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새로운 형태를 기대하면서 - 오셀로와 이아고 [공연]

글 입력 2018.01.0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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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사진_2.jpg
 

 극의 사진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무대의 모습이었다. 무대장치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있는 것은 제한되어있는 사각형의 구역과 구역 밖에 앉아있는 연주자들뿐. 아무것도 없는 사각형 안에서 배우들은 탈을 쓰고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연기한다. 사랑, 차별, 질투, 모략이 가득한, 강렬한 캐릭터들이 많은 오셀로라는 극을 어떻게 그 안에서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것도 표정 없이 탈을 쓰고 말이다.

 탈. 가면. 가려짐의 상징과 같은 사물이다. 탈은 상징으로 시작했다. 탈을 씀으로 신을 상징하고, 동물을 상징하고, 죽은 자를 상징한다. 탈춤에서 역시 탈은 다른 자를 상징한다. 탈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이 아닌 상징하는 무언가로 변신한다. 그런 면에서 배우들의 얼굴은 그 자체로 탈이다. 배우들은 자신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그것으로 자신이 아닌 배역이 된다. 자신의 표정을 통해 배역을 상징한다. 하지만 탈춤의 탈은 그것마저 가려버린다.

 얼굴 대신 고정된 상징만을 남겨둔다. 슬플 때도 기쁠 때도 탈의 모습은 그대로이다. 그 탈을 해석할 수 있는 통로는 말과 몸동작뿐이다. 사랑에 빠진 오셀로, 질투로 가득한 오셀로, 모든 것을 알아버린 오셀로는 모두 같은 탈을 쓰고 있다. 오직 말과 몸동작으로 다른 해석을 만들어야 한다. 세 오셀로 모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마법 같은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


쇼케이스 사진_1.jpg


 연극은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무대라는 공간은 넓이에 제한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변화되기도 어렵다. 그러기에 무대가 어떻게 꾸며지는지는 상당히 중요하다. 비슷한 틀 안에서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 극을 이끌어가는 무대의 구성은 웬만한 주연만큼 큰 비중을 가진다. 하지만 무대에 아무것도 없다면? 우리는 무대에서 극에 대한 그 어떤 힌트도 얻지 못한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배우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말과 행동의 의미는 장소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의회 앞에서 말하는 오셀로와 데스데모나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오셀로가 같은 말을 해도 같은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무대는 그 의미를 바꿔내는 역할을 한다. 상황을 말로 들어도 다른 감각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에 깊게 몰입할 수 없다. 그러기에 무대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큰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복잡한 장소들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전개를 어떻게 무대장치 없이 해낼 수 있을까.

*

 극이 넘어야 할 한계들이 많음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는 역으로 이야기하면 극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기존의 형태가 제한한 틀들이 탈을 쓰고 무대를 비움으로 사라졌다. 그곳에는 배우들이 펼쳐나갈 수 있는, 말과 음악과 몸짓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무한한 경우의 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기에 어떤 극이 펼쳐질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객석에 앉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우리는 대부분 문화예술을 접하면서 어느 정도는 일종의 스포일러를 접하고 간다. 영화의 경우 예고편과 입소문을 통해서, 음악은 가수의 이름과 스타일을 통해서, 연극 같은 경우는 소개문을 통해서 이미 어느 정도 정보를 가지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오셀로와 이아고’ 역시 그렇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결말도 많이 알고 있는 오셀로이기에 이야기에 있어서는 새로움이 덜하다. 하지만 어떤 오셀로가 펼쳐질지 모른다는 것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두근거림이다.





오셀로와 이아고
- 2017 창작산실 올해의신작 -


일자 : 2018.01.12(금) ~ 01.14(일)

시간
금 8시, 토 4/7시, 일 4시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작
천하제일탈공작소

주관
컬처버스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 70분




문의
컬처버스
070-8276-0917





웹전단_오셀로와이아고.jpg


[김찬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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