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금은 불완전해도 괜찮은 관계에 대하여 [문화 전반]

드라마 '마더'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속 愛(애) 이야기
글 입력 2018.03.31 23:3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드라마 Mother - 사카모토 유지


 최근 호평을 받아내며, 일본 원작의 무게를 씻어낸 드라마 '마더'. 그 흥행 요인을 찾자면 물론 배우들의 연기력과 연출이겠지만 필자는 ‘모성애’에 대해 조금은 다르게 풀어낸 ‘주제’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TVN '마더'의 원작, NTV에서 2010년도에 방영했던 동일 제목의 '마더'는 당시 도쿄 드라마 어워드 4관왕을 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필자는 이 원작을 한국 리메이크 소식이 들리자마자 전편을 다 보았고 왜 인기가 있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13.jpg
 
 
 당시 일본에서도 아동학대에 대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우리도 아동학대에 대해 소식을 들으면, 어떻게 ‘아이’를 때리지. 어떻게 ‘아이’를 버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라는 존재는 어른과는 달리 자신의 아픔을 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우리가 어쩌면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학대받는 초등학생 아이와 그 고통을 알기에 스쳐지나 갈 수 없는 조류 학자이자 선생님이었던 한 여자의 이야기다.


14.jpg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드라마여도, 양엄마도 친엄마도 아닌 정말 ‘남’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다고? 그런데, 드라마를 쭉 따라가다 보면 납득이 간다. 정말 그 주인공들이 지금 어디선가 살고 있다고 믿어질 만큼. 나중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성애라는 것이 정말 피를 나눈 사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을까? 드라마든, 어디든 우리는 예전부터 양엄마, 새엄마는 ‘못됐다’라는 부정적인 견해에 노출돼왔다. 처음에 나의 선입견도 아마 거기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라고 부르는 마지막 아이의 한마디는 ‘이 사이는 정말 모녀(母女) 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실제 Tvn '마더'에서 이보영의 양엄마 역할을 맡은 이혜영 배우는 “이 세상 모든 여자는 엄마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movie_image (11).jpg
 

 한 영화가 떠올랐다. 2년 전, 필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처음 알게 되고 그의 작품과 책을 즐겨보았다. 그의 영화 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작품이 있다. 그의 영화는 잔잔하지만 항상 그를 관통하는 큰 주제가 있다. 이 작품도 그랬다. 케이타와 그의 부모는 ‘아이가 바뀌었다’는 21세기에서는 다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6년간 키운 내 자식이 이제 와서 친자식이 아니라니. 심지어 이 두 가족의 부모들의 성향은 너무나도 정반대였고, 아이들도 정반대의 성향으로 자라왔다. 대기업의 잘나가는 회사원인 료타의 아이 케이타와, 시골에서 전자상회를 유다이의 아이 류세이. 주인공인 료타는 우리의 아버지와 닮아 있다.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없는 일만 하는 회사원. 일도 잘하면서, 자식에게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콤플렉스도 있는 사람.


movie_image (12).jpg
 

 결국 아이를 다시 그렇게 점차 서로의 집을 왕래하면서, 정말 피가 섞인 친자식과 가까워지도록 두 부모는 결정한다. 6년간 너무나도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아이들이 과연 피가 섞인 부모들은 만남으로 인해서 다시 완전해질 수 있었을까? 필자는 이 장면을 보면서 조금은 아이들에게 가혹한 행위가 아니었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 각자의 부모들에게도 가혹한 행위였다. 겉으로는 행복해 보였다. 제자리를 찾은 듯 보였다. 하지만 서로는 처음의 자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런 감정들을 배우들의 시선과 연출로 잘 표현했다.


88989.jpg
 


불완전한 사랑이 허용되는 관계


 두 작품은 각각 모성애와 부성애를 다루고 있다. 조금은 충격적인 방식으로 다룬다는 점과 친자식 간의 이야기를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은 불완전하듯이 모든 부모들도 불완전하다. 똑같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상처를 안고 살아왔던 <마더>의 스즈하라. 친엄마가 아닌 양엄마 밑에서 자랐지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료타.

 하지만 이 두 작품은 '부모'는 조금은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다룬다. 또, 비록 피가 섞이진 않았지만 그 사이에서 부성애와 모성애는 어떤 방식이든 생길 수 있다고.


124.jpg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강요받아서는 생길 수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생길 뿐이다. 이 두 작품을 보면서 느낀 바 또한 그랬다. 주인공들은 결국 자신의 마음이 이끌리는 쪽으로 행동한다. 스즈하라는 레나를, 료타는 케이타를. 조금은 불완전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낸 모성애와 부성애는 눈물샘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그 존재만은 어떤 관계보다 완전한 사랑(愛)이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KakaoTalk_20180319_154249870.jpg
 

[김아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