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문학]

죽음과 광기에 대하여
글 입력 2018.01.28 01: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좋아하는 밴드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영감을 받아서 노래를 작곡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곡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처음 읽는 것이었다. 베로니카 외에도 순례자, 연금술사 등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였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썼길래 전 세계가 아는 작가가 되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이미 작품에 빠졌고, 대단한 작가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소설을 통해 독자가 생각을 하게 한다는 점이 좋기도 하고 그래서 어렵기도 하다. 단순하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편하다. 이해하기 쉬우니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고 놓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에 집중에서 한 마디 한 마디를 집중해서 읽었다. 그렇게 읽을수록 의문이 들었다. 어떤 삶이 옳은 것인가?, 그래서 결론이 뭐야? 라는 생각뿐만 들었다. 이 소설에서는 작가가 어떤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을 통해서 독자에게 질문은 하는 것이다. 베로니카의 상황과 주변 인물들의 상황을 보여주고 독자가 그들에게서 받은 느낌을 갖고 살도록 그저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다. 지금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사실 명확하게 이해는 되지 않고, 말로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느낌이 든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다룬 것은 죽음과 광기이다. 죽음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인 베로니카가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한다. 하지만 자살에 성공하지 못하고 그녀가 눈을 뜬 곳은 정신병원으로 악명 높은 빌레트였다. 그렇다. 정신병원에서 눈을 뜬 것은 바로 그녀가 다수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정신병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평범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미쳤다는 말을 듣지 않고,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죽음을 선택한 이후로 그녀는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들어보세요. 파올로 우첼로는 독창적인 시계를 만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사실, 당시에는 그런 종류의 시계들이 이미 있었거든요. 물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방향으로 바늘이 돌아가는 시계들도 있었지만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 피렌체의 공작한테 오늘날 우리가 ‘옳은’ 방향이라 부르는 방향으로 돌아가는 시계가 있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결국 그런 시계가 유일한 것으로 자릴 잡고 말았어요. 그러자 우첼로의 시계는 하나의 탈선, 광기가 되어버린 거죠.”


 흔히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다수가 정해놓은 기준과 다른 사람도 ‘미친 사람’이라고 낙인찍는다. 따라서 우리는 미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남의 기준에 맞춰 살아야 정상인이 되는 것이다. 그들의 기준에서 정상적인 것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생각, 욕망을 버리고 살아가는 삶도 결국 미치게 될 수밖에 없다. 내 기준을 따르는 것도 미친 사람이 되고, 남의 기준에 맞춰 사는 것도 결과로 본다면 모두 미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난 소위 ‘정상적’ 이라는 인간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나보다 앞서 많은 의사들이 그 연구를 했고, 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은 사회적 합의의 문제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죠. 달리 말하자면, 대다수 사람들이 어떤 것을 올바르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올바른 게 되는 거죠.”





“두 가지 부탁을 들어주셨으면 해요. 하나는, 내가 깨어 있을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일 분 일 분을 즐길 수 있도록 약이든 주사든 무엇이든 주세요. 잠이 쏟아지지만 난 자고 싶지 않아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내 삶이 영원하다고 믿었을 때 항상 나중으로 미루어왔던 것들요. 내 삶이 살아볼 만한 가치가 없다고 믿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내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들요.”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로 그녀는 계속 죽고자 했다. 그럴수록 그녀는 죽음과 멀어졌고, 결국에는 이제 살고자 했다. 그녀는 죽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의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도 그렇다.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하루를 사는 것과 정해진 하루를 사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두 가지의 하루의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가.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인간과 신의 다른 점은 바로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시도 쉬지 않고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페노탈이라는 약을 그녀에게 투여함으로써, 그는 심장발작 효과를 가장하는 데 성공했다. 일 주일 내내 그녀는 그 약이 든 주사를 맞았다. 죽음을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돌이켜볼 시간이 있었으니, 그녀는 몹시 두려웠을 것이다.” 그녀는 한번 죽음을 경험했다. 죽음을 통해서 그녀는 자신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과 자신의 삶은 짧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삶의 소중함, 세상에서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이고르 박사의 논문(‘죽음에 대한 자각은 우리를 더 치열하게 살도록 자극한다.’ 이것이 논문 마지막 장의 제목이 될 것이다)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비트리올을 조금씩 제거해갔다. 아마도 다시는 자살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죽음에 대해서, 정상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등등. 아직은 죽음이 나와 관련이 없다는 생각과, 사회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책이 더 강렬했던 것 같다.



1311.jpg
 

[오지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