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국의 진경 - 독도와 울릉도 [전시]

다채롭게 부활한 독도의 색채, 우리의 정서
글 입력 2017.12.0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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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1.jpg
 

전시정보

전시명 : 한국의 진경-독도와 울릉도

기간 : 11월 29일(수) ~ 12월 17일(일)

장소 :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1,2,3관

주최 : (사)라메르에릴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동아일보

입장료: 5000원

관람연령: 전체관람


1.jpg
 

고대하던 특별전을 보러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미술 전시회를 볼 때
주로 개인전을 위주로 다니는 편이라
 40여명의 작가가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는 처음이었다.

같은 주제를 두고 각자의 개성으로
표현하는 건 어떨지 사뭇 기대가 되었다.


추운 날씨를 뚫고 도착한 전시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작품이 있었고,
화풍과 설치미술의 기법의 다양함에 조금 놀랐다.

여러 작가가 참여한만큼
다소 중구난방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했지만,
'독도'라는 공통된 주제는
작가들의 다채로운 예술적 기지를
통일감 있게 묶어주었다.

마냥 어지러진게 아닌 어우러졌다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사진 촬영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신나는 마음에 다각도로 수십장을 찍어왔는데
다 실을 수 없다는 게 애석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몇가지를 꼽아보았다.


2.jpg
김경원_배도수 바위에 새겨지다_혼합재료_220(h)X240X89cm_2017


전시 초반, 가장 눈에 띄는 설치 작품 중 하나였다.

배도수를 형상화 한 다부진 몸과,
그 뒤엔 배도수에 관한 내용으로 전각이 되어있다.

파내고 난 글자들이 바닥에 너부러져
작품의 공간감을 더해주는 모양새가 재치 있었다.


3.jpg
김경원_배도수 바위에 새겨지다_혼합재료_220(h)X240X89cm_2017
 

배도수라는 사람에 대한
배경 설명을 알고 보면 더 좋다.

배도수는 100여 년 전의
울릉도수로 지내던 배상삼을 말한다.
그 당시 울릉도는 일본인의 벌목이 횡행하고,
기근으로 개척민의 삶이 매우 고달팠다.

도수로 부임된 배상삼은 일본인의 벌목을 금지하고,
부유층의 식량을 풀어 기근을 해결했다.
일본인과 기득권들은 그를 눈엣가시로 여겨
치밀한 계획을 세워 살해한다.

그 후 약 100여 년 동안 살해범들에 의해
'배상삼은 포악하고, 부녀자를 겁탈하고,
일본군과 작당하여 울릉도를 망치게 하려다 죽었다'라는
거짓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이 작품은 억울한 그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울릉도의
설화(지만 실화다)를 차용한 점이 좋았다.


4.jpg
김근중_독도1,2,3,4~21,_Oil stic on paper_2017


대부분 큼지막한 작품들 사이에서
아기자기한 존재감을 발산하는 작품이다.

총 21개의 독도를 그린 그림들로
때론 추상적으로, 때론 명확하게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했다.

하나씩 뜯어보며 어떤 작품이
제일 마음에 드는지 골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몇 개를 꼽았더니
같이 간 일행과 의견이 거의 일치해서 신기했다.

사람 보는 눈은 똑같은 걸까.


5.jpg
양상철_산너머 산, 산속의 산_Mixed media on playwood_120X120cm_2017
 

화면이나 책자로도 볼 수 있는 그림을
굳이 전시회에서 보는 이유를
이 작품을 통해 다시 느꼈다.

바로 질감이다.

두텁게 덧바른 유화를 볼 때나,
거친 붓 터치가 남아있는 작품은
편평한 종이 한 장 위에 오묘한 입체감을 살린다.


6.jpg
양상철_산너머 산, 산속의 산_Mixed media on playwood_120X120cm_2017


가까이서 보면 이렇게 붓의 결이 전부 느껴진다.

아무리 좋은 화질의 카탈로그도
실물이 주는 질감과 색감은 못 따라간다.

이 작품 또한 눈으로 마주했을 때만 보이는
선명한 생동감이 있었다.


7.jpg
이종송_움직이는산-Wind_흙벽화기법에 천연안료_146X113cm_2017


나무가 참 좋았다.

연한 벚꽃, 혹은 목련 색의 나무는
주변과 뿌옇게 동화되며 아스라한 느낌을 준다.

가로로 반을 갈라서 위를 보면
배경과 나무들이 몽환적인 색감을 자아내는데
아래는 또 쨍한 코발트블루로 표현한 대비가 인상적이다.

사진으로 푸른 색감을 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실물로 보면 훨씬 더 밝고 아름다운 빛깔을 뽐낸다.


8.jpg
하태임_독도_캔버스에 아크릴_91X116.8cm_2017


이 전시에서 가장 예상치 못했던 화풍이었다.

팝아트스럽다고 해야 할지.
독도와 팝아트?

기대도 안 했던 조합이었지만
괜스레 자꾸만 눈이 가는 작품이었다.
신선한 시도가 성공한 듯 하다.


9.jpg
제이미 리_Summer shower_Hand cut paper Installation_가변크기_2017

 
이번 전시에 종이를 일일이
오려 만든 작품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에서도 이걸 꼽은 이유는
다분히 입체적으로 매달려 있어서  
보는 각도에 따라 매번 다른 느낌
준다는 게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10.jpg
제이미 리_Summer shower_Hand cut paper Installation_가변크기_2017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컷.

역시 느낌이 달라진다.

특히 얇고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재료의 특성상
주변의 사물을 그대로 투사한다.
때문에 뒤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에 따라서 분위기가 좌우된다.

배경이 알록달록해서
좀 더 밝은 느낌의 첫 번째 사진과 달리
두 번째 사진에서는 모노톤의 배경으로 인해
덩달아 차분해진 인상을 준다.


11.jpg
최낙정_독도_디아섹_150X100cm_2017


이 전시회에서 '디아섹'이라는 기법을 처음 들었다.

디아섹을 이용한 작가들이 몇 있었는데
이 작품도 그중 하나로
독도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다.

디아섹이란 투명한 아크릴 판 사이에
사진을 넣고 압축하는 코팅 방식이라고 한다.

우리로 치면 '대일밴드'처럼
상표가 고유명사처럼 된 경우라고.

액자 프레임이 없는 깔끔함이 장점으로
액자 고르는 것도 일이라는
전시 관계자들의 고민이 조금 덜어졌을 듯싶다.


12.jpg
송동옥_너는 나다_캔버스 혼합재료, 먹_See the West Island from the East Island_192X142X4cm_2017


'진경'이 전시의 주제였기 때문에
수묵화 혹은 먹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꽤 많았다.

그 중에서도 전시 막바지에 마주한
이 작품의 인상이 강렬하여
결국 최종 낙점해버렸다.

거대한 크기 때문에 처음 봤을 때는
선만 그려 놓은 추상화인 줄 알았다.

그래서 제목을 보고 다시 봤을 때 조금 멋쩍기도 했다.

거칠고 과감한 붓놀림과 먹의 표현이 대담했다.

마지막에 강렬한 마무리를 하기 좋은 작품이었다.


13.jpg

 
전시회를 보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진 채 부슬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밤이 되자 낭만적으로 변한 주변 정경에 심취해
우산도 없이 그냥 걸어 나왔다.

잔뜩 훈훈해진 마음으로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며
바람 차가운 줄 모르며
일행과 도란도란 전시 소회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갔다.

내년에 다섯 번째 전시가 열린다면
또 오기를 기약하면서.



"좋은 전시였어, 그치?"

"맞아, 참 좋았어."





* 전시회 방문 후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KakaoTalk_20171125_184233698.jpg
 

[윤단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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