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 - 타이탄의 도구들 [문학]

행복. 실천. 비전. 목표. 계획. 생활과 같은 것들
글 입력 2018.03.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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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 타이탄의 도구들 >에서는 여러 방면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노하우를 다룬다. 여기에 반의 반도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자잘한 팁부터 인생에 새겨야 할 큰 조언까지 두루 담겨있어 여러 번 읽어 새겨둘만한 내용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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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부록에는 세계 최고들의
추천 운동 비법이 나와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내가 참 세상을 좁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였다. 나는 자기계발에 관심이 있고, 여러 자기관리 지식들을 알고 있지만 그런 방법론들은 그저 별볼일 없는 중간 목표를 위한 것이었다. 정작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뒷전으로 미뤄둔 채로, 나는 모든 계획들을 그저 하루하루를 죄책감 없이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소위 '비전'이라든가 '사명'이라고 칭해지는 인생의 큰 목표들은 추상적으로 느껴진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어렸을 땐 그래도 이에 대해 많이 생각하곤 했는데, 대학생이 되면서, 그리고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이 '큰 목표'라는 것은 점점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위한 돈벌이 수단을 갈구하는 일에 불과하게 되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겠다는 것인가. 글쎄, 내 플래너에는 어느 순간부터 토익과 학교 공부, 기상 시간과 독서에 대한 세부 계획들이 들어차있는데 '왜 그것들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나는 단순히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서 로스쿨에 도전하려고' 정도의 생각으로 새어나오는 고민을 막았다. 중요한 건 직업이나 돈벌이에 대한 것보다도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실현하고 싶은지일텐데도.

 때때로 이를 생각하면서도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길 바란다'는 희망사항만 적어놓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 타이탄의 도구들 >을 읽으면서, 책에서 등장하는 이 사람들은 그들이 주는 가르침들과는 별개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내가 '사명'이나 '비전'과 같은 큰 목표들을 아예 회피하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난 비교적 자주 그런 것들에 대해 정립하고자 노력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사명이나 비전을, 그리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계획들을 '나의 행복'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취급했다는 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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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시간 떼우기용으로 했다가 죄책감에 끄게 되는 게임은 과연 일상의 행복에 포함될까...?


 자꾸 '행복'이라는 단어를 까먹게 된다. 너무 흔한데다 직설적인 의미이지만 생활과는 너무 멀게 느껴져서 사람을 약올리는 단어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이라는 것을 철없는 아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속칭 '타이탄'들은 워커홀릭이 아니다. 거대한 기계 안의 톱니바퀴 같은 존재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들은 엄청나게 많은 부와 명예를 축적하면서도 일과 놀이의 균형을 잘 맞추어 인생을 즐겁게 산다. 혹자는 '한국 사람들하고 사고방식이 달라서 그래.' 혹은 '한국에서는 구조상으로 그렇게 되질 않아'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어떤 전문직에 종사하면서도 취미활동을 높은 수준으로 즐긴다든지 하는 모습이 멋있어보이기만 했다. 진짜 그들처럼 일도 놀이도 휴식도 제대로 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그런 건강한 마음가짐을 갖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새삼 성인이 되어서 활동적인 취미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일을 일단 시작하고 나면 일에 시달리느라 여유를 잃게 되는 것을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스스로 충격이었다.

 이전에 쓴 명상에 대한 글에서도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무엇을 시도하기 전에 우선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지를 생각하라고 했었는데, 써놓고도 그래서 개인의 행복이라는 게 어디서 찾아지는건가 하는 생각이 내 발목을 잡았었다. 책을 읽고 나니 행복이라는 건 그렇게 대단하고 어려운 게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그건 그저 우리가 까먹고 사는 일상의 사소한 재미들일 뿐이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인생을 이루는 건데, 일상의 소소한 행복들을 너무 당연하게 잊어버리고 살게 되는 것 같다. 사명이나 비전을 확립하고 실천하는데에 억지 의무감을 부여해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건 얼마나 이상한가. 그러니 이에 대한 고민을 회피하게 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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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일이 일어났을 때 그걸 머릿속에만 저장해두면 3개월을 가지 못한다. 우리는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멋지고 기쁜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다시 우울과 비관 모드에 젖는다. '나에게 일어난 멋진 일들'을 저장하는 병을 갖는 건 이에 대한 매우 지혜로운 처방이다. 외롭고 쓸쓸하고 우울할 때 병 속의 종이를 꺼내 읽으면 새로운 힘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 이 책에 등장하는 타이탄들의 성공비결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시각화'다. 긍정적인 일이든 부정적인 일이든, 시각화해서 정리하면 현명한 해결책과 효과적인 방법들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 항상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금방 지친다. 포기한다. 악순환이 계속된다. 이 순환을 끊는 지혜는 '작은 성공을 음미하는 것'이다.

- 본문 252 ~ 253p.


 가끔 뉴스나 유튜브를 통해 서양인들의 생활을 담은 영상을 보면 '참 재밌게 산다' 싶다. 그들은 몸 사리지 않고 무모한 도전을 하고, 까지고 다치면서 논다. 물론 모든 서양인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활기찬 모습은 휴일에 한 시간이라도 더 자길 원하는 우리 모습과는 대비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들을 보면서 '너무 시간낭비를 한다'고도 하고, 한편으로는 '한 번 사는 인생 스케일 크게 제대로 산다'고도 한다. 일단 뭐든지 해서 재미있는 하루를 만들고, 그걸 기록하며 축적해나가면서 내가 무엇에 보람과 행복을 느끼는 지를 생각해보는 게 우선이겠다. 인생에 대해 고민한답시고 방구석에 틀어박혀 우울하게 책상만 보던 시간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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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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