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와비사비 라이프, 덜어내는 연습

글 입력 2017.12.19 16:3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책입체 윌북 와비사비라이프.jpg


현대인에게 <와비사비 라이프>




  지식이든, 돈이든, 뭐든, 일단은 남보다 많이 가져야 안심이 되는 요즘 세상이다. 서점에는 온갖 자기계발서, 자격증 수험서 등이 베스트 셀러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하루라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금방 도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상황에서, 더하는 삶이 아닌 덜어내는 삶을 지향하는 <와비사비 라이프>는 시대를 역행하는 듯 하다.

  시대를 역행해보는 그 시도 자체는 큰 의미를 가진다. 모든 것이 시류에 편승해서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순간, 우리의 반성적 사고는 멈추기 때문이다. <와비사비 라이프>는 다양한 나라에서 목격할 수 있는 '덜어내는 삶의 방식들'을 통해서, 현대인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자꾸만 더하고, 더 하는지. 더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길인지. 꼭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것인지. 항상 나의 내일만을 위해, 나의 오늘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없는대로 잘, 살 수 있을까요?




  책은 와비사비 정신이 담긴 삶의 모습을 다양한 나라에서 찾아 독자에게 전해준다. 사진 속 사람들은 모두 평화롭고 여유롭다. 하지만, 태어나서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더하기만 하는 삶만 살아온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회의감이 들었다. 지인을 집에 초대해서 식사를 한다든가, 야외 공간에서 차를 마신다든가. 오늘날 한국인의 문화와 생활공간과는 다소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것들이 가능하기나 할까?
한국에서도 없는대로 잘, 살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머지않아 깨달았다. 사진에 이끌려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다 똑같은 사람이니까, 우리나라에서 나도 없는대로 잘 살 수 있을거야.'
 
  불필요한 회의감에 빠지기 않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와비사비 라이프의 핵심은 그 형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에 있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다양한 나라의 와비사비 라이프들은 와비사비 정신이 다양하게 적용된 형태들일 뿐이었다.

  부러 낡아 보이는 소품을 모으고, 사진을 찍으려고 음식을 예쁘게 플레이팅 하는 등 와비사비 라이프의 표면적인 것을 따라하려 애쓰다 보면, 소위 '인스타 감성'이 가득한 사진만 남은 채, 겉으로 덜어내는 척하면서 안으로는 더하기 바쁜, 지금과 다를 것 없는 생활이 이어질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와비사비 정신을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나 물건을 가지는 것 이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책에 나온 다양한 와비사비 라이프를 통해 '한국식 와비사비'를 생각해보는 것은 독자들에게 주어진 몫이자 자유이다. 당장 떠올리기 힘들다면, 책의 '한 번 해볼까요?' 부분을 참고해보는 것도 좋다.
  

13.jpg
△ 와비사비 라이프 : "없는대로 잘 살아갑니다"


[최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