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루나틱, 조금 미친 병동으로의 초대

뮤지컬 루나틱
글 입력 2017.12.1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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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뮤지컬의 시작부터 '루나틱'은 조금 남달랐다. 병원복을 입은 주인공들이 갑자기 뒤에서 등장하여 관객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것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굿닥터 의사와 고독해 여사, 나제비, 그리고 한 남자.
 
그들이 무대에 서자 진짜로 정신병동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극 중 역할에 몰입한 그들의 모습과 관객들에게 말을 거는 의사 굿닥터.

이 연극은 주인공 한 명씩 등장해 자신이 정신병동에 들어오게 된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으로 구성된다. 제일 처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건 '나제비'라는 인물. 그 이름 그대로 그는 여자들을 유혹하는 데 자신감으로 찬 남자다.  나제비는 친한 형이 운영하는 술집에 일하는 한 사연있는 여자를 유혹하게된다. 여자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아 사람을 사귀는 데 자신이 없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나제비를 밀어내지만, 결국 나제비의 진심에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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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나제비는 이 여자에게 진심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장난어린 마음이었지만, 나제비는 그 여자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게 결혼까지 약속한 그들에게 시련이 찾아오게 된다. 사실 그 여자가 '꽃뱀'이었던 것이다. 진심어린 사랑인줄로만 알았던 나제비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되고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 달려가 그 여자의 이름을 부르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는 사랑으로 인해 마음의 병을 얻게되었다.

그 후에 나오는 고부갈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렸지만 시어머니가 죽은 후 죄책감에 마음을 얻게 된 고독해 여사또한 병동에 입원한 환자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배경음과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는 극의 몰입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절절한 노래가 극장안의 공기를 타고 전해졌다. 또한 사회적인 문제들을 대변하는 듯한 인물들이 나와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함에도 불구하고, 극의 이야기가 따분하거나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중간중간 관객들의 유머코드를 저격하는 재미요소들이 잔뜩 들어가 있어 시간 가는지 모르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루나틱 연극은 관객참여 연극이라는 독특한 특색을 갖고있는 만큼 관객과의 소통이 잘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서도 앞줄에 앉은 한 사람이 무대에 많이 올라왔었다. 그 때 까지만해도 그가 이 연극에 등장하는 제 5의 인물 '정상인'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가 무대 위에서 풀어놓은 이야기는 지금까지 환자들이 얘기했던 이야기와는 다르게 무섭고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정상인'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지만 사실 마음속에서 상처들이 뒤엉켜 곪아 썩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자기가 정상인이라며, 남들이 자기를 이상한 사람으로 볼 자격이 없다며 분노하고 외친다. 그가 그렇게 까지 변해버린 건 단순히 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주변에서 그를 보살펴주고 함께 이겨낼 사람 하나 없었던 그 환경자체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내가 내 주변에서 제 2의 정상인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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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틱을 보며 마음을 울렸던 것은 바로 시작할 때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담아낸 뉴스 앵커멘트이다. 이 멘트를 극의 처음과 끝에 틀어주면서, 굿닥터는 이런 미친 세상에서 살짝 미쳐보는 게 어떠냐고 한다. 굿닥터의 말을 듣고 처음엔 세상이 미쳤다고 나까지 미칠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니 정말 별의 별 일들이 다 일어나는 이 세상에서 정상으로 사려고, 마음의 병이 없는 척하며 더 병을 키우는 미련한 삶보다는 살짝 미쳐 꿋꿋하게 이겨내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의 마지막에서 배우들이 하는 노래를 따라부르고 그들과 함께 춤을 추었다. 유쾌하고 즐거웠다. 추운 겨울, 연극을 보며 따뜻하고 재밌는 위로와 처방을 받은 것 같아 시간이 지나도 못 잊을 것 같다. 그리고 아직 이 연극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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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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