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돈과 기억에 관하여, 영화 침묵 [영화]

글 입력 2017.12.23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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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2017

감독: 정지우
출연: 최민식,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박해준, 조한철, 이수경
장르: 드라마 | 개봉: 11월 2일
상영시간: 125분 | 15세 관람가
제작사: ㈜용필름 |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돈이 진심입니다.” 영화에서 최민식은 돈이라면 뭐든 가능하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영화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을 맞이하게 하고 사건은 파국으로 치 닿는다.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원작으로 한 영화 <침묵>은 돈과 기억에 관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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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 임태산(최민식)은 태산그룹 회장으로 검찰도 매수해버릴 수 있을 정도의 재력가이다. 영화는 임태산이 딸 미라(이수경)에게 자신의 약혼녀인 가수 유나(이하늬)를 소개시켜주면서 시작된다. 이 부자연스러운 자리와 함께 미라와 유나의 관계는 시작부터 어긋난다. 술에 취한 미라가 유나를 부른 그 날, 사건이 발생한다. 그날 밤 유나가 살해되었고, 그 살인의 유력한 용의자로 미라가 지목된다. 그러나 미라는 억울한 듯 아무 기억도 안 난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영화는 한 명, 한 명 인물을 더해 가는데 임태산이 고용한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이 진정 미라가 범인이 아니라는 확신에 따라 변호를 진행하고 이에 맞서는 검사 동성식(박해준)이 진짜 진실을 밝히려고 할 때 즈음 유나의 팬 김동명(류준열)이 등장한다. 계속해서 미라의 기억은 돌아오지 않고 그저 유나와의 관계, 특히 유나가 살해당한 날 크게 싸웠다는 정황 상 미라가 범인이라는 확신에 가까운 짐작만 있을 뿐이다. 이 때 영화는 크게 한 방을 던진다. 범인의 정체가 미라가 아니었다는 것. 관객은 크게 놀라거나 혹은 실망할 것이고, 영화에서 인물들은 눈빛이 달라진다. 영화는 사건과 기억에 대한 진실을 촘촘히 쌓아 올리고 이내 무너뜨린다.

 ‘임태산’이라는 인물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것에 초점을 뒀다는 감독의 말은 영화를 본 후 이해가 된다. 그만큼 영화에서 임태산, 즉 최민식의 무게는 묵직하다. 그러나 인물 한 명이 끌고 가는 영화는 위태하다는 이전의 생각은 이 영화에서만큼은 잠시 접어두게 된다. 그만큼 영화는 최민식에게 기대는 부분이 많지만 이는 억지스럽지 않고 오히려 영화의 균형이 맞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숨 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이라는 임태산의 진심을 좇는 것은 영화를 보는 묘미 중 하나다. 이로 인해 영화를 보는 내내 ‘임태산’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객의 감정은 연민에서 경멸로 혹은 또 다른 무언가로 수도 없이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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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에서는 자주 눈이 내린다. 완벽한 고체 형태로 내려 이내 바닥에 닿으면 물이 되고 지저분해지는 게 영화에서 다루는 ‘돈’과 닮았다. 영화에서 그 자체로 의심의 여지가 없이 온전한 것은 돈 뿐이지만, 사실은 허상일 뿐이라고 느껴지기 십상이다. 이는 돈이면 뭐든 가능하다고 여기는 태산그룹 회장이 결국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그가 내리는 선택은 결국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과도 맞닿아있다.
   
 <악마를 보았다>가 락(rock)이라면 <침묵>은 하모니가 중요한 교향곡이다, 라는 최민식의 한 마디는 이 영화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침묵>은 인물과 인물, 그 때의 감정과 감정이 만나 연주되는 교향곡이다. 보통 영화 제목은 영화가 시작할 때 등장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침묵>에서는 시작이 아닌 끝에 묵직하게 등장한다. 이는 마치 교향곡의 마침표를 찍는 지휘자 같다. 사건의 전말이 다 파헤쳐지고 인물의 내면을 (너무나도)다 보게 될 때, <침묵>이라는 곡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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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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