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블랙팬서 더 앨범(Black Panther The Album) [음악]

글 입력 2018.02.2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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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팬서 영화.jpg
 

 이번 설 연휴 극장가의 최대 화제작은 마블의 새 히어로 영화 “블랙팬서”다. 블랙팬서는 화려한 액션과 가벼운 유머코드를 내세웠던 마블의 전작들과 달리 아직도 전 세계에 만연한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제 3세계, 페미니즘 등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화제가 됐다. 이러한 시도는 현재까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월 14일 개봉 이후 국내에서만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북미에서도 약 2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영화가 큰 성과를 거둠에 따라 자연스레 극중 삽입됐던 OST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공개곡인 켄드릭 라마와 SZA의 “All The Stars”가 차트를 휩쓸었으며, OST 트랙들을 모아 발매된 앨범 “블랙팬서 더 앨범(Black Panther The Album)”도 영화에 버금가는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키워드로 블랙팬서 더 앨범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Key Word #1. 흑인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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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팬서 더 앨범의 커버 아트워크
 

 블랙팬서 더 앨범은 완성도 높은 ‘흑인음악’ 앨범이다. 14개의 트랙이 모두 대표적인 흑인음악 장르인 힙합과 R&B 곡으로 이뤄져있다. 켄드릭 라마, 트래비스 스캇, 투체인즈 등 최정상급 힙합 아티스트들은 물론이고, 등장과 동시에 음악성을 인정받은 칼리드, SZA, Zacari 등  신인 R&B 아티스트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Babes Wodumo, Sjava 등이 참여했다. 앨범에 이름을 올린 백인은 일렉트로닉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블레이크 단 한명이다. 장르 면에서도, 아티스트 구성 면에서도 ‘흑인음악’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다.

 앨범을 아우르는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아프리카의 전통 악기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삽입되는 곡들인 만큼 아프리카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전통 악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이것이 힙합이나 R&B 곡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융합돼 묘한 느낌을 연출한다. 앨범의 첫 번째 수록곡, 켄드릭 라마의 “Black Panther”는 인트로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전통 타악기와 현악기 소리를 이용하여 마치 격투신이 벌어지는 것 같은 긴장감을 조성한다.



Key Word #2. 켄드릭 라마

▲타이틀곡 "All The Stars"의 뮤직비디오


 켄드릭 라마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재 세계 최고의 래퍼다. 음악사에 길이 기록될 명반들을 발매했고, 흑인음악에 냉담한 그래미에서도 다관왕을 기록했으며, 이제는 아티스트를 넘어 흑인 인권운동의 지도자 중 하나로 꼽히는 그가 블랙팬서 더 앨범에서도 존재감을 여실히 발휘했다. 켄드릭 라마는 14개의 트랙 중 타이틀 곡 “All The Stars”를 포함해 총 다섯 곡에 참여해, 앨범에 이름을 올린 아티스트 중 가장 많은 횟수로 기록됐다. 일렉트로닉, 트랩, 아프리카 타악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트 위에서 켄드릭 라마는 특유의 타이트한 하이톤 랩을 쏟아냈다. 결점이라곤 없는 그의 랩에 대해 더 이상 논하는 것은 ‘신성 모독’이라 느껴질 정도다.

 이 앨범에서 눈여겨 볼 것은 왕으로서 켄드릭 라마의 정체성이다. 이미 힙합씬에서 켄드릭 라마는 “King Kendrick”으로 불린다. 이 호칭은 단순히 랩 실력뿐만 아니라 그의 가사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흑인사회 내에서 그의 영향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켄드릭 라마 본인도 “King”이란 타이틀에 대한 애착과 책임감을 수시로 드러냈다. 블랙팬서 더 앨범은 그러한 그의 모습이 전면에 비춰진다. 켄드릭 라마는 와칸다의 국왕이자 블랙팬서인 티찰라를 자신과 동일시한다. 타이틀곡 “All The Stars”의 뮤직비디오에서 켄드릭 라마는 아프리카 빈민들의 지도자이자 흑표범들을 몰고 다니는 인물로 등장한다. 첫 트랙 “Black Panther”에서 그는 자신이 곧 티찰라이며 블랙팬서이고, “King Kendrick”임을 선언한다. 위켄드와 함께한 “Prayers For Me”에서는 < I fight the world, I fight you, I fight myself, I fight God, just tell me how many burdens left >라는 가사로 왕이 짊어져야 할 희생과 고독의 무게에 대해서 논한다. 이러한 메시지들을 종합해보면, 켄드릭 라마는 비브라늄 대신 음악과 가사를 통해 빈민가 흑인들의 투쟁에 앞장서는 현실판 블랙팬서로 볼 수 있다.

 블랙팬서 더 앨범은 영화의 흥행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앨범이다. 영화를 보고 OST에도 관심이 간다면, 혹은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탄탄하게 구성된 흑인음악 앨범이 듣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켄드릭 라마의 팬이라면 이 앨범을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류형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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