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 이토록 보통의 > [시각예술]

글 입력 2018.04.1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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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다. 웹툰을 많이 보느냐고. 어느덧 웹툰이라는 장르는 우리 일상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웹툰을 본다고 대답하고, 또 그 중 5명은 정말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네이버 웹툰만 보지 않고, 다음이나 다른 종류의 사이트에서도 웹툰을 접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만일 당신이 웹툰을 좋아하지만 네이버 웹툰만 접하고 있다면 당장 시야를 넓히라고 하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와 대적할만한 미디어인 다음의 웹툰을 보라고 하고 싶다. 개인적인 느낌이고 또 일반화 할 순 없지만, 네이버가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면, 다음에서는 조금 더 무거운 웹툰들이 연재될 때가 있다. 그리고 오늘 추천할 웹툰 역시, 다음의 웹툰이다. 참, 언제나 그랬듯,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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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음 웹툰 <이토록 보통의> 썸네일


추천하고 싶은 웹툰은 바로, 보통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는 웹툰, <이토록 보통의>이다. 작가 캐롯(Carrot)은 이들의 사랑에 약간의 장애물을 놓는다. 그래서 얼핏 보면, 정말 평범하지 않은 사랑이구나, <이토록 보통의>라는 제목은 반어법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웹툰이다.

그런데, 정말 평범하지 않은 사랑일까? 이 웹툰을 곱씹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토록 보통의>는 옴니버스 형태인데, 오늘은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처음엔 미래가 배경이라 해서 조금 낯설었다. 우주로 여행을 가는 것이 당연시되고, 먼저 떠나버린 누군가가 너무 그리워서 로봇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 세상. 그리고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이 꿈인 여자 P와 그런 P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그녀의 연인 은기가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줬던 건
우주항공국 공무원 뱃지도 아니고,
꿈도 아니고. 우주도 아닌...
내 은기였다.

- 36화.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 (15) 中 -


P와 은기의 가치관 차이는 확연하다. ‘우주’에 대해서도, 꿈에 대해서도, 그리고 ‘로봇’에 관해서도, 결국은 ‘사랑’에 관해서도. 애초에 P는 자신의 꿈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반면, 은기는 버려지는 것, 혼자가 되는 것이 너무나 두려운 사람이었다.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은기는 은연중에 P에 대한 자격지심도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모두 다 가진 P에게 묘한 열등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때문에 P가 우주로 1년 동안 나가있기를 바랐을 때, 은기는 싫어한다. 그리고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두 사람은 결국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지고 만다.

다툰 후 밖으로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고 죽은 은기. 그를 로봇으로 만들 돈을 벌기 위해 결국 우주로 떠나고, 그 돈으로 로봇은기와 함께 자신도 로봇으로 만들어 그의 곁에 두는 P, 자신은 로봇인줄 꿈에도 모른 채, 로봇P를 사랑하게 된 로봇은기. 은기와의 소중한 1년으로 많은 것이 바뀌어버린 로봇P와, 은기의 기억을 지워버리고 자신을 선택해주길 바라는 P. P가 우주로 가야했던 사실을 끝내 알지 못한 채, 기억을 잃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은기. 사소한 다툼이 끝내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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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보통의> 예고 中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그 장애물을 잠시 지워버리면, 이들이 겪는 아픔은 사실 우리 모두가 겪었던, 혹은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일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유학 혹은 군대를 가고자 하는 연인과 이를 막고 싶어 하는 나. 혹은 그 반대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이 이야기가 놀랍고 새롭다고 느끼면서도 셋 모두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이해할 수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을 해보고 또 해보다가, 아 이들은 결국 나와 닮았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이야기는 다시 새롭게 다가온다.

또한, 세 사람은 각자 다른 형태로 사랑을 하고 있다. P는 일과 사랑 둘 다 놓치기 싫어하다 결국 은기를 놓치고 만다. 집착어린 모습으로 그를 되돌리려 해봤지만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은기는 일종의 자격지심으로, 그리고 한없는 외로움과 고독, 불안으로 그녀를 붙잡으려 했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가 직장을 잃었을지 모르는 상황에도, 그저 그녀가 곁에 있기에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끝내는, 모든 것을 잃은 채 자신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로봇 P를 택한다. 로봇P는, 진짜 P는 가지고 있지 않은 기억과 감정들이 생긴 후 진짜 P와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 보다 진심으로 자신이 필요한,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자신을 선택한 은기를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를 쓰기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이런 세 가지 사랑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랑을 했던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것도 사랑일까? 사랑이라고 믿는다고 해서 정말 사랑일까? 이렇게 못난 마음도 사랑일까?

그래서 이 웹툰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씩 곱씹게 된다는 점, 그리고 사랑이란 대체 뭘까 하고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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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가 유료화되어서
저작권에 문제가 될까봐 캡쳐를 할 수 없었다.
위 그림은 작가 블로그 출처.


그림체로는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이 웹툰은 19금이다. 그래서 이 웹툰이 ‘19금’이라는 고정관념에 가려지는 것이 매우 아쉽다. 조금 비슷한 예를 들자면, 얼마 전 네이버에서 초반에 자극성으로 화제가 됐던 <한 번 더 해요>의 경우를 말하고 싶다. 드라마 <고백부부>의 원작이었던 이 작품도 19금이었다. 썸네일부터 이미 자극적인 요소가 보였던터라, 사실 네이버가 정말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웬걸, 끝내 그 웹툰은 ‘성인이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는 웹툰이기에 19금 딱지가 붙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평을 받았다.

<이토록 보통의>도 마찬가지다. 만일 내가 20대가 되기 전에 이 웹툰을 접했다면 (물론 어차피 못 봤을 테지만) 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주인공들의 입장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을까? 이렇게 마음 아플 수 있었을까?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순수하고 어린 마음으로는, 주인공들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고, 그 모든 감정들과 생각들을 깊게 생각할 틈이 없었을 것이다. ‘19금 웹툰’이라는 딱지 때문에 첫인상이 판가름 난다는 것, 그리고 알게 모르게 저평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

내가 이 웹툰을 30대가 되어 본다면, 40대가 되어 본다면 또 어떤 느낌, 어떤 감정일지 궁금해진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진다는 생택쥐페리의 <어린왕자>처럼, 이 웹툰도 그럴 것이라 감히 예견해본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웹툰을 접하고 사랑이라는 감정과 개념에 대해 더 깊은 생각을 해보았으면 한다. 웹툰이라는 장르가 어느새 쉽게, 그리고 가볍게 소비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리고 그러다보니 어느덧 가벼운 장르라는 인식이 생겨버린 지금에, 철학적인 영화나 소설을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해주는 <이토록 보통의>에 찬사를 보낸다. 또 <이토록 보통의>가 곧 뮤지컬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걱정 반 기대 반. 부디 좋은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





사진출처
다음웹툰 <이토록 보통의>메인 썸네일
<이토록 보통의> 예고편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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