고도를 기다리는 것'은 그들에게는 삶과 동등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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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우리는 기다려야하는가? 그리고 그들은 언제까지 고도를 기다려야 하는가? 3시간 남짓의 연극을 관람하며, 아직 본인도 그 대답을 확실하게 듣지 못했고 스스로 답을 내릴수도 없었다.


[김승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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