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타자에게 말 걸기, 연극 ‘의자, 눈동자, 눈먼 예언자’

글 입력 2018.01.2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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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_두산아트랩 2018_포스터.jpg


Prologue.

우리는 무엇으로 소통하고 감각하는가. 미디어를 통해 마주하는 수많은 타인들의 경험이 눈과 손으로 공유될 때 각자는 어떻게 스스로를 표현하고 타인을 느끼는가. 화면 너머의 타자에게 나를 전하고 진정한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감각을 공유하는 시도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극을 관람하는 동안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외젠 이오네스코

 
외젠 이오네스코(Eugène Ionesco, 1909. 11. 26.~1994. 3. 28.)는 루마니아 태생으로, 전위극의 대표적인 프랑스 극작가로 꼽힌다. 프랑스와 루마니아를 거쳐 파리에 정착한 그는 이전의 극과는 다른 초현실주의적인 희곡을 창작해내며 그 입지를 다졌다. 전위적 부조리극과 사회풍자극의 성격을 지니며 인간의 내면까지 극으로 풀어내었던 그의 작품들은 형이상학적 불안감을 생리적 고통으로 표현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공연의 원작인 <의자들>은 무대 위의 의자를 통해 세상의 허무감을 담아낸 전위적 부조리극이다.
 
 
 
의자들

 
원작은 영감과 할머니, 둘의 대사와 행위로 암시되는(등장하지는 않는) 손님들이 등장인물의 전부이고 자살과 선언서 낭독이 사건으로 전개되는 극이다. 초청된 손님들을 빈 의자로 표현해 허무함과 공허를 드러내고, 자살과 선언서 낭독이라는 두 사건을 통해 그에 대한 상반된 대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과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고 다소 비서사적으로 전개되는 부조리극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우리나라 극작가 이근삼의 <원고지>를 떠올려보아도 좋을 것 같다.
 
 
 
공유와 감각

 
하지만 이오네스코의 <의자들>이 이번 공연에서는 조금 다르게 각색되었다. 원작이 현대인들의 형이상학적인 불안감을 신체적 고통으로 표현하고 허무함을 나타내고자 했다면, 본 극은 미디어가 가진 환영의 감각에 주목한다. 매순간 미디어로 연결되는 타자들에게 말을 걸고 감각되지 않는 감각을 공유하는 경험이 무엇인지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모바일 또는 PC를 통해 서로 공유하고 있는 타인들의 경험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쥐고 있는 기계는 눈앞에 실재한다. 이 과정에서 실재하는 것은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실재하지 않는 것은 실재하는 것으로 그 방향이 역행하기도 한다. 아이러니와 허무가 느껴지는 감각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타자에게 어떻게 말 걸기를 시도해야 할까. 화면 너머의 타자에게 수없이 나의 생각과 감정을 흘려보내지만, 고립 혹은 소통의 시대에서 진정한 상호작용을 가능케하려면 감각을 공유하려는 시도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극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극장이라는 시공간에 구현된 ‘보이는’ 기계장치와 ‘보이지 않는’ 등장인물을 동시에 지켜보도록 하는 극의 구성은 이러한 의도를 잘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

의자-눈동자-눈먼 예언자가 각각 무엇으로 표현되며 무엇을 암시하는 지에 주목하며 세 개체 간 관계에 대해서 고민해본다면 이해는 한층 쉬워질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원작의 내용과 다른 극이 될 테지만, 그와 비교하며 공연을 관람한다면 은유로 가득한 이번 쇼케이스에서 의도하고 있는 바가 좀 더 분명해질 것이다. 필자가 던진 작은 물음도 풀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DOOSAN Art LAB

 
두산아트랩은 2010년부터 운영되었으며 만 40세이하 젊은 예술가들의 새로운 작품을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발표장소와 무대기술, 부대장비, 연습실과 제작비를 지원한다. 매년 정기 공모를 통해 서류 심사 및 개별 인터뷰로 선정한다. (2018년 7월 중 정기 공모 예정)
       

두산아트랩
DOOSAN Art LAB 2018
 
기획 : 두산아트센터
기간 : 2018. 1.4(목)~2.10(토)
장소 : 두산아트센터
가격 : 무료(사전 예약, 선착순 마감)
문의 :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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