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 손에 토마토, 한 손에 레시피, 예쁘고 맛있는 남미 가정식

글 입력 2018.02.1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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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한 손에 토마토, 한 손에 레시피
예쁘고 맛있는 남미 가정식


요리 레시피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레시피를 읽으려면 요리를 만들어 봐야 한다. 요전의 책 <킨포크 테이블>의 요리를 직접 해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되었던 나는, 이번에야 말로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요리책을 리뷰하리라 다짐했다. 여전히 나는 요리에 있어서는 초보 중의 초보다. 멋진 요리 실력을 갖춘 어머니의 밑에서 큰지 24년, 라면이나 친구와 장난으로 하는 요리를 제외하고 '직접' 요리를 해보게 된 것은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글은 양배추 채썰기, 감자 깍둑썰기도 그때그때 유튜브로 도전한 요리초보의 허접스러운 기록이다. 설날의 피로로 찌들어 있을 가족이 이 도전(?)의 희생자가 되었다. 내가 고른 것은 소고기 타코와 치킨 타코였다. 나부터가 타코 오타쿠기도 했고, 가장 쉬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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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시피의 마음에 드는 요소 중 하나가 재료를 구하기 쉬웠다는 점이다. 타코 시즈닝과 같은 특이한 소스를 제외하고는 할인마트를 가면 쉽게 쓸어올 수 있는 재료들이다. 나는 피망을 파프리카로, 우등심은 가격 때문에 그냥 소고기로 바꿨다. 이 정도 변화는 요리의 맛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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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요리가 아니라 타코 같은 간단한 요리를 하다 보니, 본격적인 요리 시간보다 살사(소스)를 만드는 과정이 더 길었다. 만들면서도, 대접하면서도 생각건대 남미 요리는 정말 색깔이 이쁘다. 다양한 색깔이 한데 모여서 섞이는 걸 보면서 왜 요리가 예술로 여겨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라임의 상큼한 향기는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접시에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파프리카를 잘게 써는 것은 빨간 물감을 작게 터치하는 느낌을 준다. 감각에서는 요리 쪽이 좀 더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는 것이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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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카몰리와 살사 멕시카나, 라임으로 간을 한 소고기와 닭가슴살을 차려놓고 옥수수 또띠아에 각종 야채를 올려 원하는 만큼 올려 먹게 했다. 따뜻한 스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급하게 양송이 수프를 데웠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아쉬운 조합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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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요리 실력이 별로 훌륭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타코는 아주 맛이 있었다. 소스도 안에 들어간 야채들도 가볍고 건강한 음식들이어서 칼로리도 그렇게 높지 않아 보였다. 가족들은 지금까지 내가 해준 음식 중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빠는 계속 예쁜 음식을 먹는 것에 만족감을 표했고, 동생은 외국 식당에서 밥을 먹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타코를 세개나 드셨다.

사실 정작 요리를 하는 나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서 거의 맛만 봤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중 가장 행복한 요리였다. 왜 그런지를 생각해봤는데, 요리가 단순히 성공적이어서보다는 먹어주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해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옛날에는 엄마가 늘 부엌에 있는 것이 약간 안쓰럽게 느껴지고, 의무감 때문에 저기에 있는 걸까 고민할 때가 있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은 기쁘고, 그것을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더 기쁘다. 요리는 많은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고, 그 과정 내내 먹는 사람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저자가 말한 대로 한국에서 '밥 한번 먹자'는 점점 그 무게를 잃어가는 것 같다. 식사는 진정한 교류보다는 집이 아닌 밖에서 저렴한 가격에 때우는 행위로 변모한 것 같다. 정말이지 나한테 요리는 식사의 본질적인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었다. 설거지를 다 끝내고 글을 쓰는 지금, 요리를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감자 샐러드를 해야겠다. 괜히 나는 내 음식을 먹어주는 사람의 표정을 상상해본다. 조금 생색내면서 내온 요리를 맛있게 먹어준다면, 평소에 잘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도 잘 전달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가끔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테이블의 무게를 소중히 여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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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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