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부부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가장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을 하다. '아내의 서랍' [연극]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 걸어온 60대 노부부의 사랑과 아픔, 행복과 슬픔을 표현하다
글 입력 2017.12.10 21:1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최종-poster2nd_171018_d_mozzi.jpg
 


Prologue.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잔존해 있는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에서 아직도 남성과 여성의 전통적 역할은 강조되어 있고, 가장이라는 이름은 남성에게 부여된 숙명과도 같이 늘 붙여지기 마련이다.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 구조에서 남성은 늘 집안을 이끄는 가장으로서, 가정의 경제적 상황을 책임지고, 여성은 집안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며 우리가 흔히 현모양처라 부르는 전통적 관념으로 구분하여 말한다. 그리고 가부장적 위계질서에서 남성은 권력과 지위를 갖는 지배적인 위치에 있으며, 여성은 단지 생물학적 성으로서의 의미만 분명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가부장적 구조의 재생산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으며, 이는 N포 세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게 분노, 좌절, 희생을 당연하게 감수해야만 하는 한국 사회의 절망적인 현실을 불쾌하게 만든다. 이렇듯 여전히 남아있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현실에 연극 <아내의 서랍>은 이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고자 했다. <아내의 서랍>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함께 겪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부부의 삶을 솔직하게 말하고자 했다.


 
Synopsis.


 시청 기획조정실의 5급 사무관으로 정년퇴직한 채만식은 은퇴 후 다시 찾아온 제 2의 인생을 맞으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반면, 아내 유영실은 늘 그랬듯 자신의 유일한 취미인 독서를 즐기며 조용히 남편과의 남은 노후 생활을 보내고자 한다. 성향, 취미, 성격 뭐 하나 제대로 맞는 게 없는 이들,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했지만 갈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는 더 부족하고, 부부 사이는 더 멀어져가는 것만 같다.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온 만식은 가장으로서 지켜온 자신의 가정에 그 누구보다 뿌듯해 하며,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늘 떳떳하다. 그러나 아내 영실은 집안 살림을 책임지고, 딸을 키우며 가정주부로서 충실히 살아온 자신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는 요즘을 보내는 것 같아 슬프기만 하다.
    

171117015.jpg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영실은 몇일 먹을 곰국을 양껏 끓여놓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만식은 부부 생활에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일이라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고 낯설기만 하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지 않는 영실을 찾으려 하지만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만식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슬퍼하던 중에 우연히 아내의 서랍을 열어보게 된다. 서랍에서 마주한 아내의 삶을 들여다본 순간, 만식은 지금껏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장의 역할을 잘 해내왔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이 아내에게 잘못된 말과 행동으로 상처만 주고 있었음을 너무 늦게 알게 된다.
 
 영실은 결국 사흘 만에 집으로 돌아왔으나, 사실 그녀는 이미 깊어진 자신의 병을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스스로 치료하기 위해 혼자서 떠날 준비를 마치고 돌아온 것이었다. 만식은 자신에 대한 딸의 원망과 울분에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다. 이 모든 게 자신으로부터 시작된 문제임을 잘 알기에 아내와의 부부 생활을 어떻게든 회복하려 애쓴다. 아내에게 더는 미안해지지 않으려, 상처주지 않으려 그녀의 아픈 마음을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위로하고, 안아주고 싶다.


171117019.jpg


 
"부부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아내의 서랍>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부들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재조명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누고자 했다.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가정에서 자라온 만식. 극에서는 그 역시 잘못된 사회 구조의 희생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인물임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만식은 자신이 살아온 삶에서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결과들에 대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으로 아내와 함께한 수많은 세월에 대해 자신이 초래한 모든 문제들을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대신할 수는 없다. 잘못된 사회와 구조의 체계 아래 개인은 한없이 무력하다고 느껴, 조금의 변화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거라면 만식은 사회의 지탄을 받을만한 우리 사회의 잘못된 가부장적 남성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부부의 삶을 살아온 만식과 영실, 결국은 내재된 분노와 희생에 지쳐 파국으로 치달을 것만 부부 생활을 보며 극이 진행되어 갈수록 느껴지는 긴장감도 커져갔다. 그러나 만식은 뒤늦게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지했고, 지난날의 과오에 대한 후회와 반성으로 영실과의 사랑을 다시 한 번 되찾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극의 결말에서 가부장제가 남긴 아픔과 상처를 사랑으로 극복하고 이겨내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60대 부부 만식과 영실, 이들은 그 수많은 세월 함께 울고 웃으며 평생을 같이 걸어왔다. 그렇기에 이들은 서로가 겪고 있는 문제를 마주하며, 가부장제라는 사회 구조 속에서도 작은 변화를 시도하는 노력일지언정 서로에게 더 이상의 슬픔과 아픔을 주지 않기 위해 가장 아름답고 따뜻하게 서로를 다시 사랑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171117017.jpg
 




13.jpg
 


차소정 에디터 명함.jpg
 

[차소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53918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E-Mail: artinsight@naver.com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Copyright ⓒ 2013-2022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